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BBC방송은 6월 23일 머스크가 저커버그가 최근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두 사람이 만나 ‘케이지 매치(Cage Match)’를 벌이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케이지 매치는 밀폐된 장소에서 레슬링 선수들이 서로를 제압하고 탈출하면 승리하는 프로 레슬링 경기다. 세계적인 빅테크 기업 CEO들이 직접 만나 ‘현피(현실에서 만나 싸움을 벌인다는 뜻의 은어)’를 벌일 가능성이 높아지며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만우절 농담’처럼 들리는 두 사람의 결투는 소셜미디어(SNS)에서 벌어진 설전이 발단이 됐다. 메타는 최근 트위터의 대항마로 '스레드(Threads)'라는 이름의 SNS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한 사람이 이 소식을 트위터를 통해 머스크에게 보내며 “스레드가 진짜 트위터의 라이벌이 될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머스크는 “전 지구가 조만간 아무 대안도 없이 저커버그 손가락에 지배당하겠 생겼다”고 비꼬는 듯한 답변을 달았다. 스레드가 트위터의 라이벌이 되지 못할 것임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자 또 다른 사용자가 “저커버그가 주짓수를 한다는 데 조심하라”고 답을 달았다. 이에 머스크는 여기에 “저커버그와 케이지 매치를 하고 싶다”고 응답했고, 이와 같은 논란을 지켜보던 저커버그가 등판해 “위치를 알려달라”는 댓글을 달았다. 여기에 머스크는 “라스베가스 옥타곤”이라고 답을 단 것이다. 옥타곤은 얼티밋 파이팅 챔피언십(UFC) 시합에 사용되는 경기 매트와 펜스로 둘러싸인 곳으로 UFC는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본사를 두고 있다.
온라인상의 설전이 발단이 된 두 사람의 현피가 실제로 성사될 것인지, 아니면 그저 ‘농담’에 그칠지는 여전히 아리송한 상황이다. 이와 같은 트윗 이후 머스크가 바다코끼리의 짧은 동영상을 게재하며 저커버그에 대한 그의 도전이 완전히 진지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크 전문매체 더버지가 6월 22일 “저커버그가 머스크와의 결투에 대해 매우 진심이며 세부 사항을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더버지는 “이 언쟁이 진담이냐'는 질의에 메타 대변인이 ‘보여지는 그대로다’고 답했다”며 “실제 두 사람의 격투기 대결이 벌어질지는 미지수지만, 성사가 된다면 세기의 대결이 될 것이다”고 기대를 표했다.
두 사람의 ‘현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두 사람 중 ‘누가 이길 것인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스포츠 베팅 플랫폼인 오드스페디아는 보바다, 베트 온라인, 래드브룩스 등 여러 북메이커의 배당률을 집계한 결과 저커버그가 이길 확률이 83%에 달하는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머스크는 6월 말 52세가 된다. 저커버그는 올해 39세다. 덩치는 머스크가 더 큰 편이지만, 저커버그는 오랫동안 주짓수를 배워왔다. 머스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격렬한 길거리 싸움을 경험하며 자랐다”며 "나는 상대방 위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해마'라고 부르는 멋진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저커버그 또한 불과 한 달 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주짓수 토너먼트 대회에 출전해 2개 종목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땄을 만큼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머스크와 저커버그는 이전에도 갈등을 겪었던 역사가 있다. 2017년에는 인공 지능의 미래를 놓고 공개적인 불화를 겪기도 했다. 머스크는 “인공지능이 인류에게 잠재적으로 실존적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위험성을 거듭 경고하고 있는 반면, 저커버그는 훨씬 더 낙관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저커버그는 당시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에서 "최후의 날 시나리오’를 바라보는 인공지능 반대론자들은 매우 무책임한 사람들이다”고 일축했다. 이에 머스크는 곧바로 트위터를 통해 “저커버그와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니, 이 주제에 대한 그의 사고는 매우 제한적이다”고 반격한 바 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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