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수출 규제 현안 4년 만에 완전히 해소.
'정부가 정책 내놓으면 기업은 대책 마련한다'는 진리 입증.
일본, 반도체 소부장에서 여전한 강자.
일본과의 협력은 비메모리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도움 줄 것

[강문성의 경제 돋보기]
변화한 한·일 관계와 반도체 산업 지도 [강문성의 경제 돋보기]
2019년 7월 이후 지속돼 온 한·일 수출 규제 현안이 지난 6월 27일 4년 만에 완전히 해소됐다. 이는 지난 3월과 5월 양국 정상이 상대국을 방문하면서 그동안 중단됐던 한·일 셔틀 외교가 복원된 이후 한·일 양국 정부의 합의에 따라 진행된 일련의 과정이라고 판단된다. 즉, 2018년 대법원의 강제 노역 피해자에 대한 배상 확정 판결 이후 악화된 한·일 관계가 정상화되고 있다.

그러면 2019년 7월 일본 정부가 한국 핵심 산업의 소재 3개 품목(불화수소·포토레지스트·불화폴리이미드)에 대한 수출 규제를 발표한 이후 한·일 양국 간 반도체 관련 통상 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을까. 무역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불화수소는 대일 수입이 급격히 감소했지만 그 대신 중국에서의 수입이 증가했다. 2018년 41.9%였던 불화수소의 대일 수입 비율이 2022년 7.7%로 급격히 감소했다.

이에 반해 2018년 52.0%였던 불화수소의 대중 수입 비율이 2022년에는 80.1%까지 치솟았다. 포토레지스트는 2018년 대일 수입 비율이 93.2%였지만 2022년 77.4%로 소폭 하락했다. 그 대신 벨기에의 수입 비율이 2018년 0.8%에서 2022년 15.7%로 증가했지만 벨기에 소재 일본 합작법인으로부터의 수입 증가에 기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화폴리이미드는 일본의 수출 규제 시행 이전 이미 국산화가 상당히 진행됐고 최근에는 불화폴리이미드 대신 투명 폴리이미드로 대체되는 상황이어서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종합하면 일부 수출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었음에도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에 기업은 결국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 대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정부가 정책을 내놓으면 기업은 대책을 내놓는다’는 시중의 진리가 다시 한 번 확인됐다. 다만 이 과정에서 수입처 변화에 따른 추가적인 비용이 상승하고 무역 전환 효과로 인해 중국과 대만 등이 반사 이익을 챙긴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일본 역시 반도체 협력 파트너를 기존의 한국에서 대만으로 선회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면 한국의 대일 반도체 부문 전체 수입은 어떠한 변화를 초래했을까. 지난해 품목별 대일 수입 통계를 살펴보면 반도체(부품 포함 MTI 831) 부문이 77억7000만 달러를 기록해 가장 많은 금액을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반도체 제조용 장비(MTI 732)가 55억3000만 달러로 대일 수입 순위 2위를 기록했다. 결국 한국의 반도체와 반도체 제조용 장비와 관련된 수입이 대일 수입의 24.3%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MTI 831) 부문의 세부 품목 중 프로세서와 컨트롤러(MTI 831120)의 수입이 2022년 49억6000만
억 달러를 기록해 반도체(MTI 831) 수입의 89.7%를 차지했다. 한국이 강점이 있는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컨트롤러가 필요한데 대만 외에도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이 중요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즉 일본은 반도체 최종재 생산에서는 경쟁력을 상실했지만 반도체 부품, 반도체 제조용 장비와 그 부품 등에서는 아직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미국과 대만 역시 일본과의 협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이유이고 이러한 강점은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분야에서의 대중국 봉쇄 정책 이후 일본이 뜨는 이유다.

이러한 일본의 강점을 한국의 삼성전자 역시 인정하고 일본 반도체 분야에서 협력을 꾀하고 있다. 한국이 일본과 반도체 협력을 강화한다면 일본·대만의 반도체 연합을 부분적으로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기 위한 한국·미국·일본·대만의 연합이 강화돼 반도체 세계 지형을 변화시킬 것이고 한국이 원하는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의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강문성 고려대 국제대학 학장 겸 국제대학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