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초구 한 초등학교서 교사 극단적 선택
안타까운 사연에 전국적 추모행렬
현직교사들 “학부모 교권 침해 심각한 수준”

‘참교사는 단명한다’는 현직교사들···“터질 게 터졌다”
교권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도 않는다던 옛 말이 무색하리만치 최근 교사의 직업적 권위는 바닥에 떨어졌다. 교권의 추락 이전 인간의 최소한의 권리마저 사라진 사건이 최근 학교에서 벌어졌다.

얼마 전 서이초등학교의 한 초임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발생 후 학교는 물론 사회적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되고 있다.

사건 발생 후 대부분의 언론에서도 조심스럽게 사건에 접근했다. 아직 어린 학생들이 충격을 받지 않을까라는 걱정에서였다. 하지만 현재 이 사건은 모두가 아는 사건이 됐다. 사건의 확산은 온라인 커뮤니티로부터 출발했다. 교편을 잡은 지 4개월 밖에 되지 않은 20대 초임교사가 몇몇의 학부모에게 끊임없는 악성민원에 시달렸다는 이야기였다.

그 민원의 내용은 아주 구체적으로 온라인을 떠돌고 있다. “교사 자격이 없다”, “아이들을 어떻게 관리하는 거냐”, “우리 아이는 특별 관리를 하라”는 식의 민원을 교사 혼자 오롯이 받아내야만 했다. 학교 안팎, 어디에도 교사의 보호막은 없었다. 그렇다고 일반 직장인처럼 마음대로 사표를 던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선생님을 바라보는 아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견디지 못한 그는 하지 말아야 할 선택을 끝내 스스로 감행했다. 사건을 접한 많은 이들은 왜 그가 교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를 되짚고 있다. 언론에서 말하는 뚜렷한 자기주관과 철학이 분명한 Z세대였던 20대 초임교사가 왜 자신의 인생을 지키지 않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라는 반문을 하며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현직 교사들 “터질 게 터졌다”
이 사건을 접한 많은 현직교사들은 터질 게 터졌다는 자조적 목소리를 모았다. 경기도의 모 초등학교에서 근무 중인 11년차 교사 A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간 숨겨져 있던 문제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며 울분을 토해냈다. A씨는 “예전의 학교와 지금의 학교는 완전 다른 곳이다. 교권 침해가 너무 심해 학교를 떠나는 초임교사들은 매년 늘어나는 게 현실”이라며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일수록 학부모들의 민원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참교사는 단명한다’는 현직교사들···“터질 게 터졌다”
이어 “학교는 아이들이 갈등과 다툼 속에서 성장하는 곳이다. 스스로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지를 찾고 풀어나가는 과정을 배우는 곳인데, 사소한 문제만 일어나도 학부모들은 득달같이 교사에게 연락해 민원으로 압박하는 문화가 생겼다”며 “그런 학부모의 항의를 듣고 있으면 감정의 쓰레기통이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A씨의 주변 동료들 중에는 교권 침해로 정신과 약을 복용하거나 휴직 중인 동료교사들이 늘어나는 분위기라고 증언했다.

경남의 한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B씨는 지난해 교실에서 한 학생에게 모욕적인 일을 겪었다. B씨는 “평소 폭력성을 수차례 드러내며 학급 분위기를 흐트러뜨리는 아이였는데, 친구에게 물건을 던지며 욕을 해 담임인 내가 아이의 손을 잡았다. 아이는 그 상황을 참지 못하고 나에게 욕을 하며 폭력을 가했다”고 털어놨다. 그 상황에서 B씨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을 때리려는 아이의 손을 조금만 세게 잡아도 아동학대범으로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B씨는 “그 모습을 같은 반 친구들이 봐야 하는 상황, 그 아이들도 피해자가 된다. 학부모들은 가정에서는 해결이 안 되는 문제를 교사라는 이유만으로 우리 아이를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주라며 강요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사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교권보호위원회가 있지만 무용지물이다. 학교차원에서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고, 학교장 역시 불명예를 떠안고 싶지 않아 그냥 교사에게 책임을 떠 넘기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교사는 교권 이전에 인권 보장돼야 하는 사람
십 수 년간 선망의 대상이었던 ‘교사’라는 직업이 언제부터인가 기피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학부모의 교권 침해 등 상식 밖의 일들이 학교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면서 직업의 권위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5월 교사노조연맹 유·초·중·고 교원 1만1377명을 조사한 결과 ‘최근 1년 사이 이직 또는 사직을 고민한 적이 있다’는 교사가 87%, ‘최근 5년간 교권 침해로 정신과 치료·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는 교사는 27%로 집계되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서 요즘 교사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말이 있다. ‘참교사는 단명한다.’ 학생들을 열심히 지도하는 교사들은 학부모들의 민원창구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의 이 말은 최근 교사들이 처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인 아동보호법이 교사들에겐 저승사자법으로 통하는 것 역시 일맥상통한 부분이다. 교사가 조금만 나무라거나 학생의 눈 밖에 날 경우 신고를 당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현재 현직교사들은 교사들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막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B씨는 “교사가 교권 침해라고 느낄 때 학교 차원에서 학부모 소환제를 통해 민원을 해결할 수 있는 매뉴얼이 마련됐으면 한다”며 “특히 저학년일수록 문제가 생겼을 때 학교와 가정에서 함께 풀어나갈 수 있는 분위기도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사진=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