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에도 상승 여력 충분
각종 호재 넘쳐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연합뉴스

얼마 전 막을 내린 미국프로농구(NBA)에서는 리그의 떠오르는 강호 덴버 너기츠가 창단 56년 만에 처음 우승했다. 덴버 너기츠는 올 시즌 내내 경이로운 경기력을 선보이며 승승장구했다. 결승전에서도 활약은 이어졌다.

상대인 마이애미 히트를 압도하며 손쉽게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미국의 투자 전문 매체 배런스는 최근 테슬라의 주가 추이를 덴버 너기츠에 비유했다. “테슬라의 주가 상승세는 덴버 너기츠처럼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며 “향후에도 (주가 상승이) 쉽게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미국 뉴욕 증시에서 가장 화제를 모으는 기업 하나를 꼽으라면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테슬라를 지목할 것이다.

6월 12일 테슬라의 주가는 전날 대비 2.22% 오른 249.8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에 따라 테슬라는 5월 24일부터 12 거래일 연속 주가가 상승하는 기록을 세웠다.

테슬라가 2010년 6월 나스닥에 상장한 이후 최장 기간 상승 행진이다. 이전 기록은 2021년 1월 11거래일 연속 상승이었다. 이에 따라 테슬라의 주가는 올해 들어 약 140% 넘게 올랐다.

그럼에도 향후에도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게 월가의 시각이다. 현재의 주가 수준이 역대 최고가였던 2021년 11월의 409.97달러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주가가 최근 급격하게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월가에서는 그 배경으로 전기차에 이어 전기차 충전 사업이 새로운 ‘캐시카우’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향후 테슬라 실적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새로운 ‘캐시카우’ 장착“테슬라는 더 이상 단순한 전기차 생산 업체가 아니다. 내연기관차 시대의 주유소와 같이 거대한 전기차 충전소까지 컨트롤하는 기업으로 봐야 한다.”

테슬라에 대해 배런스가 내린 진단이다. 이 분석처럼 테슬라의 주가를 끌어올리는 가장 큰 호재로는 테슬라의 전기차 충전 방식이 글로벌 표준이 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점이 지목된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넘어 이제는 전기차 충전소 시장까지 테슬라가 장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거론되기 시작한 것이다.

전기차의 충전 방식은 다양하다. 미국·유럽·한국 등에서는 급속 충전 방식으로 ‘콤보 타입 충전 방식(CCS : Combined Charging System) 연결 기기(커넥터)’를 표준으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테슬라는 이 충전 방식이 자사 차량에 적용되지 않도록 전기차를 만들어 왔다. 그 대신 직접 개발한 일명 ‘북미 충전 표준(NACS : North American Charging Standard) 커넥터’라고 불리는 방식의 전기차 급속 충전기인 ‘슈퍼 차저’를 세계 곳곳에 설치해 자사 차량의 충전을 지원하고 있다.

BMW·벤츠·아우디폭스바겐·현대차·기아 등 테슬라를 제외한 모든 완성차업계의 차량이 현재 CSS 커넥터를 활용해 전기차를 충전한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워낙 테슬라가 많은 수의 NACS 커넥터를 설치하다 보니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앞으로 테슬라의 충전 방식을 적용한 전기차를 생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미국만 보더라도 NACS 커넥터가 CSS 커넥터보다 약 두 배 이상 많은 것으로 추산된다.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등이 대표 사례다. 향후 생산하는 자사의 전기차가 NACS 커넥터를 사용할 수 있게 설계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두고 미국 완성차업계에서는 “포드와 GM이 테슬라의 전기차 생태계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게리 실버그 KPMG 글로벌 자동차 부문 책임자는 “(충전 방식 전환에 따라) 테슬라는 포드와 GM으로부터 연간 20억~30억 달러의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전기차 시장 장악력도 거세져NACS 커넥터를 채택하는 완성차 업체들은 더욱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샘 아부엘사미드 가이드하우스 인사이트 애널리스트는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자사 차량에 NACS 커넥터를 적용하는 완성차 업체가 GM과 포드에서 멈출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며 “몇 달 안에 대부분의 완성차 제조업체들이 NSAC 커넥터로 충전 방식 전환을 결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전기차 충전 설비 업체들도 잇따라 자사의 충전기에 NACS 커넥터를 도입하겠다고 밝혀 관심이 쏠린다.

충전 장비 제조업체인 블링크차징는 6월 12일 자사가 새로 출시하는 급속 충전기에 NACS와 CCS 커넥터를 모두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전기차 충전소 운영 업체인 차지포인트도 자사의 충전소에서 테슬라의 충전기 연결 방식인 NACS 커넥터를 이른 시일 내에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아부엘사미드 애널리스트는 “2027년이 되면 북미에서 CCS 커넥터가 장착된 전기차가 더는 판매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까지 내놓았다. 약 5년 뒤엔 NACS 커넥터가 미국 시장에서 완전히 표준으로 정착할 것이라는 얘기다.

만약 그의 예상이 현실화되면 테슬라가 전기차 충전 사업을 통해 거둬들이는 수익만 해도 천문학적인 액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호재인데 테슬라의 전기차 시장 장악력마저 더욱 거세지고 있어 주가 전망을 더욱 밝게 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초부터 테슬라 차량의 가격을 여섯 차례나 인하했다. 그 결과 테슬라 차량의 가격은 타사의 전기차들보다 높은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4월 초까지만 해도 테슬라의 이 같은 가격 인하 정책으로 영업이익률이 크게 낮아질 것이란 우려가 쏟아졌다. 증권사들은 테슬라의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하며 ‘매도’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기우였다는 것을 곧 증명했다. 가격 인하 효과를 톡톡히 거두며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경제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최근의 테슬라의 주가 흐름을 보면 지난 1분기에 쏟아졌던 우려들이 완전히 잠식된 모습”이라고 보도했다.

컨설팅업 체 베릴스의 마틴 프렌치 전무도 테슬라의 가격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오랫동안 사람들은 가격과 인프라를 전기차 구매의 제한 요인으로 여겨 왔지만 테슬라는 이를 완전히 날려 버렸다”고 말했다.

한편 트위터에 새로운 CEO가 지명된 것도 테슬라의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일조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머스크 CEO는 어렵게 인수한 트위터 CEO 자리를 내놓고 린다 야카리노를 새 트위터 CEO로 지명한 바 있다.

배런스는 “머스크 CEO가 트위터에 새로운 CEO를 지명한 것은 한편으로 테슬라 경영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을 의미한다”며 최근 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하기도 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