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 모회사 케링그룹, 프랑스 향수 브랜드 크리드 인수

크리드. (사진=크리드 홈페이지)
크리드. (사진=크리드 홈페이지)
우리나라 경제계에는 4대 그룹이 있죠. 삼성, SK, 현대차, LG를 묶어 한 번에 부르는 것인데요. 마찬가지로 글로벌 명품 업계에도 4대 그룹이 있습니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케링그룹, 리치몬트그룹, 에르메스 등 4곳을 지칭하는 겁니다.

그중, 오늘 말하고자 하는 곳은 케링그룹입니다. 1963년 프랑수아 피노가 설립한 럭셔리 패션 회사로,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두고 있습니다. 1985년부터는 창업주의 아들인 프랑수아 앙리 피노가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직을 맡고 있고요.

대표 브랜드로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가 있습니다. 이외에도 생로랑, 보테가 베네타, 발렌시아가, 알렉산더 맥퀸, 브리오니 등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주얼리 브랜드로는 부쉐론, 포멜라또, 도도, 퀼린을 가지고 있고요. 종합해 보면, 6개의 패션 브랜드와 4개의 주얼리 브랜드가 있는 겁니다.

그런데 여기에 향수 브랜드가 하나 추가된다고 합니다. 26일(현지시간) 케링그룹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프랑스의 럭셔리 향수 브랜드 '크리드' 지분을 100% 인수한다고 밝혔는데요. 케링그룹은 "크리드는 럭셔리 향수로는 가장 큰 독립 기업"이라며 "미래 성장을 위해 전략적으로 '케링 뷰티'를 강화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크리드는 1760년 제임스 헨리 크리드가 설립한 고급 향수 브랜드로, 현재 7대에 걸쳐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는 초고가 향수로 유명합니다. 우리가 알만한 프리미엄 향수들과 비교해도 10만~20만원가량 비싸거든요.

인수가는 최대 20억유로(약 2조8500억원)입니다. RBC의 피랄 다다니아 애널리스트는 로이터통신에 '로레알-이솝 인수'를 근거로 제시하면서 케링그룹의 크리드 인수가를 10억~20억유로로 추산했습니다. 지난해 크리드의 연매출은 2억5000만유로(약 3500억원)입니다.

케링 그룹은 "크리드의 하이엔드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중국 또는 여행 시장에서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것"이라며 "지역, 채널 등 전반에 걸쳐 크리드의 잠재력을 더욱 드러낼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크리드를 인수했을까요. 뷰티 사업의 수익성 확보가 목적입니다. 하이엔드 럭셔리 향수 부문은 코로나19 이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여기에, 케링뷰티는 크리드를 기반으로 향수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할 계획인데요. 케링그룹 측은 "크리드의 글로벌 유통망을 활용한다면 케링 뷰티는 향후 다른 향수 프랜차이즈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크리드는 글로벌 시장에서 총 1400개 매장을 확보하고 있거든요.

프랑수아 앙리 피노 회장은 "럭셔리 뷰티 부문에서 입지를 다지겠다는 우리의 의지를 보여주는 결정"이라며 "크리드가 케링 럭셔리 하우스 컬렉션에 합류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또 하나. 패션 브랜드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새로운 수익원이 필요하거든요. 구찌의 1분기 매출은 26억1600만유로. 전년 동기 대비 단 '1%' 증가했습니다. 이정도면 양호합니다. 지난해 4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한 매출(27억3300만유로)을 기록했으니까요.

지난해 기준으로 구찌의 매출은 케링그룹 전체 매출의 50% 비중을 차지합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구찌의 성장세가 더디니,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겁니다. 과연 케링그룹이 크리드를 잘 이용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네요.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