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수업 받아온 서민정 담당, 이달 초 휴직 신청
최대 1년간 회사 업무 중단…아모레 "개인 사유"
'민첩한 대응' 위해 경영 주기 변경한 지 1년 만에 자리 비워

서민정 아모레퍼시픽 럭셔리 브랜드 디비전 AP(아모레퍼시픽) 담당. (사진=아모레퍼시픽)
서민정 아모레퍼시픽 럭셔리 브랜드 디비전 AP(아모레퍼시픽) 담당. (사진=아모레퍼시픽)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장녀이자 오너 3세인 서민정 아모레퍼시픽 럭셔리 브랜드 디비전 AP(아모레퍼시픽) 담당이 돌연 휴직에 들어갔다. 회사 측에서는 개인 사정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사의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중국)와 면세 채널이 침체되면서 해마다 영업이익이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7월 젊은 직원들을 요직에 배치한 '파격 인사'를 단행한 것도 서 담당 휴직에 비판적 지적이 나오는 배경으로 꼽힌다. 당시 갑작스러운 조직개편으로 팀장이 팀원으로 강등되는 등 논란이 생겼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서민정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정작 서 담당은 임원인사 1년 만에 휴직을 신청했다.서민정, 뜬금없는 '1년 휴직'27일 업계에 따르면 서 담당은 최근 휴직을 결정하고, 이달 3일부터 출근하지 않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직원들이 최대 1년간 휴직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서 담당은) 이달 초부터 휴직에 들어갔으며 회사는 최근에 알게 됐다"라며 "최장 1년의 휴직제도가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다. 사유는 개인적이라 회사에서는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서 담당이 휴직기간 1년을 다 활용할 것인지, 조만간 다시 복귀할 것인지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서 담당은 미국 코넬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2016년 7월부터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베인&컴퍼니에서 경력을 쌓은 뒤 2017년 아모레서픽으로 들어왔다. 2017년 1월 평사원으로 아모레퍼시픽 SCM(공급망관리) SC제조기술팀에 입사했다.

그러나 입사 6개월 만인 2017년 6월 돌연 퇴사했다. 이후 2년 만인 2019년 10월 유닛(부문)의 영업전략팀 과장급으로 재입사해 최근까지 근무했다. 서 담당은 아모레퍼시픽그룹 지분 2.93%(3월 기준)를 보유해 2대 주주에 해당한다. 최대 주주는 서경배 회장(53.78%)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4조1349억원, 영업이익은 2142억원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15.0%, 37.6% 감소했다. 면세 채널과 해외(중국) 사업의 매출이 줄어들면서 전체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해외 사업부문의 매출은 1조4935억원으로 전년 대비 17.1% 감소, 영업이익은 81억원으로 84.3% 급감했다.

한편, 아모레퍼시픽은 코로나19 이후 해마다 역성장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 매출 5조1238억원, 영업이익 5964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다. 이후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이익은 지속 감소했다. 2019년 4278억원을 기록했고, 2020년 1430억원으로 줄었다. 2021년 3434억원을 기록하며 소폭 회복했으나 지난해 다시 2000억원대로 떨어졌다.

올해 상황도 마찬가지다. 2분기 9454억원의 매출로 지난해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해 59억원을 기록했지만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6% 감소한 9137억원, 영업이익은 59.3% 급감한 644억원에 그쳤다.

또 다른 이유는 지난해 단행한 '임원 인사'다. 지난해 7월 아모레퍼시픽은 글로벌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이유로 경영 주기를 기존 1월에서 7월로 변경했다. 그러면서 임원인사와 조직개편도 동시에 진행했다.

인사의 핵심은 '젊은 인재 발탁'이었다. 40대 직원을 주요 계열사 대표로 발탁하는 파격 인사를 냈다. 실제, 이니스프리에는 1978년생 최민정 대표가 선임됐으며, 에스쁘아에는 1979년생의 이연정 대표를 발탁했다. 이외에도 코스비전에는 1973년생 유승철 대표, 에뛰드에는 1972년생 이창규 대표가 선임됐다.

업계에서는 1991년생인 서민정 담당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젊은 직원들을 발탁한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나아가 경영 승계를 준비하기 위해 젊은 조직으로 변모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다만, 아모레퍼시픽 측은 경영 승계와 무관한 결정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