2020년, 2021년 한국 사회는 주식으로 들썩였습니다. 블라인드와 인터넷 게시판은 물론 방송에도 주식 프로그램이 등장했습니다. 국민들은 집단 흥분 상태였습니다. 삼성전자는 주주가 단숨에 500만 명을 넘어 국민주가 됐습니다. 모두 부자가 될 것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자신감을 얻은 용감한 투자자들은 한국 주식에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테슬라를 비롯한 혁신 기업에 과감히 베팅하고 코인 시장에도 뛰어들었습니다. 부동산 ‘영끌’도 있었습니다. A도 뒤늦게 미국 주식과 코인을 샀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2년은 ‘투자의 시간’이었습니다.
뜨거운 시간은 인플레이션으로 싸늘하게 식었습니다. 작년부터 주변에 주식 얘기를 하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손실률 공포로 모바일 주식창을 몇 달째 열어보지 않는 친구도 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변화가 감지됐습니다. 4월 말쯤부터 “이제 삼성전자 사도 되겠지요?”라고 묻는 친구들이 몇몇 있었습니다. 삼성전자가 2분기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던 때였습니다. ‘귀신 같은 놈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몇 년 만에 최악의 실적’이란 단어가 나오면 그때부터 주가가 오르는 게 삼성전자였기 때문입니다.
경험은 그렇게 무서운 것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주가지수가 1300대까지 추락했을 때도 과거 위기를 경험한 사람들이 깃발을 들며 ‘동학개미운동’을 시작한 것처럼 말입니다. 워런 버핏도 “회사가 어려움에 빠졌을 때가 그 회사를 사야 하는 좋은 시기다”, “(좋은) 주식은 항상 위기로부터 빠져나온다”고 말한 이유겠지요.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한국 시장도 갑자기 방향을 틀었습니다. 엔비디아발 호재와 맞물려 반도체는 가장 핫한 테마가 됐습니다. 올해 상반기를 달궜던 배터리는 방전되는 분위기입니다.
느닷없기는 채권도 마찬가지입니다. 작년 채권 투자자들은 곡소리가 났다고 표현해야 할 만큼 손실이 컸습니다. 금리 인상으로 채권 가격이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채권 발행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금융사와 우량 기업이 발행하는 고금리 채권을 사라는 권유의 목소리도 들려옵니다. 해외에선 미국 국채보다 안전하다는 회사채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또 다른 테마는 뜬금없는 일본 주식입니다. 저성장의 나라(한국보다 올해 성장률이 높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지만) 주식이 미친 듯이 오르고 있습니다. 변화의 시작을 알린 ‘이토 리포트’는 읽어볼 만할 것 같습니다.
한경비즈니스는 이번 주 투자 시장의 세 가지 테마를 다뤘습니다. 회사채, 반도체, 일본 주식입니다. 이 테마도 어느 정도 지속될지는 알수 없습니다. 시장의 로테이션이 과거보다 훨씬 빨라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주가 600만 명에 이르는 삼성전자가 살아나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뒤늦게 주식을 산 우리의 자화상 같은 A의 얼굴에 웃음이 돌 날을 기대해 봅니다.
김용준 한경비즈니스 편집장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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