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립스틱에 10만원 망고빙수… 명품백 대신 스몰 럭셔리에 돈 쓰는 MZ [김민주의 MZ 트렌드]
고물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젊은 층 사이에서 스몰 럭셔리(Small luxury) 소비가 늘고 있다. 스몰 럭셔리란 고가의 명품 대신 비교적 적은 금액의 사치를 통해 만족감을 추구하는 행위를 뜻한다. 경기 불황과 ‘자신에게 아낌없이 지출’하는 젊은 세대의 성향이 맞물려 트렌드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명품 화장품
불과 몇 해 전까지 명품백 플렉스를 하던 이들은 이제 가방 대신 뷰티 제품을 구매한다. 특히 향수와 립스틱 등 품목이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올 1~6월 명품 화장품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0% 증가했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립스틱과 같은 고급 색조화장품과 니치 향수는 같은 기간 매출이 각각 25%, 20% 증가하며 전체 명품 매출 증가율(5%)의 4~5배 수준을 기록했다. 현대백화점 또한 럭셔리 화장품 카테고리 매출이 20% 증가하며 같은 추세를 보였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한국의 뷰티 스몰 럭셔리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6% 성장한 약 732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아시아권 국가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특급호텔 망고 빙수
한 그릇에 10만 원짜리 특급호텔 빙수를 먹기 위해 오픈런을 하기도 한다. 신라호텔의 애플망고빙수는 9만8000원, 시그니엘과 포시즌스 빙수 판매가는 각각 무려 12만7000원, 12만6000원에 달한다. 빙수 가격은 매년 큰 폭으로 오르는데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빙수를 먹기 위해 1시간 넘게 줄을 서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

뜨거운 인기에 빙수 매출도 매해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롯데호텔의 애플망고 빙수 매출은 전년 대비 15%. 조선호텔과 서울드래곤시티의 지난해 빙수 매출은 전년 대비 30%, 98% 증가했다.

#위스키
위스키는 스몰 럭셔리의 대표 상품이다. 명품 대비 저렴하게 고급스럽고 희소성 있는 경험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위스키 열풍이 불기 시작했고, 지난해 국내 위스키 소비량은 전년 대비 46% 늘어났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증가세다.

이에 따라 위스키류 수입량도 급증했다. 지난 20일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위스키류 수입량은 1만6900톤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9% 늘어난 수치이며, 사상 최대 기록이기도 하다.

반면, 올해 상반기 백화점의 명품 매출 성장세는 둔화하고 있다. 지난 4일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주요 백화점 3사의 지난해 5월 명품 매출 증가율은 23.6%를 기록했지만, 올해 5월엔 1.9%에 그쳤다. 코로나19 시기에 명품 매출이 한 해 40%까지 증가했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