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판매에서 친환경차 비중 18.1%
전기차 시장 최강자 도약 위해 대규모 투자 단행
현대자동차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 4조원을 돌파했다. 역대 분기 기준 사상 최대이자 한국 상장사 중 가장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망도 밝다. 친환경(순수전기·하이브리드·플러그인하이브리드·수소전기)차 시대가 가까워질수록 현대차의 실적도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친환경차 중에서도 매년 그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는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는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새로운 도약을 이뤄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주가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현대차의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약 30% 가까이 올랐다. 현대차가 전기차 시장에서 보여준 그동안의 성과와 앞으로의 기대감이 동시에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현대차의 행보 하나하나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현대차 실적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친환경차 판매 수치였다. 현대차는 전년 대비 48% 증가한 19만2000대의 친환경차를 글로벌 시장에 팔았다. 2분기 글로벌 판매에서 친환경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18.1%로, 전년 동기 기록했던 13.2%를 크게 웃돌았다. 세계 시장에서 판매되는 차량 5대 중 1대가 친환경차인 셈이다.
이 같은 친환경차 판매 호조는 현대차의 미래 실적 전망을 밝히는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세계 각국이 가솔린과 디젤로 대표되는 내연기관차와의 ‘작별’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유럽연합(EU)만 보더라도 2035년부터 신형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7월 14일 확정했다. 약 20년 후엔 내연기관차를 밀어내고 친환경차가 시장의 주류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실적 효자’ 된 하이브리드 친환경차 중에서도 현시점에서 현대차의 ‘실적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은 하이브리드 차량이다. 올해 2분기 전체 친환경차 판매의 절반 이상을 하이브리드가 차지했다.
현대자동차·기아의 글로벌 하이브리드 누적 판매 대수는 올해 3월을 기준으로 300만 대를 돌파했다. 하이브리드 모델이 처음 출시된 2009년 이후 14년 만에 거둔 성과다. 현대차는 2009년 액화석유가스(LPG) 연료 기반의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를 선보이며 친환경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바 있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처음 선보인 하이브리드 모델은 수출 없이 내수 판매만 진행했는데 판매량이 부진했다. 당시 한국에서는 친환경차에 대한 대중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하이브리드의 가격이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비쌌고 도요타 등 일본차들이 하이브리드 시장을 선점한 것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상황을 반전시켰다. 이듬해를 기점으로 친환경차 시장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하이브리드 차량을 출시하기로 결정한 것. 전략은 주효했다.
2011년 5월 현대차는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내놓음과 동시에 수출을 시작하면서 처음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에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빠르게 인지도를 높여 나갔다. 이때를 기점으로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수치로도 확인된다. 2011년 단숨에 3만 대의 하이브리드 차량을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했다.
2012년에는 전년 대비 두 배 많은 6만 대를 판매하는 등 실적 호조를 이어 갔다. 이후에도 판매량은 계속 늘어나 현대차는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45만5707대의 하이브리드를 판매했다. 한국 판매량(18만3181대)의 2.5배에 달해 ‘수출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모습이다.글로벌 전기차 시장 강자로 ‘우뚝’하이브리드 차량이 친환경차의 ‘현재’라면 전기차는 ‘미래’다. 이런 전기차 시장에서도 현대차는 글로벌 강자들과 이미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어 더욱 기대를 모은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자국 전기차 구매 성향이 강한 중국을 제외하면 현대차는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지난 1분기(1~3월) 판매 점유율(기아 포함) 3위에 올랐다.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가 보여준 활약은 해외의 경쟁사들도 긴장하게 만드는 모습이다. 지난해 짐 팔리 미국 포드자동차 최고경영자(CEO)는 “내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곳은 현대자동차·기아와 중국, 테슬라”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2021년에 나온 현대차의 전기차 아이오닉5를 콕 집어 지목하며 “소프트웨어 기능 면에서 포드차보다 더 낫다. 현대차가 전기차 분야에서 큰 발전을 이뤘다”고 치켜세웠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트위터를 통해 “현대차가 꽤 잘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칭찬한 바 있다. 지난 5월에는 월스트리트저널이 ‘어떻게 현대차는 이렇게 멋있어졌나’라는 기사를 게재하며 현대차가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를 위협하는 존재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외에서도 더 이상 현대차를 만만하게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장을 공략하는 현대차의 방식도 확연히 달라졌다.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 시장에서도 현대차는 경쟁사 대비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시장점유율을 높여 나가는 전략을 구사했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에서만큼은 다르다. 싼 가격 대신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공략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에만 글로벌 시장에서 25만여 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는 성과를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의 전기차 생산 능력과 기술력은 더욱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며 실적 전망을 밝힌다. 현대차는 친환경차 시장점유율을 더욱 높여 가기 위해 전기차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이어 가겠다는 방침을 내세운 상태다.
친환경차의 현재라고 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판매를 ‘캐시 카우’ 삼아 2030년까지 한국 전기차 분야에 24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현대차의 목표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 ‘톱 플레이어’로 도약, 미래차 시장을 장악하는 것이다. ▲돋보기
친환경차 시장 ‘대약진’은 40년 R&D의 결과물현대차가 친환경차 시장에서 돋보이는 성과를 올리고 있는 배경으로는 오래전부터 친환경차 시대를 대비해 준비한 연구·개발(R&D) 노력을 꼽을 수 있다.
모든 ‘혁신’은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는다. 미래차 시장의 강자로 떠오른 현대차의 기술력도 마찬가지다. 오랜 시간 R&D를 이어 온 끝에 빛을 발하게 된 ‘노력의 결정체’다.
가령 현대차의 전기차 개발 역사만 보더라도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내연기관차 시장에서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내세웠지만 미래차 시장에서만큼은 ‘퍼스트 무버’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이때부터 R&D를 시작하며 투자를 이어 갔다. 반드시 내연기관차의 시대가 저물 것이라는 판단과 함께….
1991년 쏘나타 전기차(콘셉트 카)를 시작으로 현대차는 계속해 성능이 향상된 전기차 콘셉트 카들을 하나둘 공개하며 미래를 준비했다. 그러다 2011년 마침내 첫 양산형 전기차인 ‘블루온’을 출시하기에 이른다. 무려 400억원의 R&D 비용을 투입한 끝에 만들어 낸 결과물이었다. 단 민간에는 판매하지 않고 정부 기관을 대상으로 이를 보급했다.
현대차가 본격적으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은 2018년이다. 개선된 배터리 성능을 토대로 장거리 전기차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코나 일렉트릭이 대표적이다. 2018년 7월 유럽 출시 후 3년 만에 누적 판매 10만 대를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끈 모델이다. 코나 일렉트릭은 1회 충전으로 406km 주행이 가능했다. 국내외에서 현대차의 전기차 기술력이 정상급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2021년은 기존과는 뚜렷하게 구분될 정도로 전기차의 기술력 진보를 이뤄 낸 해로 기억된다.
숱한 노력과 투자 끝에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에 기반해 전기차를 생산해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e-GMP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플랫폼을 활용해 생산했던 기존의 전기차와 달리 오직 전기차만을 염두에 두고 구축된 플랫폼이다. 따라서 최적화된 구조로 전기차를 완성해 낼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여기에 기반해 생산 중인 전기차가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 제네시스의 GV60 등이다. 이 모델들을 앞세워 현대차의 전기차 점유율도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