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노무법인 신유 대표 노무사

△김소영 노무법인 신유 대표 노무사
△김소영 노무법인 신유 대표 노무사
‘당신도 언제든 부당해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웹툰으로 시작해 드라마까지 제작된 웹툰 ‘송곳’의 대사 중 일부분이다. 직장 내 괴롭힘과 부당해고에 맞선 ‘을’들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노무사라는 직업을 명쾌하게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노동자의 권리 및 구제에 관련된 업무와 노무 관리에 대한 상담 및 지도 등을 하는 ‘노무사’는 최근 산업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더욱 주목받는 직업이다. 근로자의 부당함에 맞서 대리하기도, 기업의 인사·노무 문제를 해결하는 노무사는 노동법 전문가이면서 사람과 사람(기업) 간의 문제를 해결하는 조율사로 불린다. 노무법인 신유 김소영 대표 노무사를 만나 직업의 세계를 들어봤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처하는 방법도 함께 들었다.



전문직 중 잘 알려지지 않은 직업으로 알고 있는 분들이 있어요. 노무사는 어떤 직업인지 소개해 주세요.
“노무사를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사람과 조직을 연결하는 전문가라 생각해요. 크게는 노동법에 대해 법률적으로 지원하고, 대리해주는 직업입니다. 업무로 나눠보면 기업의 인사 노무 관련 노동법률 자문이나 인사 노무 컨설팅이 있고, 직장 내 괴롭힘, 부당해고 구제 신청 사건들에 대한 법률 대리를 하는 역할입니다.”

보통 노무사는 기업 자문과 근로자 대리 역할을 번갈아 가면서 하나요.
“노무사마다 달라요. 기업 자문 및 컨설팅만 하는 분들 또는 법인이 있는가 하면 근로자들의 직장 내 괴롭힘이나 부당해고 구제 등의 업무만 맡는 분들도 있어요. 전 기업 자문이나 컨설팅, 강의를 위주로 하고 근로자분들의 대리도 가끔 맡고 있습니다.”



‘기업을 대변해주는 직업 노무사···기업의 인사·노무 등의 이슈를 파악하고 새로운 길을 가이드 하는 역할’




기업에는 인사를 전문으로 하는 인사팀이 있고, 대기업의 경우 노무사를 채용하기도 하는데 기업 노무 자문&컨설팅이 왜 필요한가요.
“사실 기업 인사팀 담당자들이 노동법 전문가는 아니거든요. 조직을 운영할 때 법률을 준수하면서 조직을 운영해야 하는데, 사안에 따라 해석이 모호할 때가 많아요. 노동법을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해야 하는지 등을 노무법인 차원에서 의견을 전달하고 가이드 하는 역할인 거죠.”

그렇게 하는 이유는 뭔가요.
“예전에 저도 기업 소속 노무사로 근무한 적이 있는데, 대기업의 경우 법률적인 이슈가 워낙 많고 민감하다 보니 내부 노무사는 물론, 저희 같은 외부 법인을 통해 자문을 받아 비교를 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법률 해석이 꼭 하나의 정답만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거든요. 사안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어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고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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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가 법을 전문으로 다루고, 의뢰인을 대리하는 역할을 하니까 노무사가 하는 역할을 대체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변호사가 법을 다루는 직업이긴 하지만 저희가 다루는 법 자체가 노동법에 대해서만 포커스를 두고 있어요. 이 일을 해오면서 느낀 부분이 하나의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면서 전문성이 높아지는 걸 느껴요. 노동법에 관한 특화된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노무사가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기업에서 노무법인에 의뢰하는 사안 중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예를 들어, 해외지사가 있는 기업의 경우 근로자가 해외출장 시 이동시간을 근로시간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것이죠. 그 사안에 법률적인 가이드가 명확한지, 명확하지 않다면 기업은 어떻게 이 사안을 가이드 할지에 방향성을 저희가 제안하는 거죠. 이 제안에 대해서는 조직문화에 대한 이해가 반영돼야 하기 때문에 아주 디테일하고 복잡합니다.”

방금 말씀하신 내용으로는 사안마다, 기업의 특성마다 법적 해석, 가이드가 달라질 수 있겠네요.
“그렇죠.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아직 법 기준이 정해지지 않은 것들이 많아요. 때문에 법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은 분야는 행정해석이나 해석의 가이드라인을 먼저 살펴보죠. 그리고 기업의 운용의 묘를 살릴 수 있는 범위를 찾아 적용하게 됩니다.”




“직장 내 괴롭힘, 부당해고 등으로 괴로워하는 근로자들, 바로 진정·신고하기보다 노동법 전문가인 노무사와 상담을 먼저 받고 전략 세우는 걸 추천”




반대로 근로자들이 노동청에 진정을 넣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어요. 이럴 때 주의해야할 점, 또는 꼭 알아둬야 할 부분이 있을까요.
“보통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과 관련된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당사자가 먼저 노동부에 진정서를 접수하게 됩니다. 사건이 어느 정도 진행된 이후 불리한 상황이 발생하면 노무사를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럴 경우, 모든 것을 다시 준비해야 하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직장 내 괴롭힘이나 부당해고 등의 사건이 발생할 경우 노무사와 먼저 상담을 하고 어떻게 전략을 세울지 미리 준비하는 것을 권장 드려요.”

전략이라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회사에서 불합리한 상황을 겪은 분들 대부분이 개인인데, 회사와 싸우려면 전략이 필요하거든요. 얼마나 빨리 시작하느냐보다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더 중요한 거죠. 또 법률에서는 어떻게 전략을 세워 나의 의견을 표현할지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전문가에게 상의를 한 뒤 전략을 세우는 방법을 추천해드리죠.”

그 전략을 잘 세우기 위해서는 어떤 노무사가 잘 하는지를 알아야 할 텐데, 그건 개인이 어떻게 판별하나요.
“사실 노무 상담에 비용이 발생하지만 몇 군데 상담을 받아보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왜냐하면 노무사를 찾는 분들은 시작단계가 아닌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급한 마음에 찾는 분들이 대다수예요. 그럼 가장 먼저 검색한 곳에 맡기는 경우가 발생하죠. 상담을 통해 내 사건에 대해 얼마나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곳인지 판단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100%로 이긴다는 노무사는 피해야 해, 어떤 사건이든 100%는 없다고 생각···최근 산업의 빠른 발전으로 노동법에 관심 생기기도”




노무사를 찾는 분들을 위해 걸러야하는 부류를 좀 알려 주시죠.

“물론 상담만으로 확정할 순 없어요. 그렇지만 무조건 이긴다고 호언장담하는 노무사는 걸러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왜냐하면 어떤 사건이든 100%는 없거든요. 그래서 성패를 떠나 해당 사건을 어떻게 진행시킬 것인지, 안 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 변수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상세하게 알려주는 곳을 권하는 편입니다.”

최근 들어 노동법이 부각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는 원인은 무엇이라 보시나요.
“많은 분들이 노동법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문화가 생기는 것 같아요. 우리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학교에서 노동법을 배우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중·고등학교 때 노동 인권 교육을 배워요. 실제로 노무사들이 학교로 가서 교육도 많이 하거든요. 어릴 때부터 노동법에 대해 인지하고 사회에 흡수되는 상황과 더불어 무엇보다 최근 노동법과 관련된 이슈들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으로 보여져요. 산업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직군이나 기업들이 탄생하면서 근로시간을 비롯해 근로환경이 굉장히 다변화되고 있는데, 그 가운데서 아주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되면서 관심도 높아진다고 보여집니다.”

산업 발전이 빠르게 진화하면서 생기는 문제들로 더욱 노동법에 집중되는 현상이 발생된다는 거군요.
“그렇죠. 최근 몇 년 새 업종이 굉장히 다양해졌잖아요. IT를 비롯해 엔터테인먼트 분야 등 산업이 커지는 반면 법의 잣대는 하나이거든요. 그 법을 어떻게 해석하는지는 업종마다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노동법과 관련된 이슈가 많아질 수밖에 없죠.”

현재 국내의 산업 발전 속도에 맞게 노동법이 보전하고 있다고 보시나요.
“개인적으론 산업 발전 속도에 맞게 따라가고 있다고 보여 집니다. 제가 직장 내 괴롭힘 연구를 시작했을 때가 법(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2019년 1월 개정)이 통과 전이었는데요. 당시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선 국내에서 괴롭힘 법이 통과가 안 될 거라는 말들이 많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최초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통과된 곳이 우리나라예요. 통과된 이후에도 조금씩 단단하게 만들어지는 과정을 거치고 있고요. 그 이유는 근로자를 비롯한 사회 구성원들이 그만큼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여 집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말씀하셨지만, 괴롭힘 당사자의 경우 이게 괴롭힘인지 아닌지 판단하기에 애매한 경우가 있거든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정의를 내려 주신다면.
“괴롭힘에 대한 정의는 법률적 정의 그대로 보고 있습니다. 우선 괴롭힘 행위자가 나보다 더 높은 지위에 있는지, 혹은 동료들과 친하다거나 조직에서 오래 일을 한 관계적 우위가 있는지에 대한 특성을 먼저 봐야합니다. 그리고 과연 업무상 허용될 수 있는 범위인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쉽게 말해, 법률적 규정은 조금 달라요. 예를 들어, 상사가 나만 보면 한숨을 쉰다고 가정했을 때 업무상 범주를 벗어났다고 보기 모호하죠. 반면, 업무 요청을 했을 때 간간히 욕설이나 비하발언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이건 허용될 수 있는 것들이 아니거든요. 직장 내 괴롭힘인지 아닌지 판단이 필요할 땐 본인이 겪은 사례를 놓고 허용범위에 대해 잘 살펴봐야 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할 경우 어떤 것들을 준비하는 것이 좋을까요.
“우선 신고를 해야겠다고 생각이 들 경우 6하 원칙에 맞게 피해 사실을 작성해 두셔야 합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바탕으로 사내 신고를 하거나 외부 기관에 진정·상담을 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대학 1학년 때 노동경제학 수업을 통해 노무사 직업 알게 돼, 사람과 사람·기업을 조율하는 역할이 인상적···만 21세 때 2차 합격”
산업 성장 빨라질수록 일감 늘어나는 '사짜 직업' [강홍민의 굿잡]
[자료출처=한국산업인력공단]
[자료출처=한국산업인력공단]
노무사가 된 계기가 있나요.
“경제학을 전공했는데, 대학 1학년 때 노동경제학이라는 수업을 들은 적이 있어요. 그때 교수님께서 노무사라는 직업을 알려주셔서 알게 됐죠. 노동경제학을 공부하면서 사람과 사람, 기업을 조율하는 역할이 재미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에 시험을 준비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합격한 케이스죠.”

시험 합격은 언제였나요.
“2학년 때 합격했으니 만 21세였어요. 1년 조금 넘게 준비했어요. 1차를 한 번에 합격했고, 이듬해 2차를 준비해 합격했어요.”
산업 성장 빨라질수록 일감 늘어나는 '사짜 직업' [강홍민의 굿잡]
이른 나이에 시험을 준비한 이유가 있었나요.
“개인적으로 공부는 빨리 해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아무래도 나이가 어리면 습득력이나 암기력이 좋잖아요.(웃음) 그리고 뭔가를 받아들일 때 의심을 하지 않는다는 게 굉장히 컸던 것 같아요. 나이가 들면 공부한 것과 현실을 비교하게 되는데,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편견 없이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합격 비결은 무엇이었나요.
“저 뿐만 아니라 다른 노무사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암기는 기본 중의 기본이에요. 노동법을 다 외웠으니까요. 전 암기만큼이나 정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암기한 부분을 스스로 이해하고 답안지에 녹여낼 수 있는 것이 합격을 가르는 결정적 기술이라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준비기간 동안 단권화(요약본)작업을 굉장히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졸업 이후 바로 노무사로 일하게 된 건가요.
“졸업할 무렵, 노무법인에서 수습기간을 거쳐 공기업으로 들어갔어요. 그리고 경제단체인 중소기업중앙회로 옯겼고, 이후 아산병원에서 인사업무를 맡았죠. 당시에는 최대한 지금 경험한 곳과 겹치지 않는 곳으로 옮기는 게 이직의 조건이었어요. 노무사 업무가 특성이 반영돼야하는데, 그 특성을 보려면 업종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각기 다른 분야에 도전했고, 그 경험이 지금의 밑거름이 된 셈이죠.”

노무법인을 비롯해 공기업, 단체, 민간기업에서 근무하는 노무사는 연봉이 어떻게 책정되나요.
“기업마다 달라요. 솔직히 제가 일한 곳들은 다 연봉이 괜찮았어요. 공채로 들어가도 노무사 직무는 다른 부분이 있기도 하고요. 반면 일반기업의 경우 노무사 초봉은 그리 높지 않아요. 직무 자체가 초봉을 바라보고 들어가기 보다는 길게 내다봐야 하는 직업이긴 하니까요.”

노무사는 어떤 조건 또는 능력을 갖춰야 할 수 있는 직업인가요.
“기본적으로 사람과 조직에 관심이 있어야 합니다. 분쟁, 노무 분야는 어떤 기업을 자문하거나 근로자를 변호하던 간에 조율하는 역할이 굉장히 크거든요. 그런 분쟁 조율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성격 또한 중요해요. 그리고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상대방과 의견을 조율할 수 있는 방향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게 중요한데, 어떻게 전략을 세우고 그 안에서 합리적으로 협상할 수 있는 능력도 노무사가 갖춰야할 능력이라 생각해요.”




“자율성 높고, 정년無, 시간이 지날수록 노하우 쌓여 강점이 되는 직업, 치열한 경쟁 속 살아남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고 공부해야 하는 직업”




직업의 장단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장점은 아무래도 자율성이 높다는 점이죠. 그리고 정년이 없다는 점, 나이가 들수록 업무 노하우가 쌓여 강점이자 장점이 될 수 있고요. 단점이라면 노무사가 많아질수록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점 아닐까 싶어요. 그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끝없이 노력하고 공부해야 하는 직업이죠.”

요즘 워라밸을 중시하는 문화인데, 노무사는 워라밸이 있는 직업인가요.
“노무사마다 그리고 사람마다 다를 순 있는데, 제가 생각할 때 전문직은 워라밸을 기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웃음) 업무 특성상 일이 몰릴 때는 새벽까지 일할 때도 있거든요. 물론 그렇지 않을 때도 있고요. 스스로 어떻게 일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최근 챗GPT의 등장으로 전문직이 위협을 받기도 합니다. 노무사의 비전은 어떻게 보시나요.
“저도 챗GPT가 핫이슈라 테스트를 해 본적이 있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특히 노동법에서는 어느 측면에서 대체가능한 부분이 있어 보이긴 해요. 다만 우리가 일을 하는 이 세계에서 모든 것이 AI로 실시간 해석이 될 수 있을 것인가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노무사는 계속 발전해 나가고 있기 때문에 비전은 있다고 보여집니다.(웃음)”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사진=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