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분 좋은 화장품부터 애플워치 스트랩까지…SNS에서 인기
1000원부터 5000원까지…저가 전략으로 젊은층 멤버십 확보

사진은 19일 오후 다이소 애플워치 호환용 스트랩을 살펴보는 고객들의 모습. (사진=최수진 기자)
사진은 19일 오후 다이소 애플워치 호환용 스트랩을 살펴보는 고객들의 모습. (사진=최수진 기자)
“다이소에서 애플워치 스트랩 파는 거 보셨나요. 인터넷에서 파는 것보다 싸고 종류도 엄청 많더라고요. 써봤는데 품질도 나쁘지 않아요. 다이소 필수템(꼭 사야하는 제품)으로 등극할 것 같아요.”


얼마 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다이소’에 대한 글이 꾸준히 게재되고 있다. 다이소에서 정보기술(IT) 액세서리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나타난 일이다. 저가 상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유명한 중국의 온라인 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와 비교해도 가격이 낮다는 것이 장점으로 언급되면서 젊은층 사이에서는 ‘MZ 백화점’, ‘갓이소(신을 뜻하는 갓과 다이소의 합성어)’라는 별칭까지 생겼다. 화장품부터 IT 액세서리까지…‘숨은 맛집’ 다이소아성다이소가 운영하는 생활 용품점 다이소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가성비 맛집’으로 언급되고 있다. 가격 대비 성능이 좋거나 품질이 괜찮은 제품을 많이 판매한다는 뜻이다.

최근 들어 호평이 더 많아지고 있다. ‘애플워치 호환용 스트랩’이 바로 그 이유다. 다이소는 7월 3일 애플워치와 호환되는 총 53종의 애플워치 액세서리를 출시했다. 스트랩·케이스·보호 필름 등이다. 이 가운데 ‘스트랩’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스포츠 스트랩, 실리콘 밴드, 패브릭 밴드, 자석 스틸 스트랩 등이다. 가격은 2000원, 비싸도 5000원이다.
다이소. (사진=최수진 기자)
다이소. (사진=최수진 기자)
애플에서 선보인 애플워치는 밴드(스트랩) 부분을 취향에 맞게 바꿔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애플 역시 다양한 종류의 밴드를 판매하고 있는데, 가격은 6만5000원부터 시작해 21만5000원 수준이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와 협업한 제품 등 일부는 40만원이 넘기도 한다. 다이소 제품 가격은 애플의 최저가 제품과 비교해도 32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출시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지만 포털 사이트에 다이소를 검색하면 ‘애플워치’, ‘애플워치 스트랩’ 등이 자동 완성 형태로 나온다.

구매 후기도 긍정적이다. 애플워치의 밴드 부분은 소모품에 해당하는 만큼 저가에 많은 제품을 구매할 수 있고 가격을 따져도 품질이 좋다는 반응이 많다. 또한 매장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어 배송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알리보다 싸다’, ‘갤럭시 워치 스트랩도 판매했으면 좋겠다’, ‘비슷한 디자인이 온라인에서 아무리 저렴해도 배송비 합하면 8000원부터다’ 등의 의견이 다수다.

스트랩 제품과 관련한 콘텐츠도 제작되고 있다. 네이버에 등록된 ‘다이소 애플워치 스트랩 구매 후기’ 글은 수십 개가 넘고 유튜브에서도 ‘다이소 3000원 애플워치 스트랩 vs 애플 정품 비교’ 등의 비교 영상이 올라오고 있다.

다이소에 대한 관심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가장 먼저 이목을 끈 것은 ‘화장품’이다. 다이소는 지난해 4월 네이처리퍼블릭의 식물원을 선보였다. 일반 화장품 브랜드에서 최소 3만~4만원대에 판매되는 세럼과 에센스 등이 5000원에 출시된 게 인기에 영향을 미쳤다. 이후 뷰티 용품의 판매가 늘자 다이소는 올해 5월까지 총 14개의 브랜드 뷰티 용품을 선보였다.

가격과 함께 화장품의 품질이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를 얻었다.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다이소가 출시한 화장품의 제조원이 ‘코스맥스’라는 사실이 화제가 됐다. 다이소는 좋은 품질의 상품을 선보이기 위해 책임판매업자, 제조업자개발생산(ODM)·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들인 화장품 전문 기업들의 상품을 공급받고 있다. 제조는 하지 않고 완제품을 매입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한국의 대표 화장품 회사의 제품을 생산하는 한국콜마·코스맥스·코스메카코리아 등이 대표적이다.

그 결과 다이소 뷰티 용품의 1~6월 매출은 전년 대비 약 70% 정도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기초 화장품은 약 90%, 색조 화장품은 약 50% 늘었다.
다이소의 화장품 코너. (사진=최수진 기자)
다이소의 화장품 코너. (사진=최수진 기자)
인기 요인은 ‘가격·접근성·SNS’다이소의 주요 고객은 MZ세대다. 다이소에 따르면 전체 고객 가운데 20대 고객 비율이 30%로 가장 높다. 이어 30대가 25%, 10대와 40대가 각각 20%를 차지한다. 다이소가 MZ세대 사이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는 이유로는 저렴한 가격, 접근성, 빠른 정보 수집 등이 꼽힌다.

다이소는 모든 상품을 500원, 1000원, 1500원, 2000원, 3000원, 5000원 등 총 6가지 가격대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가격을 줄이기 위해 유통 과정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상품 패키지를 최소화하고 있다. ‘최대 5000원’의 가격 정책은 박정부 아성다이소 회장이 1997년 천호동에 첫 매장을 열 때부터 고수해 왔다. 일반적인 유통 채널에서는 상품 원가에 마진을 더해 판매하지만 다이소는 ‘균일가’에 맞춰 상품을 유통한다.

박리다매 정책만으로 충분히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실제 아성다이소는 지난 2년간 매출 2조원대, 영업이익 20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매출 2조9458억원, 영업이익 239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기준 8.13%다. 특히 영업이익은 2019년 767억원 수준에서 3년 만에 212.0% 증가했다.

다이소 관계자는 “상품의 본질을 지키면서 유통 과정의 거품을 없애고 패키지를 최소화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상품을 ‘균일가’로 만들어 유통하는 게 철칙”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5000원을 넘기거나 고가의 제품은 매입 자체를 포기한다”며 “가격은 고객과의 약속이라는 신념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많은 매장을 통해 접근성을 높인 것도 고객을 확보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다이소 매장은 지난해 기준 전국 1450개다. 지난 3년 기준 매장 수는 2020년 1339개, 2021년 1390개, 2022년 1442개 등이다. 다이소의 내부 정책에 따라 시기별 오픈 매장 수는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하는 게 사업의 핵심 전략인 만큼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오프라인 매장을 꾸준히 늘려 왔다.

상품 기획자(MD) 경쟁력과 빠른 정보 확보도 다이소의 경쟁력이다. 다이소 관계자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반응이 좋은 화장품이나 이번에 인기를 얻은 스트랩 모두 MD들이 직접 선정한 것”이라며 “회사에 MD들이 많은데 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다이소는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반응이 좋은 제품이나 유행 트렌드를 꾸준히 추적하고 이를 기반으로 신제품 출시를 기획하고 있다.

‘폴꾸(폴라로이드 꾸미기의 준말)’와 ‘다꾸(다이어리 꾸미기의 준말)’ 상품이 대표적이다. Y2K(Year 2000, 복고) 트렌드에 맞춰 선보인 것으로, 사진이나 다이어리에 붙일 수 있는 스티커와 키링 등이 주요 상품이다. 폴꾸와 다꾸 상품은 출시 초기 일회성 판매 상품이었지만 매출이 크게 늘자 시즌 3까지 판매했다. 현재는 다이소의 주요 판매 카테고리로 성장했고 앞으로도 관련 용품들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다이소 관계자는 “앞으로도 다이소는 브랜드 회사의 입점을 더욱 강화하고 SNS에서 트렌드로 자리 잡은 상품들을 균일가를 통해 지속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