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비즈니스는 지난 25년간 한국 최고의 애널리스트를 선정했다. 그 역사는 한국 자본 시장의 변화이자 경제와 산업을 전망하는 증권가의 브레인 ‘애널리스트’를 위한 기록이기도 했다. 그간 증권사는 흥망성쇠를 겪었지만 애널리스트는 올해가 그 어느 때보다 시련의 시기였다. 안팎으로 애널리스트의 위상이 꺾이는 일만 가득했다.
애널리스트의 위상이 전과 같지 않은 지금에도 애널리스트를 업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또 여전히 애널리스트를 목표로 삼은 이들이 있다.
그들은 시장에 인사이트를 제시하고 싶어서, 좋은 기업을 발굴하고 싶어서, 미래를 내다보고 싶어서 애널리스트에 뛰어들었다. 그들이 펴낸 보고서 안에는 치열한 오늘을 사는 애널리스트의 고민이 담겨 있다. 한경비즈니스는 위상도 연봉도 전과 같지 않지만 애널리스트가 좋아 이 일에 뛰어든 1990년대생 애널리스트들에게 주목했다. 파트 2는 그들의 현주소와 고민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이야기다.
이제 막 애널리스트의 길에 들어섰거나 아직 제 진가를 다 발휘하지 못한 애널리스트들이 있다. 이들은 탄탄한 실력으로 미래 다크호스를 넘어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꿈꾼다.
한경비즈니스는 베스트 애널리스트 조사 대상인 한국의 증권사 27곳의 1990년대생 애널리스트 149명을 전수 조사했다. 1990생년부터 1998년생까지 구성된 이들은 이제 막 데뷔한 샛별 애널리스트부터 7년 차까지 다양한 경력을 자랑한다. 이 중에서 업계의 호평을 받거나 투자자들의 추천을 받아 향후 시장이 주목할 애널리스트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주니어 애널리스트들을 일부 추렸다. 반도체정민규 상상인증권 애널리스트는 5월 25일 데뷔한 샛별 중의 샛별이다. 전기전자공학을 전공해 반도체 소재부품 섹터에서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을 접했을 때 이해도가 빠른 편이다. 공학적 용어나 작동, 반응 원리를 이해함으로써 이 분야를 잘 모르는 투자자들에게도 알기 쉽게 리포트에 녹여 내는 것이 강점이다. 첫 데뷔작인 ‘전쟁에 준우승은 없다’ 보고서는 반도체 산업의 과거 사이클에서 찾을 수 있는 시사점을 다뤘다. 또, 여러 국가들의 반도체 정책을 정리해 다양한 투자 정보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2차전지박진수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선정적이지 않고 팩트 파인딩을 잘하는 것으로 호평받고 있다. 1994년생의 숨은 다크호스다. 동갑내기 권준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이탈리아 유학파 출신으로 외국어 능력이 출중하다. 그의 대표 보고서는 ‘배터리 공급망 재편, 21세기 골드러시’다. 당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법안 초안이 나온 지 얼마 안 된 시기로 불확실성이 많은 상황에서 시장과 투자 전략 방향성이 시장 흐름과 일치해 호평을 받았다.
이현욱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폭넓은 인간관계’가 강점이다. 이를 통해 얻은 다양한 정보를 기반으로 다수의 리포트를 발간했다. 최근 핫한 에크프로에 대한 분석은 물론 성일하이텍·새빗켐·아이에스동서 등 투자자들이 궁금해하는 2차전지 주요 기업들을 샅샅이 분석했다.유통이해니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칭화대 영어영문학을 나왔다. 1993년생으로 연차가 낮아도 시장에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애널리스트가 좋아 이 일에 뛰어들었다. 올해로 3년 차다. 자칭 타칭 ‘소비왕’으로, 소비재의 트렌드에 그 누구보다 민감하다. ‘이건 못 참지’라는 보고서에서 의류 브랜드의 소비, 의류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의 수주가 왕성하다는 점을 짚었는데 산업의 방향성을 적시에 짚었다는 평을 받았다. 그의 동생은 대신증권의 이지니 애널리스트로, 보기 드문 자매 애널리스트다.
1996년생인 조소정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3월부터 화장품, 섬유·의복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입사 당시 HSK 6급을 보유했을 정도로 중국어에 능통하다. 화장품은 중국이 큰 변수로 작용하는 섹터이기 때문에 중국어 역량은 유통 부문의 크나큰 강점이다. 조 애널리스트의 대표 보고서는 6월 23일 발간한 ‘화장품 2Q 업황 점검 : 시간이 약인가’다.
하희지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1997년생으로, 올해 2월 ‘음식료·담배’ 섹터로 데뷔했다. 향후 시장에서 주목받는 애널리스트로서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업계 평가를 받았다. 자신만의 논리와 가정으로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신뢰감 있는 애널리스트가 꿈이다. 게임1995년생인 최승호 상상인증권 애널리스트는 2022년 10월 게임 산업에 입성했다. 데뷔 3개월 만에 100쪽에 달하는 게임 산업 리포트를 발간하면서 두각을 보이기 시작했다. 올 3월 중소형 게임주 인뎁스 자료인 ‘라이징스타를 찾아서’를 썼다. 유명한 ‘게임 덕후’로 대부분의 게임을 직접 경험하고 이를 바탕으로 게임 흥행을 평가한다. 게임 산업의 장기 트렌드와 특징을 설명할 수 있는 내공이 있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게임 부문 샛별이다. 특이점은 게임과 인터넷을 담당하면서 우주 산업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누리호 발사 때 공중파 라디오 방송에서 실황 중계를 할 만큼 여의도의 몇 안 되는 우주 전문가로 통한다. 철강이유진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름도, 소속도 외우기 쉽다. ‘유진의 유진’이다. 1994년생의 이 애널리스트는 꼼꼼한 보고서, 잘 쓴 보고서로 정평이 났다. 지난해 11월 28일 발간한 ‘철강산업의 탈바꿈(Metamorphosis)’은 그의 첫 보고서로 철강 산업의 용어 정리부터 진단과 전망까지 무려 140쪽에 걸쳐 그만의 시각을 담았다. 철강에 문외한이어도 읽기 쉽다는 평가다. 증권보험올해 4월 데뷔한 안영준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1994년생이다. 기업의 펀더멘털과 투자자의 심리에 따라 주가가 바뀌는 것에 흥미를 느껴 애널리스트에 발을 들였다. 2019년 삼성증권의 투자은행(IB) 업무를 보조했고 2020년 하나증권에서 자동차 리서치 어시스턴트(RA)를 담당했다. 올해 4월부터 보험·증권을 커버하는 그는 아직 이렇다 할 대표 보고서는 없지만 애널리스트들의 ‘엉덩이 싸움’에서 지지 않을 체력과 맷집을 보유하고 있다.스몰캡이수림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1997년생으로 이제 막 2년 차가 됐다. 올해 증시 상승을 주도한 정보기술(IT)·2차전지 스몰캡 중 핫한 종목 발굴과 분석에서 성과를 냈다. 대표 종목은 노바텍·비에이치·아비코전자 등이다. 어린 나이이지만 시니어급 대외 활동으로 상당수의 고정 팬도 확보했다. 시장의 흐름을 빠르게 캐치하고 보고서로 대응해 종목 수익률이 좋다는 호평을 받는다.
김세희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스몰캡과 가상자산을 담당하고 있다. 메타버스·인공지능(AI)·디지털 자산은 물론 올초에는 토큰 증권 발행(STO), 챗GPT 자료를 썼다. 테마에서 산업이 되는 구간, 산업의 변화를 보는 것을 면밀히 관찰해 신산업 분석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다.
1990년생인 이경은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로 7년 차다. 기술 중심 스타트업에 투자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 성장 가능한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을 발굴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 왔다. 2022년 핀테크 인뎁스 자료를 통해 제시한 부분들이 최근 현실화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얻고 있다. 시황조준기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첫 시황에 데뷔했다. 전설의 투자가 하워드 막스를 존경하는 그는 객관적인 분석과 소신 있는 의견 피력이 강점이다. 대표 보고서는 4월 17일 펴낸 ‘경기침체에서 살아남기 :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다. 경기 침체는 당시 시장의 주요 관심사에 속했지만 보고서는 미비했을 때 그가 발빠르게 과거·현재·미래를 담은 의미 있는 보고서를 냈다.
1995년생 김정윤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2022년 7월 애널리스트 딱지를 단 1년 차다. 아이디어를 직접 시장에 전달하고 시장 참여자로 활동하는 것에 매료돼 애널리스트의 길에 들어섰다. 한국과 미국의 정책·법안을 놓치지 않고 분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대표 보고서는 3월 20일 발간된 “MSCI 선진국 편입 이슈 : 이상과 현실의 괴리 극복이 우선”이다. 편입 이슈의 배경과 한국의 자본 시장 선진화 정책들을 연결해 구체적으로 분석함으로써 투자자들의 의문에 답했다는 평가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2월 데뷔한 샛별이다. 매크로와 지정학적 이슈들이 글로벌 기업과 주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 분석해 종목을 추천하는 것이 그의 특기다. 대표 보고서는 최근 글로벌 공급망 개편이 이뤄지면서 수혜가 예상되는 멕시코에 대한 인뎁스 보고서다.채권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1994년생으로 올해 3년 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시작해 분석하고 인사이트를 제시하는 일이 좋아 애널리스트에 도전했다. 보고서가 명료해 펀드매니저와 개인 투자자들의 조회 수가 높은 편이다.
특히 소신 있는 인사이트가 민 애널리스트의 강점이다. 2월 8일 펴낸 ‘국내 금리 변동성 높일 2가지 요인’ 보고서는 그의 강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처음으로 세수 부족에 따른 추경 가능성을 언급했고 미국 중앙은행(Fed)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과 관련해 타 하우스보다 훨씬 보수적인 기조에서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의 전망대로 통화 정책 긴축 우려가 반영되면서 금리 상승을 견인했다. 실력과 전달력을 두루 갖춘 애널리스트가 그의 목표다.미국 증시1995년생의 고선영 애널리스트는 폭넓은 커버리지를 자랑한다. 미국 증시 투자, 종목 발굴은 물론 미국 시장 내 운송·AI·엔터테인먼트·전기차 등 다양한 신성장 산업과 투자 유망 종목 분석에 능하다. 아나운서급 스피킹으로 신뢰감을 높여 세미나에서도 인기가 좋다. 대표 보고서는 올해 7월 10일 발간한 ‘US 스톡 피킹(Stock Picking)-똑똑해진 쇳덩이, 시류를 탄 전기차’다. 정확하고 다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날카로운 인사이트를 자랑한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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