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팀장, 버스기사 A씨에 수차례 “사표쓰고 나가라”고 말해
사표 쓰라는 상사의 말에 출근 안 한 직원에게 사측이 해고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파기환송심 판결이 나왔다.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고법 제1행정부 이준명 수석부장판사는 버스기사 A씨가 부당해고를 인정하지 않은 판정을 취소하라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상대로 낸 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2020년 1월 한 버스회사에 입사해 통근버스 운행을 맡은 A씨는 두 차례 무단결근했다가 그해 2월 회사 관리팀장으로부터 사표를 쓰라는 말을 들었다.
수차례 사표를 쓰라는 팀장의 말에 A씨는 “해고하는 것이냐”고 묻자 팀장은 다시 사표를 쓰고 가라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그 말을 들은 A씨는 다음 날부터 출근하지 않았다.A씨는 석 달 뒤 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했다.
사측은 "근무 태도를 질책한 것일 뿐 해고한 사실이 없다"며 '무단결근에 따른 정상 근무 독촉 통보'라고 주장했다.지노위는 '해고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A씨의 구제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중노위 역시 기각하는 재심 판정을 했다.
A씨는 중노위를 상대로 재심 판정을 취소할 것과 사측에 부당해고임을 인정하고 복직 전 부당해고 기간 임금 상당액을 선지급할 것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사표를 쓰라고 말한 관리팀장에게 직원의 해고 권한이 없고, 사표 쓰라는 말은 우발적인 발언이라며 A씨의 주장을 기각했으나 대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관리팀장은 A씨와 말다툼하기 전 ‘버스 키를 반납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A씨가 이에 응하지 않자 직접 찾아가 열쇠까지 회수한 것은 더는 근로자의 노무를 수령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3개월 동안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다가 A씨가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한 뒤에야 출근을 독촉했다는 점 등을 볼 때 대표이사가 묵시적으로 해고를 승인·추인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지난 2월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에서도 "'사표 쓰고 나가라'는 말을 반복한 것은 원고의 의사에 반해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고자 하는 의사표시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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