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 각기 다른 여러 건의 매도 청구 소송 피고(부동산 소유자)들의 감정 평가액에 대해 상담하면서 상담 건 모두에 대해 감정 평가 시스템상으로 이미 사업 시행자 측에서 최근에 피고 부동산에 시가 감정, 다른 말로 사감정을 진행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소유권 이전 등기 청구의 소, 이른바 매도 청구 소송에서 사업 시행자 측의 사감정 활용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는 대목이었다.
사업 시행자가 사감정을 활용하는 이유는 두 가지 정도인 것 같다. 첫째 이유는 매도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토지 소유자와 3개월 이상 협의해야 하는데 그 협의가액을 결정하기 위해 감정 평가를 의뢰하는 것이다.
주택법에서는 주택 건설 사업 계획 승인을 받은 주체, 즉 사업 시행자는 주택 건설 대지 면적의 95% 이상의 사용권을 확보한 경우 사용권원을 확보하지 못한 대지(건축물 포함)의 모든 소유자에게 시가(市價)로 매도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매도 청구 대상이 되는 대지의 소유자와 매도 청구를 하기 전에 3개월 이상 협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매도 청구 소송 소장의 청구 취지에는 “토지 소유자(피고)는 사업 시행자(원고)에게 000원을 받고 소유권 이전 등기 절차를 이행하고 부동산을 인도하라(넘겨라)”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처럼 소장에 구체적인 매매 대금을 기재한 경우로서 해당 금원이 사업 시행자가 감정 의뢰를 해 받은 결론, 즉 감정 평가액이라고 밝히는 경우도 왕왕 있다.
사업 시행자가 매도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사감정을 하는 둘째 이유는 매도 청구하는 부동산의 법원 감정 평가액을 보다 유리하게 책정받기 위해서다. 이것이 진짜 이유인 것 같다.
원고는 협의 금액의 제시를 위해 감정 평가를 했다고 하지만 실은 이미 사업구역 내 대부분의 토지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피고(부동산 소유자)와도 매매 협의를 수차례 진행했지만 결렬돼 매도 청구권을 행사하는 쪽이다.
예를 들어 10억원을 제시했는데도 매매 협의가 되지 않아 끝내 해당 토지를 확보하지 못해 매도 청구권을 행사하기에 이른 원고 측에서 그가 직접 의뢰한 감정 평가액 7억원에 부동산 소유자와 협의가 이뤄질 것을 기대했다고 보기 어렵다.
어차피 매도 청구 소송에서의 매매 대금 결정을 위해 법원 감정이 진행될 텐데 굳이 협의되지 않을 금액의 감정 평가액을 제시하는 것이다.
사업 시행자는 협의 과정을 거쳐야 매도 청구를 행사할 수 있으므로 성실한 협의를 위해 감정 평가를 활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진정한 의도는 이뤄지지 않을 협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미리 사감정을 해놓음으로써 법원 감정 평가액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매수해 오고자 하는 부동산 가액에 대한 의견 표명 차원인 것이다.
과거 6~7년 전까지만 해도 매도 청구 소송의 트렌드는 단순히 ‘시가’로 매수한다는 것이었고 그 ‘시가’는 재판부에서 법원 감정인에게 시가 감정 평가를 의뢰해 나온 결론을 토대로 결정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살펴본 것처럼 아예 사업 시행자가 미리 시가 감정 평가 받아 그 금액대로 부동산을 매매 대금을 소장에 기재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소장에는 매매 대금으로 기재되지 않았지만 감정 평가 시스템상으로 사업 시행자의 사감정(시가감정) 내역이 확인되는 경우도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면 사업 시행자가 감정 평가를 활용해 협상의 주도권을 쥐고 소송을 주도하는 것에 끌려가지 않도록 부동산 소유자 역시 제대로 매매 대금을 책정받기 위한 나름의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어차피 매도 청구 소송으로 가는 길목에 ‘협의’라는 과정이 존재하니 매도 청구 소송이 예상된다면 부동산 소유자 또한 적극적으로 가격 수준에 대한 파악과 협의의 근거를 갖춰 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
박효정 로안감정평가사사무소·토지보상행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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