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매주 토요일 개최, 다채로운 요리 한 자리에
-사이판 원주민 공연도 백미
이곳에 오면 사이판 대표 레스토랑의 음식을 모두 맛볼 수 있다. 일본 누들부터 꼬치 요리, 립과 타코까지 다채로운 음식의 향연이 따로 없다. 공연도 이벤트도 풍성하다. 요리 경진대회를 벌이는 날도 있고 음식 많이 먹기 대회도 한다. 사이판의 원주민인 차모르와 캐롤리니안 부족의 전통춤 공연은 평소 사이판에서 접하기 힘든 문화다.
조용하던 사이판의 색다른 열기
지난 6월 10일, 사이판 여행 중 피싱 베이스에 방문해 미식 축제 현장을 찾았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너른 공원에 삼삼오오 모여 음식을 즐기는 풍경이 자유롭기 그지없어 보였다.
낮 동안 미식 축제에서 음식을 즐기려면 일단 행사장 입구에 있는 부스에서 토큰을 구매해야 한다. 사이판을 포함한 북마리아나제도는 미국령, 더 정확히는 캘리포니아주 소속이다. 그래서 화폐는 달러를 쓴다. 물가는 한국과 비슷해 커피 한 잔에 4000~5000원 수준. 카지노 칩처럼 생긴 토큰은 1달러부터 5달러짜리까지 종류별로 구비돼 있다. 토큰을 들고 레스토랑 부스로 가서 음식을 구매하면 된다. 평소 식당에서 팔던 가격보다는 저렴하다. 웬만하면 5~7달러 수준. 비싸도 10달러를 넘지 않는다. 여러 부스의 음식을 사 들고 자리를 잡은 뒤 차례차례 음식을 맛보기 시작했다. 일본식 볶음면과 립, 타코까지 한 상이 금세 차려졌다. 사이판 크래프트 맥주도 한 모금 마셨다. 나푸 브루잉의 묵직한 마나가하 블론드 에일 맥주 맛이 일품이다. 미식 축제가 아니었다면 사이판 수제 맥주가 있다는 것도 모르고 돌아갈 뻔했다.
음식을 사는데 든 돈은 40달러 수준. 양도 푸짐해 서너명이 먹고도 남을 정도다. 낮에 그로토 동굴에서 스노클링 체험을 도와준 미키도 ‘로코&타코’라는 레스토랑 부스를 열어 참여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액티비티 여행객이 없어 시작한 식당이 요즘 성업 중이라고 했다. 미키는 사이판으로 입양 온 한국인이다. 부모가 사모아족 사람인데 축제 마지막 날인 24일에는 부족 사람들과 공연도 펼친다고 했다. 음식을 먹는 동안 무대에서는 공연이 한창이다. 사이판에 있는 발레 학교 학생들이 첫 무대를 장식했다. 깜찍한 아이들의 무대 뒤에는 한국팀의 무대도 이어졌다. 마리아나 미식 축제 때마다 한국에서 원정 공연을 오는 팀들이 더러 있다고 했다. 사실 요즘 사이판 관광객의 대다수는 한국인이라 거리 곳곳 어디에서나 한국어를 심심찮게 듣는다. 한국인 이민자도 2000여 명 돼 사이판은 한국이 낯설지 않다.
특히 이날 한국 공연팀인 코리아 주니어 쇼콰이어팀의 무대는 축제에 모인 청중을 사로잡았다. K-POP부터 뮤지컬의 한 장면, 아리랑을 퓨전으로 재해석한 무대까지 노래와 춤, 연기 모두 완벽해 사람들이 눈을 떼지 못할 정도였다. 공연 뒤에는 레스토랑 이나스 키친의 협찬으로 진행된 치킨 윙 많이 먹기 대회가 펼쳐졌다. 100분 동안 누가 가장 많은 치킨 윙을 먹는지 가리는 대회. 10여 명의 참가자가 쉴 새 없이 음식을 먹는 동안 응원 열기도 더해져 축제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었다. 이날 우승자는 마이킬 도(Micheal Do) 씨. 총 48조각을 먹어 500달러의 상금도 받았다. 축제의 대미는 마리아나 고등학교의 르팔루와시 전통 춤(Refaluwasch Cultural Dancers) 공연이 장식했다. 차모로와 캐롤리니안, 그리고 미크로네시안 댄스를 모두 선보인 학생들은 현지인들의 큰 호응과 박수 속에 축제 분위기를 달궜다. 르팔루와쉬는 캐롤리니안 부족이 스스로를 부를 때 사용하는 표현. 북 마리아나 제도의 원주민은 차모로족과 캐롤리니안족 등 두 부족이 주를 이루는데 차모로 부족이 먼저 터를 잡은 뒤 19세기에 캐롤라인 제도에서 캐롤리니안 부족이 건너와 함께 살게 됐다고 한다. 이후 스페인과 독일, 일본, 미국 등 강대국의 지배를 받으며 지금의 사이판 문화가 만들어졌다. 그래서 서양과 동양의 문화가 적절히 스며든 사이판의 음식이나 풍습은 어느 대륙 사람에게도 이질적이지 않은 특징이 있다.
한국에서 사이판을 가는 항공편은 아시아나와 티웨이, 제주항공 등이 있다. 골프 여행객이 다수를 차지하지만 에메랄드빛 사이판 바다를 즐기려는 가족 단위 여행객도 상당수라 국내 기업이 운영하는 워터파크가 있는 유명 리조트에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떠나지 않는다. 사계절 내내 기온 차이가 크지 않아 사이판은 성수기가 따로 없다. 해는 뜨거워도 바람은 초가을 것처럼 선선해 그늘진 곳에만 있으면 그리 덥지도 않다.
휴양 목적이라 해도 주말 하룻밤, 사이판 문화를 가까이서 접할 기회를 가져보니 여행의 재미가 색다르다.
사이판=이선정 기자 sjlgh@hankyung.com
사진 임익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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