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추진하지만 난항... '타다 사태'가 주는 교훈은

[이명지의 IT뷰어]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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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스타트업계에서 가장 이슈가 끊이지 않았던 곳이 모빌리티 업계입니다. 이른바 새로운 시장 진입자와 구세력권 간의 갈등이 가장 첨예했던 곳이기 때문이죠.

아마 2020년만 해도 '타다 베이직'을 타 보셨던 분들이 있을 겁니다. 어플을 통해 운전 기사가 딸린 11인승 승합차를 이용하는 서비스죠. 타다가 렌트한 차량을 운전사와 함께 다시 빌려주는 형식입니다. 승차 거부와 승객 골라태우기 등 기존 택시 업계의 행태로 불편을 겪었던 고객들에게 호평을 얻으며 성장했죠. 출시 9개월 만에 이용자가 100만명을 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새로운 서비스로 모빌리티 업계의 변화를 이끌었던 '타다'지만, 지금의 근황은 이렇습니다. 스타트업계에 따르면 타다의 운영사인 브이씨엔씨(VCNC)는 인력을 절반으로 줄이는 고강도 구조 조정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희망퇴직은 일주일간 진행되고 서명하면 곧바로 회사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며 30일 내로 퇴사처리됩니다. 2개월치 월급을 지급하고요. 타다가 구조조정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건 누적된 적자를 감당할 체력이 더 이상 없기 때문입니다.

시간을 되돌려 타다 베이직이 중지된 이유를 알아볼까요? 타다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자 택시 업계는 타다 베이직이 ‘불법 콜택시’와 다를 바 없다며 큰 반발에 나섰습니다. 급기야 타다를 검찰에 고발했죠. 여기에 이른바 '타다 금지법'이라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타다는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할 동력을 잃었습니다. 이에 따라 타다는 ‘타다 베이직’의 운영을 접고 택시 면허가 필요한 서비스에만 집중해 왔습니다.

이듬해인 2021년, 타다는 모바일 금융 플랫폼 토스에 인수되면서 핀테크와 모빌리티 서비스의 시너지를 노렸습니다. 하지만 신규 서비스가 브레이크가 걸린 탓에 더 이상의 투자 유치도 어려웠죠. 여기에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로 차량 보급까지 어려워지면서 고난은 계속됐습니다.

이번 구조조정 소식이 더 씁쓸한 것은 타다가 대법원으로부터 불법 콜택시가 아니라는 최종 판결을 받은 지 보름 만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타다의 발목을 잡았던 불법 콜택시 논란은 벗어났지만, 이미 골든타임은 지나가 버렸습니다.

타다의 모회사인 토스는 구조조정과는 별도로 다른 회사와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여러 회사의 이름이 거론됐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앞으로 시장에서는 타다와 같은 사례가 또 반복될 수 있습니다. 세상을 바꿔놓은 혁신이 될지, 물을 흐려놓는 미꾸라지가 될지는 규제 당국의 판단이 큰 영향을 좌우하죠. 어쨋거나 스타트업계에게 '타다 사태'는 한동안 잊혀지지 않을 사건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