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가입자 1000만·선수금 10조’…상조 시장 더 커진다
산업 전반에 불황의 그늘이 짙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1.4%로 낮춰 잡았다. 앞으로 수년간 1~2%대 저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상조 산업은 정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 혼자만 경기 침체를 비켜 간 듯 최근 5년간(2017~2022년) 해마다 10%대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국민 8명 중 1명 이상이 상조 상품에 가입했을 정도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의 상조산업은 지난해 하반기 757만 명의 가입자와 7조8924억원의 선수금을 기록했다.

2015년 공식 집계를 시작한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주목할 점은 이 같은 성장세가 비단 작년에만 반짝한 것이 아니라 해마다 지속된 흐름이라는 것이다.

2018년 420만 명이던 상조 상품 가입자는 2022년까지 4년 만에 337만 명이 추가로 늘었다. 선수금도 2018년 5조800억원에서 2019년 5조5849억원, 2020년 6조2066억원, 2021년 7조1229억원, 2022년 7조8974억원으로 매년 10%대의 성장 폭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추세라면 올해 상반기에 가입자 800만 명과 선수금 8조원 대에 도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입자 1000만 명, 선수금 10조원 돌파도 먼 미래가 아니다. ‘토털 라이프 케어’ 서비스로 진화상조 산업의 가파른 성장세는 상조 서비스가 사실상 필수 산업이 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1명 미만의 출생률을 기록 중이다. 2025년이면 전체 인구의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이 되는 초고령화 사회다. 여기에 1~2인 중심의 핵가족화와 비혼주의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출생보다 죽음이 더 빈번해지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장례를 책임지는 가족의 숫자와 그들의 연령대까지 낮아지면서 전문적인 서비스의 필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한국의 상조 기업들은 기존 장례 서비스를 ‘토털 라이프 케어’ 개념으로 확장하며 진화를 꾀하고 있다. 장례는 기본이고 웨딩, 수연(칠순·팔순·구순 등 장수 축하연), 크루즈 여행, 홈인테리어, 시니어 케어 및 간병 서비스 지원 등 전 연령대에 걸쳐 생애 주기와 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르는 다양한 결합·제휴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다변화하는 중이다.

과거에는 매달 납부한 금액을 장례 비용에만 사용할 수 있었지만 최근 토털 라이프 케어 서비스로 탈바꿈하면서 적립금을 여행·어학연수·결혼 등 장례 외 서비스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50~60대에 집중됐던 상조 상품 가입자가 20~30대 젊은층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상조 업체 중 하나인 프리드라이프는 지난해 2030세대 가입자가 전년 대비 50% 이상 늘었고 대명아임레디도 2020~2021년 2년간 신규 가입자의 37%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로 채워졌다.
상조 산업의 성장은 비단 외형에만 그치지 않는다. 새로운 장례 문화를 선도하며 질적으로도 성숙한 단계로 발돋움하고 있다. 프리드라이프는 고인에 대한 추모가 장례의 중심이 되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한국 최초로 프리미엄 시설과 VIP 의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 장례식장 브랜드인 ‘쉴낙원’을 선보였다.

전국 10개 지점으로 체인망을 확대하며 고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목표다. 보람상조도 미국 대통령 의전 차량을 장의리무진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상조 서비스의 고급화 전략은 기존의 어둡고 차가운 장례 분위기에서 벗어나 경건하면서도 아름다운 추모 문화를 확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가입자 1000만·선수금 10조’…상조 시장 더 커진다
죽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프리드라이프는 2021년 업계 최초로 웰다잉 문화 캠페인 ‘피니시라인(finish line)’을 선보였다. 죽음학 전문가, 소통 전문가, 유품 정리사, 최고령 여배우, MZ세대 장례지도사 등 다양한 분야의 스토리텔러들이 참여해 죽음에 대한 자기만의 깨달음과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하며 공감을 이끌어 냈다.

최근에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장례 서비스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프리드라이프는 인공지능(AI) 휴먼 기술을 활용해 유족들이 고인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마주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 전문기업 딥브레인AI와 제휴해 AI 추모 서비스 ‘리메모리’를 선보였다. 보람상조도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추모앨범과 추모 편지를 보낼 수 있는 하늘편지 등 온라인 추모관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상조 산업 2~3배 더 성장할 것”과거 상조업계는 부정적 이슈가 끊이지 않았다. 한때 300여 개에 달하는 영세 업체들이 난립하며 무분별한 영업과 업체 대표들의 횡령·배임,장례 서비스 제공 전에 폐업해 버리는 등 ‘나쁜 관행’들이 비일비재 했다. 그러다 2010년 무법 지대였던 상조업이 할부거래법에 포함되고 2018년 상조업 자금 요건이 3억원에서 15억원으로 상향 조정되면서 2023년 3월 기준 72개 업체로 자연스럽게 구조 조정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상조 기업들도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해 자발적인 자정 노력을 기울여 왔다. 상조업 특유의 선불식 할부 거래에 대한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내상조 그대로’와 같은 소비자 피해 보상 제도를 마련했고 한국상조산업협회를 설립하고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상조 산업이 지금보다 최소 2~3배 더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며 상조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며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 경쟁력을 통해 상조 산업이 우리 사회의 필수 산업으로 확고히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MINI INTERVIEW] 김만기 프리드라이프 대표
“업계 최초 선수금 2조원 돌파... 상조업계 새 역사 열 것”
‘가입자 1000만·선수금 10조’…상조 시장 더 커진다
상조업계 1위 프리드라이프가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프리드라이프는 올해 4월 말 기준 선수금 2조원을 가뿐히 넘어섰다. 1982년 상조가 생긴 이후 한국 상조업계 최초의 기록이다. 2020년 선수금 1조원을 돌파한 프리드라이프는 불과 3년 만에 2배 이상의 성장세를 보였다. 김만기 프리드라이프 대표는 “라이프 서비스 기업으로 상조 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프리드라이프가 지향하는 ‘라이프 서비스 기업’에 대해 설명해 달라.

“상조는 서로를 돕고 함께 힘을 합쳐 위기를 헤쳐 나가는 ‘상부상조’의 가치에서 유래했다. 단순히 고인의 장례만이 아니라 탄생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인생에서 경험하게 되는 모든 희로애락을 근거리에서 함께하며 전문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 바로 상조가 가진 본연의 업이다. 프리드라이프가 지향하는 ‘라이프 서비스 기업’은 고객의 생애 전반에서 적재적소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 서비스 기업을 의미한다. 기업명에도 이러한 뜻이 담겨 있다. 프리드라이프는 장례 등 미래의 이벤트에 대비해 물질적·심리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사전 준비 행위를 통칭하는 ‘프리니드(pre-need)’와 삶을 의미하는 ‘라이프’의 합성어다. 소중한 가족의 인생을 위해 미리 준비하는 토털 라이프 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포부를 담았다.”

올해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사업은 뭔가.

“고객의 삶에 가장 밀접한 산업군으로서 전 주기에 걸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전환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엔데믹(주기적 유행)에 따른 해외여행과 웨딩 수요 증가에 대응해 크루즈 여행을 확대 운영 중이다. 동남아는 물론 서부 지중해와 알래스카, 업계 최초로 호주까지 장거리 항차를 크게 늘렸다.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허니문 여행 맞춤 컨설팅 서비스’와 1인 가구를 위한 홈 인테리어 전환 서비스를 선보였다. 최근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디지털 서비스에도 힘을 싣고 있다. 24시간 모바일 장례 접수 서비스와 고객 맞춤형 챗봇 상담 서비스, 디지털 추모관과 AI 추모 서비스, 올해 4월에는 업계 최초로 고객 데이터 플랫폼(CDP)을 도입하며 2030대 고객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이와 함께 직영 장례식장인 ‘쉴낙원’의 전국 체인 확대를 통해 고객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고 경쟁력 있는 신채널 확보와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 라이프사이클을 케어할 수 있는 신상품을 지속 개발해 전환 서비스 활성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가입자 1000만·선수금 10조’…상조 시장 더 커진다
프리드라이프가 전개하는 ESG경영을 소개한다면.

프리드라이프가 가장 우선하는 가치는 ‘고객 신뢰’다. 신뢰의 기본은 투명성 확보라고 생각한다.이를 위해 전문경영 시스템을 도입해 거버넌스를 강화하고, 자산운용 전문인력 확대와 내부 투자심의위원회 구성 등을 통해 자산운용의 전문성과 안전성을 제고했다.또한 제1금융권 지급보증을 지속 확대하면서 고객자산 보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친환경 장례 문화 조성에도 노력하고 있다. 친환경 자연 소재로 제작한 수의(壽衣)와 생분해성 소재의 접시 등 장례용품의 친환경 소재 전환을 확대하고 있다.이와 함께 상부상조 본연의 업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기 위해 무연고 외국인 근로자 장례 지원과해외 강제동원 희생자의 유해 봉환사업 참여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아울러 남색 산책로 환경정화 걷기대회,현충원 묘역정화 활동,조손가정교육 및 주거환경 개선 지원활동 등 임직원이 함께하는 CSR 활동도 적극 펼치고 있다. 프리드라이프는 지난해 창립 20주년을 맞이해 특정 상조상품 가입 고객 수에 따라 일정 금액을 적립해 조손가정 등 사회적 소외 계층 지원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하는 CSR 프로그램 ‘늘 희망’을 운영한 바 있다.

상조 산업은 향후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나.

“상조업은 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해외 선진국에도 우리와 비슷한 상조 산업과 상조 회사가 있다. 그만큼 미래에 필수적인 산업이라는 뜻이다. 특히 고령화 속도가 빠르고 핵가족화와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는 한국에서는 성장성을 따지기보다 ‘필수 산업’이 될 것이라고 본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장례 서비스뿐만 아니라 크루즈 여행, 웨딩, 홈인테리어 등 다양한 전환 서비스와 다양한 제휴 상품 등 ‘토털 라이프 케어 서비스’로의 무한한 확장성을 가지고 있어 새로운 성장의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프리드라이프의 올해 최우선 과제는 뭔가.

“상조 산업은 8조원대 규모로 외형적 성장과 함께 구조조정 과정을 거친 업계의 자정 노력을 통해 서비스 표준화와 재무 건전성 등 질적인 측면에서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상조 산업이 앞으로 2~3배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전문성 강화와 인식 개선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업계의 혁신적인 자정 노력이 필수적일 것이다. 프리드라이프는 업계 1위 리딩 기업으로서 상조 산업이 우리 사회의 필수 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대한민국 상조 서비스’의 표준을 만들고 장례 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앞장설 것이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