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머니(Old Money)는 집안 대대로 자산이 많은 기득권 상류층을 일컫는 단어로, 신흥 부자를 뜻하는 뉴머니(New Money)와 구별된다. Z세대 사이에서 뉴머니는 부를 과시하는 화려한 이미지, 올드머니는 고상하고 기품 있는 이미지로 소비되고 있다.
올드머니룩은 최대한 로고를 가리고 화려한 컬러나 패턴을 지양해 단정한 느낌을 주는 패션이다. 브랜드를 드러내지 않아 “그 옷 어디 거야?” 묻게 되는 은근한 고급스러움을 추구한다. 외국 MZ세대가 자주 사용하는 ‘조용한 럭셔리(quiet luxury)’, ‘은밀한 부(stealth wealth)’와 같은 용어도 ‘올드머니’와 맥락을 함께한다.
상류층의 일상을 패션에 녹여낸 것도 주요 특징이다. 승마나 테니스, 요트 등 주로 부유층이 즐기는 스포츠 의상을 일상복과 결합한 룩이나 미국 명문 사립학교 교복에서 착안한 프레피룩도 올드머니룩 카테고리에 분류되기도 한다. 고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올드머니의 대표적인 인물로 꼽히고 있으며, 그녀가 생전 즐겨 입던 의상을 참고하는 이들이 많다. 틱톡 내 oldmoney(올드머니)와 oldmoneyfashion(올드머니패션) 키워드 조회수는 각각 73억 회, 2억9000만 회에 달한다. 인스타그램 내 올라온 올드머니 관련 게시글도 약 87만 건을 기록했다.
국내 젊은 층의 관심도 또한 급증하고 있다. 네이버 데이터랩 검색어 트렌드를 살펴보면, ‘올드머니룩’ 키워드의 검색량은 지난 5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이후 가속도가 붙어 7월 초 검색량은 5월 이전 대비 100배 이상 뛰었다.
전문가들은 올드머니룩이 메가 트렌드로 떠오르게 된 원인으로 재정 불평등을 꼽았다. 코로나19 시기에 부동산이나 주식 등으로 갑자기 부자가 된 사람이 많아졌고 더불어 부의 양극화가 심해졌다. 여기에 좌절감을 느끼고 반감을 갖기 시작한 젊은 층들은 ‘진짜’ 부자를 찾아 선망의 대상으로 삼게 된 것이다.
실제로 Psychological Science 저널에 발표된 Lukasz Walasek 심리학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득 불평등이 심한 지역에 사는 사람일수록 명품 온라인 검색량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패션 심리학자 Shakaila Forbes-Bell은 높은 계층에 진입할 가능성이 작다고 느낄 때 더욱 ‘부자’처럼 보이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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