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부회장, SK하이닉스 근원적인 체력 한 단계 높인 장본인
지난해 속도·유연성·전문성·다양성 높이는 방향으로 조직 개편
다운턴 상황 기회로 삼아 더 큰 도약을 이루겠다는 의지 내비쳐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사진=SK하이닉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이 깊은 다운턴(downturn)과 글로벌 불확실성을 우리의 기본을 더 강하게 하고 사업 모델의 혁신을 만들어 내는 기회로 삼아 반드시 주주 여러분과 고객, 나아가 국가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SK하이닉스 박정호 대표이사 부회장의 올해 3월 주주총회 때 다짐이다. 다운턴 상황을 내실을 다지는 기회로 삼아 오히려 더 큰 도약을 이루겠다는 강한 의지와 자신감의 표현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4조6216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매출과 함께 6조8094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올해는 글로벌 경기 침체 등 도전적인 경영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박 부회장은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 개발과 강한 기업 문화를 바탕으로 다가올 미래 시장에의 도전을 이어 나가고 있다. 특히 사업 모델의 혁신을 만들어 내면서 SK하이닉스의 체질 개선을 이끌고 있다.

박 부회장은 지난해 말 속도와 유연성, 전문성과 다양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 능력을 높이면서 미래 성장 기반을 탄탄히 다져 나가기 위해서였다. 박 부회장은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강한 DNA를 일깨우면서 명실상부한 글로벌 일류 기술 기업을 향한 새로운 도약을 반드시 이뤄 내겠다”고 강조했다.

2012년 SK그룹의 하이닉스 인수를 주도한 박 부회장은 이후 굵직한 투자들과 함께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과의 협업을 이끌고 있다. 또, 적시에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원하면서 회사가 메모리 반도체 각 분야에서 업계를 선도하는 기술을 속속 개발해 낼 수 있는 바탕을 만드는 등 SK하이닉스의 근원적인 체력을 한 단계 높여 놓았다.

이를 기반으로 SK하이닉스는 지난 1월 현존 최고속 모바일용 D램 ‘LPDDR5T(Low Power Double Data Rate 5 Turbo)’를 개발했고 인텔이 출시한 신형 서버용 CPU에 10나노급 4세대(1a) DDR5 서버용 D램을 적용할 수 있다는 인증을 세계 최초로 받았다. 더 나아가 SK하이닉스는 지난 5월 10나노급 5세대(1b) DDR5 개발을 완료하고 인텔과의 호환성을 검증하는 절차를 시작했다.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의 급부상으로 고대역폭 메모리 HBM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 SK하이닉스는 이 분야의 선두 주자다. 지난해 6월 엔비디아에 HBM3를 공급하며 양산을 시작한 SK하이닉스는 올해 4월 세계 최초로 12단 적층에 성공해 현존 최고 용량인 24GB 제품을 개발했다.

5월부터 세계에서 가장 작은 크기이면서 동시에 세계 최고층인 238단 낸드 양산에 나서는 등 D램과 낸드에서 초격차 기술을 선보였다.

SK하이닉스는 최고의 기술 회사로서 그 위상을 지속 강화해 나가고 있다. AI 시대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고대역폭 D램에서 HBM3E, HBM4 등 차세대 제품 적기 개발을 통해 No.1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DDR5에서는 10여년 만에 찾아온 세대 교체기를 적극 활용해 높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해나갈 전략을 추진 중이다. 모바일 시장에서는 LPDDR5T를 중심으로 High-End 시장을 주도해 나가고, eSSD는 프리미엄 제품군 라인업을 보강해 시장 입지를 강화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사회적 가치(Social Value)와 ESG 경영에도 힘쓰고 있다. 최근 회사는 지난해 7조 5,845억 원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으며, SK그룹 멤버사 최초로 협력사들도 포함해 사회적 가치를 측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회사를 넘어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ESG 관리 역량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부터 ESG 전략 프레임워크인 PRISM(Pursue, Restore, Innovate, Synchronize, Motivate)을 만들어 이를 실천하고 있다. PRISM에는 그 이름처럼 이해관계자와 투명하게 소통한다는 뜻이 있고, 프리즘을 통해 나오는 빛의 스펙트럼처럼 선한 영향력을 세상에 전파하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박 부회장은 가족 친화적인 기업문화 구축과 근무 여건 개선을 통해 구성원들이 가족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하며 업무에도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도 힘을 쏟고 있다. 대표적인 제도로는 ‘해피 프라이데이(Happy Friday)’가 있다. 해피 프라이데이는 2주 동안 80시간 이상 근무한 구성원이 휴가를 사용하지 않고 월 1회 지정된 금요일에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게 하는 제도다. 또, 난임 지원 제도 등 다양한 제도를 신설해 저출산과 같은 사회적 난제 해결에도 앞장서고 있다.

현재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다운턴으로 인해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박 부회장은 CapEx/OpEx를 효율화하고 이를 통해 내재화한 원가 경쟁력이 다가올 업턴(Upturn)의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해나가고 있다. 또한 경영 효율을 극대화하면서도 차세대 제품 개발과 양산을 위한 필수 기술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미래 시장 선점과 No.1 기술 경쟁력 유지에 빈틈이 없도록 준비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박 부회장의 글로벌 빅테크 업체들과의 경계없는 초협력 경영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이를 통해 SK하이닉스는 기술 완성도를 제고하고 다가올 AI 컴퓨팅 생태계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약력1963년생. 마산고. 고려대 경영학과. 조지워싱턴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1989년 선경 입사. 2001년 SK텔레콤 마케팅전략본부 팀장. 2009년 SK텔레콤 사업개발실장. 2015 SK C&C 대표이사 사장. 2017년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2019년 SKB 대표이사 사장. 2021년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현). 2022년 SK스퀘어 부회장(현).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