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사회연구, ‘일-생활 균형시간 보장의 유형화’ 논문 발표
OECD 31개국 중 노동시간·가족시간 주권 수준 가장 낮은 그룹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학술지 '보건사회연구'에 실린 '일-생활 균형시간 보장의 유형화'(노혜진 강서대 사회복지학과 조교수) 논문에 따르면 OECD 회원국들에 대해 노동시간과 가족시간에 대한 주권(선택권) 수준을 평가한 결과 한국은 가장 낮은 그룹에 속했다.
연구진은 2021년을 기준으로 한 OECD 통계를 통해 미국, 호주, 스위스 등 31개국의 시간주권 보장 수준을 노동 시간과 가족 시간 등 2가지 영역에서 모두 26개 지표를 통해 점수를 매겼다.
시간주권은 개인이 자유롭게 시간 배분을 조직화할 수 있는 권리와 능력을 뜻한다. 시간주권이 보장된 상태가 일과 생활 등 두 영역에서 시간을 적절하게 투입할 수 있는 상태인 만큼 시간주권이 보장되는 정도는 워라밸 보장 수준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노동 시간을 ▲ 근로시간 ▲ 고용률과 맞벌이 수준 ▲ 소득 ▲ 보육 환경을 통해, 가족 시간을 ▲ 휴가 기간 ▲ 휴가 사용률 ▲ 휴가의 소득 대체율 ▲ 모성·부성 관련 휴가 법적 보장 등을 통해 각각 시간주권 수준을 점수화했다.
한국은 두 영역 중 노동 시간의 주권 수준이 1점 만점 중 0.11점으로 그리스(0.02점), 체코(0.09점) 다음 낮은 순위였다.
한국 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은 1천601시간으로 조사대상 중 가장 길었고, 25~54세 전일제 근로자 1주일간 평균 일하는 시간 지표에서도 41시간으로 최하위였다.
장시간(주당 48시간 초과) 근로자 비율(18.9%) 역시 조사대상 국가 평균(7.4%)의 2배 이상 높은 수치로 1위를 기록했다. 성별 임금 격차도 31.1%포인트로 전체 평균(11.5%포인트)의 3배에 육박하며 가장 높았다.
가족 시간 영역에서도 0.37점으로 31개국 중 20번째를 기록하며 이탈리아(0.35점), 스위스(0.34점) 등의 국가와 하위권을 기록했다. 미국(0.05점), 호주(0.10점), 뉴질랜드(0.12점), 그리스(0.13점) 등이 한국보다 낮았고 에스토니아(0.96점), 스웨덴(0.95점) 등이 최상위였다.
또 한국은 휴가 길이(0.93점) 지표에서 점수가 높았지만 휴가사용률(0.18점) 지표에서는 끝에서 4번째 수준으로 점수가 낮았다.
연구진은 “OECD 31개국의 일-생활 균형시간 보장 정도를 지수화하고 유형화한 결과, 한국은 노동시간과 가족시간의 보장 정도가 모두 낮은 국가에 속했다”고 말했다.
이어 “소득 보장을 넘어 생일-생활 균형시간을 보장하는 정책과 제도를 어떻게 만들고 확대해나갈지에 대한 구체적 대안이 필요하다”며 “국가 단위 일-생활 균형시간 보장의 정도가 개인 단위에서의 주관적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실증분석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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