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미국의 중국 반도체 산업 규제에 대해 “중국의 반도체 자립 능력이 충분하다”며 “중국을 얕봐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황 CEO는 5월 31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정보기술(IT) 박람회 ‘컴퓨텍스’에서 “규제가 어떻든 우리는 절대적으로 준수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내 생각에 중국은 이번 기회를 활용해 자국 현지 기업을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CEO가 운영하고 있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구동하기 위한 필수품으로 여겨지는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작 업체다. 현재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다. AI 훈풍에 최근 주가가 급등하며 반도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시가 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황 CEO는 5월 27일 국립 대만대 졸업식 축사를 시작으로 현재 2주간의 대만 방문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대만에 이어 6월 중 중국 본토를 방문할 계획이다. 황 CEO는 “중국에 그렇게 많은 GPU 스타트업들이 있는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한다”며 “중국에서 이 분야에 쏟아붓고 있는 자원의 양이 꽤 많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미국으에서 반도체를 살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중국이 스스로 반도체를 만들기 시작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반도체 규제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은 지난해인 2022년 대중 수출을 통제하며 엔비디아가 GPU 반도체 ‘A100’과 그 업그레이드 버전인 ‘H100’을 중국에 팔지 못하도록 했다.
황 CEO의 대만대 졸업식 축하 연설도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대만계 미국인으로, 대만 남부 타이난시에서 태어난 뒤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했다. 그의 금의환향에 대만대 학생들은 환호를 보냈다. 황 CEO는 이 대학에서 명예 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황 CEO는 “실패에 직면하고 실수를 인정하며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겸손을 배우라”며 “기회를 잡기 위해 걷지 말고 뛰어라”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일부 사람들은 AI가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고 걱정하지만 데이터 엔지니어링,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AI 안전 엔지니어링과 같이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일자리가 대거 창출될 것”이라며 “모든 면에서 컴퓨터 산업이 재탄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개인용 컴퓨터(PC)와 칩 혁명에 참여했던 것처럼 AI 혁명에 참여하라”고 격려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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