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인사이트]
 점점 멀어지고 있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머니인사이트]
한국은행이 2월 금융 통화 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의 효과를 지켜보겠다고 밝히면서 금리 인상이 마무리됐음을 암시했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한국은행의 목표치인 2%보다 높지만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경기 둔화 우려는 높아졌다. 수출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무역 수지 적자가 15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단기간 가파르게 상승한 금리로 가계와 기업들의 높아진 이자 비용도 추가 인상에 부담이다.

대외적으로 한국은행의 추가 인상 우려는 완화됐다. 2022년 한국은행이 역사상 처음으로 50bp(1bp=0.01%포인트)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이유 중 하나는 주요국 중앙은행이 빅 스텝(50bp 인상) 혹은 자이언트 스텝(75bp)을 밟으면서 원화의 변동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2년 6월 이후 4차례 연속 75bp 인상을 단행하던 미국 중앙은행(Fed)도 2022년 12월 50bp 인상, 2월 25bp 인상을 단행하면서 기준금리 인상의 속도 조절에 나섰고 5월에는 정책의 효과를 지켜보겠다고 밝히면서 금리 인상이 끝나 가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 확대(2022년 6월 기준 한·미 기준금리 차는 1.75%포인트)에 대한 우려는 완화됐다.

하지만 6월 들어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끝났다고 생각했던 주요국의 금리 인상 우려가 재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를 동결하던 호주 중앙은행(RBA)과 캐나다 중앙은행(BOC)은 재차 인상 대열에 합류했고 Fed는 6월에 시장의 예상대로 금리를 동결했지만 연내 추가 2차례의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미국 은행의 유동성 경색 우려는 상당 부분 완화됐고 미국의 경제는 견고한 고용 시장을 기반으로 둔화의 흐름이 포착되고 있지 않다. 종료된 것으로 예상됐던 Fed의 금리 인상 우려로 한국은행도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Fed가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이 현재 1.75%포인트에서 최대 2.25%포인트까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의 긴축 우려가 높아지면서 3.2%까지 하락했던 국고 3년 금리는 재차 반등 3.63%까지 상승했다. 금리 인상이 종료된 만큼 상승 압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던 채권 금리가 단기간 빠르게 반등하면서 채권 투자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하지만 금리가 높아지는 기회를 채권 매수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국고 3년은 3.55%, 국고 10년은 3.60%를 웃돌면 매수해야 한다. Fed가 추가로 금리를 인상해도 한국은행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Fed의 긴축으로 한국은행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이유는 원화의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주요국의 긴축 우려에도 달러당 1300원대에서 머무르던 원화는 1200원대에 진입하면서 안정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원화의 수준보다 더 고려하고 있는 원화의 하루 등락률을 보여주는 내재 변동성도 하락하고 있다. Fed가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수 있지만 2022년과 달리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나가는 만큼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에 대한 우려는 낮은 것이다.

다만 Fed가 추가로 금리를 인상한다는 점은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시점이 뒤로 밀릴 수 있는 요인이다. 금리 인상 사이클의 후반부에 있는 만큼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지 않겠지만 인하할 때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Fed에 앞서 한국은행이 먼저 금리를 인하했는데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지연된다면 원화의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 금리 인하로 전환된 가운데 원화의 변동성이 높아진다면 한국은행으로서는 대응할 수 있는 선택지가 좁아진다.

더욱이 한국은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둔화 속도가 미국보다 더딜 수밖에 없는 점도 미국보다 금리 인하를 늦게 할 수 있는 요인이다. 한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유가 등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자 물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의 인상을 억제해 왔다. 최근 에너지 가격은 하락하고 있지만 한국전력과 가스공사의 적자는 누적된 영향으로 추가적인 가격 인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통화 정책이 경기에 미치는 시차인 1년~1년 5개월을 고려하면 올 하반기에는 금리 인상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점차 높아지는 가운데 늦어지고 있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시점은 경기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에 영향을 많이 받는 단기물보다는 경기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장기물 투자를 선호한다. 투자 기간을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고려해야 하고 단기물보다 장기물을 통한 이자+가격 상승(채권은 금리 하락 시 가격이 상승)을 고려해야 한다.

임재균 KB증권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