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한 교사가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가운데 고인이 지난해 담임을 맡았던 1학년 제자들의 학부모들에게 올해 2월 10일 보낸 손편지가 공개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서이초 교사 올초 학부모들에게 쓴 편지에서 "담임교사일 수 있어서 영광" 먹먹
서이초 교사 올초 학부모들에게 쓴 편지에서 "담임교사일 수 있어서 영광" 먹먹
[서울교사노조 인스타그램 캡처]

21일 저녁 서울교사노동조합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편지글 캡처한 것을 공개하며 "2022학년도 학부모가 기억하는 고인의 손편지를 제보 받아 추모의 뜻으로 공개한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부디 편히 영면하시길 바란다"고 적었다.

편지에서 고인은 초등학교 첫 해를 잘 마무리해 준 제자들과의 추억을 언급하며, 학부모들에게 "언제 어디서든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도록 오래오래 응원하겠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다음은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편지글 전문이다.

학부모님들께

안녕하세요. 한 해동안 우리 예쁜 아이들 담임을 맡은 00입니다. 감사한 마음을 전달드리고 싶어 이렇게나마 편지를 통해 마음을 전해드리려 합니다.

다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교실에 처음 들어서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아이들과의 마지막 날이 되었습니다.

2022년은 저에게 참 선물 같은 해였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너무나 훌륭하고 착한 아이들을 만나 함께할 수 있음에 저에게도 너무나 가슴 벅차고 행복했던 1년이었어요.

순수하고 보석처럼 빛나는 스물일곱 명 아이들과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앞으로 교직 생활을 하며 이렇게 좋은 아이들을 또 만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천운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며 저도 더 열정을 갖고 가르칠 수 있었습니다.

참으로 귀한 우리 아이들을 믿고 맡겨주시고, 아이의 학교 생활을 늘 지지해주셨음에 담임교사로서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학부모님들께서 든든히 계셔 주신 덕분에 우리 1학년 A반 공동체가 더욱 빛날 수 있었습니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가르치며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쑥쑥 자라나는 모습을 보니 참 대견하고 흐뭇했습니다. 원없이 웃으며 즐거웠던 순간, 속상하고 아쉬웠던 순간들 모두가 아이들의 삶에 거름이 돼 더욱 단단하고 성숙한 존재가 되도록 도울 것이라 믿습니다.

앞으로 반 친구들 모두 함께 한 공간에 모두 모이기는 어려울 수 있겠지만, 서로를 기억하고 좋은 추억을 가득 가져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도록 오래오래 응원하겠습니다.

1학년 A반의 담임교사일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다가올 봄날과 함께 모든 가정에 행복과 평안이 가득 넘치기를 바랍니다.

2023. 2. 10 1학년 A반 담임교사 00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