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준 케어원 해충방제전문가
얼마 전 서울 강남의 한 주택에서 흰개미가 발견돼 검역 당국이 긴장한 사건이 발생했다. 다행히 흰개미가 집 밖으로 이동한 흔적이 없어 발견된 흰개미만 박멸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이 사건으로 흰개미와 관련된 기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한 때 관심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하절기로 접어들면서 해충 발생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집 안, 식당, 편의점 등 시간,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해충에 인간들은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지구 온난화 현상이 지속되면서 평소 보지 못했던 해충의 발견은 우리를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가 됐다.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해충 발생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주목받는 직업이 있다. 바로 해충방제전문가다. 해충이 발생되는 공간의 특성을 파악해 유입경로를 차단하고 해충을 박멸하는 이 직업은 해충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물론 서비스 마인드까지 요구되는 전문 영역이다. 십 수 년째 해충방제전문가로 활동 중인 홍성준 케어원 선임매니저를 만나 직업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얼마 전 집안에서 흰개미가 발견돼 이슈가 됐었는데, 이런 벌레나 해충을 발견했을 땐 어떻게 하는 게 좋습니까.
“흰개미의 경우엔 1년에 한 번만 많은 개체가 출현하기 때문에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데요. 1년에 한 번 밖으로 나와 결혼비행이라는 걸 하죠. 흰개미의 경우 개미과의 곤충이 아니라 흰개미목으로 분류되는 녀석들이죠. 오래 전 바퀴벌레에서 떨어져 나온 개체로 분류되죠. 이 녀석들의 주 먹이가 나무에 있는 셀룰로오소 성분이거든요. 목조건물의 경우 집이 무너질 가능성도 있어 전문 해충방제업체에 문의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그럼 흰개미는 국내서 나고 자란 해충이 아니겠군요.
“사실상 국내에서 발견되는 흰개미는 대부분 일본에서 넘어왔어요. 목조건물이 많은 일본에 서식을 많이 하거든요. 미국 역시 목조주택이 많아 이 흰개미를 두려워하죠. 흰개미는 나무 속을 갉아먹기 때문에 집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어요. 케어원의 전신인 터미닉스가 미국기업인데, 흰개미(termite)와 터미네이트(terminate)의 합성어예요 터미닉스는 미국에서 흰개미 방지 특허를 내기도 한 글로벌 기업입니다.” 흰개미를 현장에서 본 적 있으세요.
“예전에 연희동의 오래된 구옥에서 본 적 있어요. 흰개미의 특이점은 1년에 한 번 공중에서 짝짓기를 하는데, 짝짓기 이후 수컷들은 모두 죽습니다. 그래서 신고가 들어올 때쯤이면 이미 서식한 흰개미들이 짝짓기를 한 뒤 사체로 변한 이후죠. 국내에선 크게 걱정 안하셔도 된다는 점이 국내 특성상 콘크리트 건물이 대다수라 미국이나 일본처럼 건물이 무너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죠.”
언제부터 이 일을 하신 건가요.
“2005년부터 했으니 햇수로 18년째네요. 회사에서는 저희같은 해충방제전문가들을 SC(서비스 컨설턴트)로 통일합니다.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것처럼 해충으로 오염된 고객의 공간을 방역서비스로 관리해주는 역할이거든요.”
“해충의 유입 경로 다양해져, 장바구니·택배상자·배관 등을 통해 유입···
해충 막기 위해선 위생관리가 중요”
해충 막기 위해선 위생관리가 중요”
10년 넘게 이 일을 하셨으니,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바퀴벌레 같은 해충들의 습성은 크게 변하지 않아요. 대게 고온다습한 환경을 선호하죠. 예전과 달라진 점은 유입 경로가 다양해졌다는 점이에요. 바퀴벌레의 경우 축축하고 습한 곳을 좋아하고, 몸이 눌러지는 현상인 향촉성(몸이 눌리는 행위)을 좋아하는 특징이 있어요. 그래서 장바구니나 택배박스 틈을 통해서도 유입되곤 하죠. 또 다가구주택의 경우 해충들이 배관을 따라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 원래 해충이 없던 공간에도 다른 집을 통해 유입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원래는 없었는데, 옆집·윗집·아랫집을 통해 들어오는 경우도 있겠군요.
“그렇죠. 예전에 한 아파트에서 서비스 신청이 들어 온 적이 있었어요. 그동안 살면서 바퀴벌레를 본 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생겨났다는 얘길 들었죠. 확인해보니, 윗집이 이사를 왔는데 이삿짐에 바퀴벌레가 함께 따라온 상황이었어요. 약을 뿌렸더니 배관을 타고 아랫집, 윗집으로 퍼져 한 동 전체를 서비스 했던 기억이 있어요.” 바퀴벌레와 같은 해충 발생 요인은 뭔가요.
“가장 중요한 건 위생 상태예요. 예전에 특이한 습관을 가진 고객이 한 분 있었어요. 퇴근길마다 고물을 주워오는 습관이 있는 분이었죠. 주워오는 고물에 바퀴벌레 등 해충이 달려와서 식탁에도 바퀴벌레가 기어 다닐 정도였어요. 그런 습관을 고치지 않는 이상 저희가 아무리 퇴치를 해도 공간이 바뀌지 않습니다.”
해충을 발견하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냥 죽이나요. 아니면 무조건 해충방제신청을 하는 게 좋나요.
“개체 수에 따라 내부 서식인지, 외부침입인지를 분류할 수 있어요. 외부 침입이라면 통상 일주일에 한 두 마리 정도 보여 지는데, 그 경우엔 그냥 죽이면 됩니다. 반면, 하루에도 세 네 마리 이상 보인다면 신청하는 것이 좋고요.”
“날씨가 따뜻해지는 하절기에 해충 발생 빈도 높아, 지구온난화로 새로운 해충도 대거 발생돼···해충방제전문가, 해충의 배설물 냄새로 유무 확인 가능”
계절의 영향도 있겠죠.
“물론이죠. 저희는 하절기로 접어들면 성수기로 봅니다. 따뜻한 하절기에 해충들이 가장 많이 번식하고 활동하기 때문에 그 시기에 가장 많이 발생되죠.”
최근 들어 나타나는 해충 종류도 있나요.
“몇 년 전 러브버그라는 파리목 해충이 대량 발생해 문제가 된 적도 있었고, 또 노래기, 대벌레도 많이 나왔었죠. 이런 해충들이 발생되는 이유는 발생하기 전 해의 겨울이 춥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왜냐하면 겨울 동안 해충이 낳은 알들이 얼어 죽는 게 일반적인데, 날이 따뜻하면 그대로 살아나 이듬해 봄에 엄청난 개체 수로 세상에 나오게 되거든요.”
해충 발생도 지구 온난화와 연결되는군요.
“맞습니다. 지구의 온도가 높아질수록 평소 보지 못했던 해충들이 더 많이 발견될 가능성이 높아요. 해충의 문제는 육안상으로 보기 안 좋은 것도 있지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는 점이라 주의해야 합니다.” 해충방제전문가는 공간만 보면 해충이 서식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나요.
“그렇죠. 전문가들은 그 공간의 냄새만 맡아도 해충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 가능합니다. 특히 바퀴벌레의 경우 특유의 배설물 냄새가 있는데, 집 또는 식당에 들어가면 바로 알 수 있죠.”
어떻게 보면 직업병이네요. 만약 식당에 들어갔는데 해충의 배설물 냄새가 나면 어떻게 하나요.
“바로 나오죠.(웃음) 왜냐하면 해충이 서식한다는 건 위생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에 식당이라면 바로 나오죠.”
또 다른 직업병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이 직업을 하고 나서 더 민감해진 부분인데요. 제가 앞을 보고 있지만 시선이 미치는 바닥, 천장 등 위아래로 지나가는 벌레가 온몸으로 느껴져요. 아주 작은 벌레라도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할까요.(웃음) 그래서 저희가 항상 가지고 다니는 ‘모니터링 트랩(벌레를 유인하는 끈끈이 성분)’을 보이는 대로 가구나 집기 틈새에 꽂아두는 버릇이 있어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해충방제서비스가 전문가의 영역이네요. 자격증 또는 직업 교육을 받아야 이행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해충방제전문가, SC로 근무하려면 한국방역협회에서 주관하는 ‘소독업무종사자’ 신규반 16시간의 교육을 이수해야합니다. 재직 중에는 3년 간격으로 8시간의 보수교육을 받아야 자격이 유지되고요. 케어원의 경우,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자체 교육팀을 운영하고 있어요. 연 700시간 이상 온·오프라인 교육을 통해 전문가를 양성하고, 현장에 배치시키고 있죠.”
교육 이수에 따라 인사평가에 반영되기도 하나요.
“저희 회사의 경우엔 내부 교육도 레벨을 나눠 운영되고, 이수할 때마다 인사평가에 반영돼 연봉 또는 승진에 가산점을 반영하고 있어요. 이렇게 하는 이유는 고객들이 받는 서비스의 퀄리티를 상향선에 맞춰 유지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죠.”
서비스 순서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우선 서비스를 요청하시면 계약이 진행되고, 현장조사를 위해 사전 방문을 합니다. 이후 고객과 날짜를 잡아 공간에 맞는 방제공법으로 서비스가 진행됩니다. 신규 고객의 경우 집중 퇴치를 위해 한 달 간격으로 초기집중관리 서비스 4회를 진행합니다. 문제해충이 퇴치되었다면 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매월 방문해 유지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비용 견적은 어떤 식으로 책정되나요.
“보통 면적당 가격이 책정됩니다. 소규모 산업체의 경우 기간으로 계약하는데, 기본 2년 계약으로 진행되고요.”
성수기인 하절기에는 문의가 많이 들어올 것 같은데, 하루 평균 몇 건 정도 신청이 들어오나요.
“지난달의 경우 한 달 간 1700여 콜 이상 본사 및 지사로 접수됐어요. 그럼 각 지점별로 배정을 받아 현장방문을 하는데, 보통 아침부터 저녁까지 고객들을 응대하곤 하죠.”
생각보다 많네요. 비성수기인 동절기에는 그나마 조금 널널하겠군요.
“그렇지도 않아요. 하절기보단 신청 문의가 덜하지만 기존 고객들의 업장에 해충 포획 장비와 위생용품을 관리하거나 모니터링을 위해 꾸준히 방문을 하기 때문에 큰 차이는 없습니다. 동절기에는 쥐들이 실내로 침입해 일으키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때문에 널널하진 않습니다.(웃음).”
“벌레에 대한 거부감 없고, 주인의식 가져야 하는 직업···위생에 민감한 직업이라 주변인들이 피곤해 할 수도 있어”
해충방제전문가가 되려면 꼭 갖춰야 할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벌레나 해충에 거부감이 없어야 해요. 어릴 적 저희 집 마당이 아주 넓었는데, 벌레나 쥐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아버지께서 공기총으로 쥐를 잡으면 치우는 건 제 몫이었죠. 아마 그 영향으로 지금도 벌레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것 같아요. 또 주인의식이 있어야 해요. 단순히 트랩만 설치하고, 수거하는 역할로만 현장에 가면 서비스 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방문하는 현장에 해충이 없게끔 공간을 치유해주는 의사라는 마인드가 저희에겐 필요합니다.”
직업의 장단점을 꼽아보죠.
“장점은 해충, 유해세균,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직업이다 보니 질병을 예방하는 습관이 베여있어요. 저뿐만 아니라 가족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셀프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이고요. 단점은 너무 지나치다는 점이에요.(웃음) 전 회사나 집에서나 오로지 위생을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거든요. 손이 닿는 곳마다 닦고 소독하는 게 일이라 가족들이 늘 피곤해 하죠.(웃음)”
연봉은 어느 정도인가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SC의 경우 생산성을 평가해 분기별로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또 자사제품을 판매할 경우 판매 수당도 별도로 지급됩니다.”
앞으로의 이 직업,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사스, 메르스,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가 생겨나고,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해충들이 대거 발생되면서 중요해지는 직업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위생수준이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향후 위생 솔루션의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여 집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사진=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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