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인사이트]
인플레이션, 공포를 넘어설 시점 [머니인사이트]
1980년 이후 40년 만에 찾아온 인플레이션의 열기는 2022년 정점을 기록하고 올해 다소나마 식고 있다지만 여전히 끈적거린다. 이제 ‘징글징글’을 넘어 ‘공포’라는 단어가 적절할 것 같다.

아직 물가 추세 상승 기조가 꺾이지 않은 상태에서 금리 하향 안정을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 그럼에도 내년 2%대 물가 전망에 부합한다면 올라가던 추세는 하향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채 10년 금리가 다시 4%를 넘어서면서 금융 시장에 부담이 되고 있지만 물가 추세 전환을 고려해 안정화 경로를 찾아갈 것은 확실해 보인다.“단기적 안정” 증거 다수시장과 학계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이번 ‘고물가’ 국면에 대한 해석이 크게 달랐다. 특히 학계에 있는 다수는 ‘탈세계화 및 공급망 충격’과 ‘높아진 소비 성향 지속’, ‘임금 상승의 수요 견인 압력’ 등을 근거로 물가 하락이 쉽지 않을 것을 경고한다.

1970~1980년 1~2차 오일쇼크 당시와 현재 물가 경로의 패턴의 유사성을 강조하면서 재차 물가가 오를 수 있는 리스크를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시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었던 ‘번즈의 실수’를 언급하며 생각보다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는 예측이 번번이 빗나가면서 사회적 비용이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당시에도 물가 정점을 확인하고 통화 정책이 이내 피벗에 나섰지만 채권 투자자들은 그 경우에도 주의가 필요하다는 사례도 있다. 1980년 물가 안정을 기반으로 통화 정책이 완화적으로 돌아서자 경기가 개선되면서 금리는 하락이 아닌 오히려 반등한 경험이 있다. 인플레이션은 여러모로 채권 투자에 부담이다.

하지만 현재 수준의 재정과 통화 정책 긴축 이후 물가가 다시 오른다면 어떤 추진력으로 오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1980년은 2차 오일쇼크라는 분명한 공급 충격이 있었지만 현재 수요 측 요인만 가지고 물가가 다시 오를 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할 정도의 근거는 뚜렷하지 않다.

탈세계화를 이야기하기에 글로벌 교역이 의미 있게 줄어들지 않았고 높은 소비 성향은 과도한 유동성 공급 정책에 따른 효과가 큰데 현재 선진국을 중심으로 과도했던 부작용이 정점을 지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중심 선진국들의 높은 소비자물가지수(CPI) 대비 중국의 CPI가 상대적으로 낮은 부분은 중요한 시사점이다.

중·장기적으로 현재 물가의 구조적 문제들을 점검하면 인플레이션 안정에 고민이 많은 미국의 사정만 떼어 놓고 봐도 단기적으로는 안정될 것이라는 증거가 최근 많이 늘고 있다.

2022년 역사적 채권 시장 손실을 유발한 금리 상승은 물가 전망 하나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높아지는 물가 전망을 좇아 올라간 금리는 이제 물가 열기가 다소나마 식었다는 점에서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어 봤지만 올해 물가 전망이 올라오면서 하단이 막혔다.
필자는 근원 물가를 중심으로 여전히 인플레이션 부담이 높은 점을 인정함에도 2024년을 반년 정도 남기고 아직 2% 중반대에서 전망치가 잘 버티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올해 물가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올랐던 것에 비해 내년 물가 전망은 현재까지는 2% 중반대에서 상승 탄력은 높지 않아 보인다.
모멘텀 측면에서 분기 전 대비 물가 상승세는 ‘근원 물가가 여전히 높지만 헤드라인은 2% 내외까지 안정세가 강화’됐다. 재화 쪽 민감도가 높은 자동차와 서비스 쪽 민감도가 높은 주거비를 제외한 모멘텀을 봐도 안정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2022년 정점을 기록하고 안정 흐름을 찾고 있던 재화 흐름은 이어지고 있고 비율이 높은 서비스도 이제 하향세로 돌아섰다.

6월 미국 CPI를 보면 에너지·식료품·주거비 등을 제외한 슈퍼 근원 물가 안에서 운송 관련 물가 기여도가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자동차 관련 물가 부담이 높은 것으로 확인된다. 과잉 유동성에서 초과 저축으로 연결된 미국은 자동차와 같은 고가 내구재 수요가 급증했다.

렌터카 수요가 유발한 신차 판매 급증은 가격 상승에 이어 후행적으로 미국 CPI에서 2.5%를 차지하는 자동차 보험료 상승을 이끌었다. 이제 차량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보험료 부담도 줄 것이다. 중고차는 1분기 반짝 상승세를 기록했다가 2분기 내내 하락해 연저점 수준으로 내려왔다.

서비스 물가의 과반이 넘는 주거비는 아직도 절대 수준은 높은 편이지만 모멘텀은 줄어 가는 모습이다. 공급망 충격에 따른 서비스 주문 지연 부담이 크게 완화되면서 주거비 안정세에 일조할 공산이 커졌다. 특히 클리블랜드 연방은행에서 추정한 미국 주거비 선행 지표의 최근 추정치를 보면 예상보다 미국 주거비 압력이 빠르게 안정될 가능성을 비추고 있다.

미국 주거비 핵심인 자가거주비용(OER)은 설문 조사를 통해 가계의 보수성이 녹아 있는 데이터라는 점에서 실제 시장보다 데이터 반영이 늦다. 이 때문에 실제 미국의 월세가 2022년부터 안정화된 경로를 반영한다면 서비스 물가 부담은 계속 줄어갈 공산이 크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들의 월세 데이터는 전년 대비로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할 정도로 낮아졌다. 올해 주택 경기가 예상보다 견조해 월세가 다소 오르고 있다고 해도 그 누적 기울기는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2년간 월세가 급등했던 시기 대비 매우 완만한 상승세 정도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양호한 미국 주택 경기와 관련해서도 높아진 모기지 금리 기반의 주거비용으로 인해 기존 주택 매매는 정체된 상황이다.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 주택지수 반등은 신규물 기준으로 개선된 부분에서 대표성이 높지 않다는 평가도 고려할 부분이다.

근시안적인 시각에서 미국 물가 안정 근거들을 제시한 면이 있지만 양호한 소비를 대변하는 CPI 대비 기업 활동이 중심인 생산자물가지수(PPI)의 경우 둔화 강도가 더 크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높은 원가 부담으로 기업들은 재고 조정 국면에 진입한 상황에서 주요 원자재 가격은 생각보다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유럽과 중국의 어려운 사정까지 감안할 때 PPI 반등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Fed가 주목하는 미시간대와 뉴욕 연준의 기대 인플레이션 지표는 중기적으로 다소 높다고는 하지만 단기적인 부담은 빠르게 안정세를 찾고 있다는 점 역시 고무적이다. 원자재 가격 안정으로 시장이 거래하는 기대 인플레이션 지표인 BEI는 2% 초반에서 앵커링돼 있는데 과거 물가 기대 수준으로 회귀하기 위해서는 2% 이하로 하락이 아쉽지만 부담 재료는 아니다공포를 용기로 바꿔야 ‘기회’2022년 6월 미국 CPI가 전년 대비 9%대를 기록하며 정점을 기록했던 효과로 이번 6월 CPI가 바닥을 기록했다. 기저 효과가 역으로 작용하면서 7월과 8월 물가는 전월 대비 무난한 수준을 기록해도 전년 대비로는 반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 때문에 이번 6월 CPI 결과만으로 물가 안정을 논하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높은 근원 물가도 정점을 기록하고 흘러내리는 과정에서 추세 물가도 기조는 아래로 돌아선 상황이다. 목표 대비 절대 물가 수준이 높다지만 추세 물가가 돌아선 부분만 가지고도 당장 물가 안정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과도하다고 말할 수 없다.

실업률 3% 중반에 양호한 소비를 기반으로 미국 경기가 양호하고 물가 하락이 지연될 수 있다는 것을 걱정하는 Fed 인사들의 발언에 무게가 실리면서 추가 50bp(1bp=0.01%포인트) 인상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럼에도 유럽계 투자은행(IB)인 크레딧에그레콜(CA)은 당장 6월 근원 물가가 전년 대비로 5% 밑돌 수 있어 7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 금리 인상이 단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Fed에 맞서지 마라’는 월가의 격언이 유명하지만 현재 미국 CPI가 안정될 수 있는 근거들을 종합할 때 7월 1차례 인상은 인정하되 9월이나 혹 11월 FOMC까지 추가 인상 실시는 데이터 의존이 필요할 것이다. 불과 6월 FOMC 이전만 해도 Fed 또한 추가 인상에 신중했던 이유들이 존재했다. 의심의 안개가 짙은 편이지만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 다시 용기가 필요하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