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륨은 미래 반도체 개발이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소재 등으로 쓰이며, 게르마늄은 반도체 공정용 가스 생산 등에 활용된다. 대체 수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중국 점유율이 높아 벌써 원자잿값이 뛰는 등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와 해관총서(관세청)는 이날부터 갈륨과 게르마늄 관련 품목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시작한다. 이에 갈륨과 게르마늄을 수출하기 위해선 상무부를 거쳐 국무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번 조처는 중국이 미국과 동맹국의 대중 수출 규제의 보복성 조치로 해석된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인공지능(AI), 슈퍼컴퓨터 개발로 이어지는 반도체 기술과 장비 등의 대중국 수출을 사실상 금지했다. 또 핵심 제조업체가 있는 일본과 네덜란드도 미국의 요청으로 규제에 동참하기로 했다. 그동안 수출 규제에 반발해온 중국이 앙갚음에 나선 것이다.
중국은 전 세계 갈륨 생산량의 80%, 게르마늄 생산량의 60%를 차지한 국가로, 이번 조처로 국제 원자재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규제를 앞두고 국제시장에서 갈륨 가격이 급등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갈륨 가격은 지난 28일 기준 1㎏당 338.75달러(43만원)으로 지난달 30일 282.5달러(35만원)보다 19.9%가량 급등했다. 게르마늄 가격은 지난 5월 1㎏당 6600위안(117만원)에서 지난 28일에 6850위안(121만원)으로 4%가량 올랐다.
일단 국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계는 단기 수급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산업에서 갈륨은 미래 반도체 개발을 위한 연구용 소재다. 디스플레이 분야는 갈륨을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의 소재로 사용하고 있지만 미국 등 대체 수입선 확보가 가능하다. 게르마늄도 반도체 공정용 가스 생산 등에 사용하지만 대체재가 있다.
다만 미중 갈등 사태가 평행선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 업계는 우려를 안고 있다.
중국 수출 통제가 장기화될 수 있고, 통제 품목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갈륨은 차세대 반도체 연구 개발에 필요한 만큼 당장은 타격이 크지 않지만, 수출 통제가 길어지면 향후 반도체 기술 개발이 늦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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