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 기업의 미래 전략 - 홍성민 LG전자 ESG전략실장
[ESG 리뷰] (사진 설명) 홍성민 LG전자 ESG전략실장 사진=서범세 기자소비자들이 에너지 효율을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것은 가전제품이다. 특히 올해는 때 이른 폭염이 전 세계를 덮친 데다 전기요금까지 인상돼 에너지 소비 효율이 뛰어난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LG전자는 전통 가전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고 히트펌프와 에너지 저장 장치(ESS) 등 새로운 친환경 제품을 내놓으며 세계 에너지 고효율 제품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LG전자의 ‘모두의 더 나은 삶(Better Life for All)’이라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비전은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접근성을 기반으로 모두를 위한 지속 가능한 제품을 약속한다. 여의도에 있는 LG트윈타워에서 5월 19일 홍성민 LG전자 ESG전략실장을 만나 LG전자의 ESG 전략에 대해 들었다.
- LG전자는 오랫동안 지속 가능 경영을 실천해 왔는데 ESG 경영으로 전환하고 어떤 점이 달라졌나요.
“ESG는 좀 더 목적 지향적이고 미래 지향적이라는 점이 다른 것 같습니다. ESG 평가 기관들이 명확한 수치를 요구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ESG라는 글로벌 흐름에 맞춰 기존에 수행하던 지속 가능 경영 활동을 보다 체계적이고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2021년 ‘ESG 경영 원년’을 선언했어요. 지속 가능 경영의 중·장기 방향을 담은 기존 ‘지속 가능 경영 지향점’을 ESG 체계에 맞춰 재정립하고 이해관계인과의 소통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전략도 새로 수립했죠. 회사의 전략 과제를 선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목표와 추진 계획을 담은 ‘LG전자 ESG 6대 과제 : 베터 라이프 플랜(Better Life Plan) 2030’도 발표했습니다. 탄소 중립뿐만 아니라 폐기물 재자원화, 순환 경제, 긍정적 가치 창출, 다양성과 포용성 등이 포함돼 있죠. 그동안 쌓아 온 평판과 역사를 기반으로 체계적 목표와 미래 지향적 방향을 좀 더 구체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2030년 탄소 중립 달성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나요.
“우선 내부 감축을 통해 2030년까지 2017년 대비 배출량을 50% 줄이고 나머지 절반은 외부 상쇄를 활용할 계획입니다. 사업장 배출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전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은 22만 톤 줄어든 93만 톤을 달성했습니다. 할당받은 배출권 중 남은 양을 2017년부터 한국 배출권 거래제를 통해 판매하고 있는데 여기서 얻은 수익은 온실가스 감축 사업과 에너지 효율화에 재투자합니다. 외부 상쇄를 위한 감축 프로젝트 역시 꾸준히 추진 중입니다. 인도에서 고효율 냉장고를 보급하는 사업을 2013년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으로 유엔에 등록해 전기 사용량을 줄인 만큼 탄소 배출권을 부여받고 있어요. 유사한 사업을 적극 발굴하고 있습니다.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도 필요합니다. 앞으로는 신규 생산지를 선정할 때도 재생에너지 조달 환경을 고려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올해 RE100 가입을 신청했습니다. 2021년 가입 안건이 이사회에서 부결된 적이 있죠.
“당시 이사회는 RE100(재생에너지 100%) 가입이 한국 재생에너지 환경 등을 고려하면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RE100은 원전을 포함하지 않고 한국 재생에너지 생산량이 부족한 상태여서 가입하더라도 실제로 실천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못했던 거죠. 지금은 재생에너지 공급이 개선되고 있는 데다 재생에너지 전환에 대한 내부적 공감대도 커진 상태입니다. 지난해 6월 ESG위원회의 승인을 받고 RE100 가입 신청을 마쳤습니다. RE100 가입과 무관하게 재생에너지 확대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어요. 세계경제포럼(WEF)이 등대 공장으로 선정한 미국 테네시 공장은 이미 2021년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완료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등대 공장으로 선정된 창원 LG스마트파크 옥상에는 현재 태양광 시설을 설치 중입니다. 2025년 완공되면 LG스마트파크 연간 전력 사용량의 10% 이상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 폐기물 재활용 등 순환 경제 구축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2030년까지 전 세계 생산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재활용률 95% 달성을 목표로 다양한 자원 순환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각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처리 실적을 관리하고 재활용 과정을 모니터링해 적절한 회수 운송 체계 구축, 필요한 재활용 기술 개발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1년 기준 52개국 87개 지역에서 폐전자 제품을 회수하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죠. 회수된 폐가전은 고철 스크랩·합성수지·기판 등으로 분해·분류돼 재판매되거나 원자재로 재활용됩니다. 한국에서는 칠서 리사이클링 센터를 통해 폐가전을 재활용하거나 유해 물질을 친환경적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포장재 역시 자원 순환 측면에서 고민거리예요. 가전은 크기가 커질수록 포장재를 대체하기 힘들어집니다. 소형 가전은 종이나 재활용할 수 있는 비닐로 대체 가능하지만 부피가 큰 가전은 제품 안정성 문제로 스티로폼(EPS) 사용이 불가피합니다. 그래서 펄프몰드나 골판 소재, 발포 플라스틱으로 대체하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어요. 제품에서도 재생 소재 사용을 늘리고 있죠. 스타일러, 식기세척기, 틔운 미니 등에 재생 소재를 적용했고 올해는 스타일러 슈케이스·슈케어, 올레드-에보(evo) TV 등 대상 제품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2030년까지 재활용 플라스틱 60만 톤 사용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무선 청소기 폐배터리 수거 캠페인도 순환 경제 전략의 일환인가요.
“맞습니다. 지난해부터 무선 청소기 코드제로 A9과 A9S에 사용된 폐배터리를 반납하고 새 배터리를 구매할 때 1만원 할인받을 수 있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형 가전보다 소형 가전이 수거하기 어렵기 때문에 생산자인 LG전자가 나선 거죠. 고객들이 재활용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려면 유인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새 배터리 구매 시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을 채택한 거죠.”
- 최근 많은 기업이 제품 탄소 배출량 관리를 위해 전과정평가(LCA)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LG전자는 LCA를 비교적 일찍 시작했죠.
“2002년부터 LCA를 시작했습니다.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주요 제품군의 환경 영향을 이미 정량화한 상태입니다. 2011년 주요 제품군의 전 과정 목록 분석(LCI) 데이터베이스까지 구축했죠. 2018년에는 개발 단계에서 기후 변화, 자원 고갈, 오존층 파괴 등 13개 영향 범주 내에서 제품 환경 영향을 평가할 수 있는 임시 전과정평가(Simplified LCA) 툴도 개발했습니다. 제품 개발 단계부터 잠재적 환경 영향을 평가하고 친환경 제품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거죠. 홈페이지와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를 통해 고객에게 각 제품의 기후 변화 영향, 탄소 배출량 정보 등을 공개하고 있고 이에 대한 신뢰성 확보를 위해 탄소 성적 표지와 영국의 카본 트러스트 인증까지 획득했습니다.”
- 올해 ESG 경영의 가장 큰 목표는 무엇입니까.
“LG전자는 이노베이션 기업입니다. 혁신 기술을 통해 ‘지구’와 ‘사람’ 모두에 긍정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환경을 고려한 제품’, ‘모두에게 편리한 제품’을 가시화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환경을 고려한 제품의 경우 친환경 고효율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고객이 사용 과정에서 에너지 사용량, 전기 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입니다. 모두에게 편리한 제품은 접근성과 연결됩니다. 장애인과 노인, 어린이 등 고객이 언제, 어디서나 불편함 없이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 측면에서 최고 가전 브랜드가 되고자 합니다. 물론 이러한 목표는 LG전자만의 노력으로는 이룰 수 없습니다. 모든 이해관계인과 협력을 통해 최선의 솔루션을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대담 장승규 한경ESG 편집장
정리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
(*기사 전문과 더 많은 ESG 정보는 국내 유일 ESG 전문 매거진 ‘한경ESG’ 6월호를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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