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퀘어드2, 1980년대 풍미한 팩맨(PAC-MAN) 컬렉션 선봬
요즘 패션업계는 '어떻게 레트로를 잘 활용할까'하는 고민이 가장 큽니다. 짧게 끝날 줄 알았던 Y2K(Year 2000,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시기를 의미) 유행이 코로나19 이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죠.특히, 올해 들어 레트로 패션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폭증하고 있습니다. 의류뿐만 아니라 두건, 리본 장식, 실핀, 벙거지 모자, 통굽 운동화 등 20년 전에 유행한 액세서리도 다시 길거리로 나오고 있습니다.
레트로 유행이 이어지자, 패션업계가 택한 또 하나의 방법은 '콜라보레이션'입니다. 20년 전 인기 품목들과 협업을 해 새로운 패션 제품을 만들어 내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고전 게임 캐릭터 '팩맨'이 돌아왔습니다.
팩맨은 1980년 일본 게임회사 반다이남코가 출시한 아케이드 게임입니다. '팩맨'이라는 캐릭터를 조종해 유령을 피하는 게 게임의 전부입니다. 유령에 닿으면 게임이 끝납니다. 팩맨을 잘 이동시켜 화면에 보이는 아이템을 먹어야 하고, 이후 골인 지점에 들어가야 하는 게임이죠.
이 게임이 얼마나 인기가 있었냐고요? 2016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역대 최고 비디오 게임 50개를 선정했는데, 팩맨이 5위를 차지했습니다. 게임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게임 화면, 캐릭터만 보여줘도 바로 '팩맨'이라는 답이 나올 만큼 인지도가 높았고요. 출시와 동시에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며 게임계의 역사를 바꿔 놓았으며, 현재까지도 수많은 후속작과 리메이크가 제작될 만큼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팩맨이 패션 제품으로 나옵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판매하는 럭셔리 캐주얼 브랜드 디스퀘어드2(DSqaured2)가 1980년대를 풍미하던 아케이드 게임 팩맨(PAC-MAN)과 협업 캡슐 컬렉션을 출시했습니다.
이번 컬렉션은 피자를 먹다 남은 조각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노란 팩맨 캐릭터를 비롯해 핑크, 레드, 블루 등 형형색색의 유령 캐릭터, 깜찍한 과일 그래픽 등이 디스퀘어드2의 로고와 함께 제품 곳곳에 녹아들었습니다. 남성과 여성을 위한 티셔츠부터 데님 재킷, 집업후드티, 청바지 등 총 7가지 스타일로 출시됩니다. 가격대는 좀 비쌉니다. 티셔츠 50만원대, 청바지 120만원대, 재킷 170만원대 등이거든요.
디스퀘어드2는 지난 4월에도 스머프 콜라보레이션 컬렉션을 선보였는데, 론칭과 동시에 일부 제품이 조기 완판됐습니다. 레트로 인기를 입증한 거죠.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올해 패션업계에는 바비, 쿠로미, 미키 등 게임부터 만화 애니메이션까지 추억의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 열풍이 유독 거세다"라며 "팩맨은 고전 아케이드 게임의 상징적인 캐릭터인 만큼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두루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레트로 협업 사례가 이뿐일까요. 스페인 패션 브랜드 자라(ZARA)는 얼마 전, 영화 '바비'와 협업해 '바비 캡슐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바비인형은 1959년 미국 완구업체인 마텔이 선보인 인형 시리즈로, 마텔의 공동 창업자인 루스 핸들러와 엘리엇 핸들러가 딸 바바라를 위해 만든 장난감입니다. 1980~1990년대 큰 인기를 누렸으나 2000년대 이후에는 영향력이 줄었고요. 그런데 최근 영화 '바비'의 개봉으로 다시 바비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자라의 컬렉션은 영화 주인공인 '바비'와 '켄'의 패션 스타일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게 특징입니다. 바비는 딱 달라붙는 핑크색 의류, 켄은 카우보이를 연상하는 의류가 대표적이라고 보면 됩니다. 바비의 시그니처 색상인 핑크를 바탕으로 블랙, 화이트, 골드, 실버 색상을 추가했고요. 의류 제품은 물론 슈즈, 주얼리 제품도 같이 출시했습니다. 선글라스, 머리핀, 핸드폰 케이스, 키링 등 다양한 액세서리를 협업 상품으로 만들었습니다.
40년 전 인기 게임에 이어 완구까지. 다양한 제품들이 2023년의 유행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협업 상품들은 하루 만에 품절되는 등 인기도 많고요. 팩맨과 바비에 이어 또 어떤 '그 시절 아이템'이 떠오르게 될까요.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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