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점 뚜렷한 부회장 트로이카…박정림 대표는 ‘라임 사태’로 걸림돌

[비즈니스 포커스]
KB금융판 '왕좌의 게임' 시작됐다
9년간 KB금융그룹을 이끈 ‘최장수 최고경영자(CEO)’ 윤종규 회장의 후임자가 오는 9월이면 정해진다. 앞서 8월에는 1차와 2차 후보자 명단이 공개될 예정이다.

회장 후보군에는 3인의 부회장과 주요 계열사 대표, 외부 인사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은 2020년 부회장직의 신설로 원활한 승계를 준비해 왔기 때문에 부회장 3인은 가장 유력한 후보들이다. 동시에 강점과 약점도 뚜렷하다.

은행장부터 글로벌 경험까지…각양각색 후보들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8월 8일 1차 쇼트 리스트 6명을 정하고 8월 29일 최종 후보에 올라갈 3명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후 인터뷰와 심층 평가, 투표를 거쳐 9월 8일 최종 후보자 1명을 정한다.

회추위는 매년 반기마다 차기 회장 후보군(롱 리스트)을 추리는 규정에 따라 내·외부 인사 20명을 정했다. 이 가운데 주요 후보로 부회장 3인과 주요 계열사 대표들이 꼽히고 있다.

공교롭게도 KB금융지주의 부회장 3인방은 모두 1961년생이다. 윤종규 회장은 2020년 11월 3연임에 성공한 후 10년 만에 부회장직을 부활시켰다. 제일 먼저 양종희 부회장을 임명한 후 허인·이동철 부회장을 올리면서 현재의 ‘부회장 트로이카’ 체제를 완성했다.

11월 윤 회장의 임기 만료를 앞둔 시점에서 가장 먼저 언급되는 인물은 허인 부회장이다. 허 부회장의 가장 큰 장점은 KB국민은행장을 역임했다는 것. 은행이 금융지주의 핵심이 되는 계열사인 만큼 은행장 경험은 중요한 요소로 평가받는다. 2017년 KB국민은행장에 취임한 허 부회장은 4년간 KB국민은행을 이끌었다. 다른 두 명의 부회장이 은행장 경험이 없다는 점은 허 부회장에겐 분명 유리한 요소다.

허 부회장은 대구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80학번으로 1979학번인 윤석열 대통령의 1년 후배이기도 하다. 허 부회장은 장기신용은행에 입사했다가 외환 위기 당시 회사가 합병되면서 KB국민은행에 합류했다. 올해부터 글로벌부문과 보험부문을 맡았다. 사내 평판도 좋은 편이다. 직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상사로 좋은 평가를 얻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윤 회장이 허 부회장을 어떻게 평가하는 지도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추측도 있다.

윤 회장과 그동안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일해 온 인물은 양종희 부회장이다. KB금융지주는 2021년 1월 부회장직을 신설했는데 양 부회장이 가장 먼저 부회장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현재 개인고객부문·자산관리(WM)·연금부문·중소상공인(SME)부문장을 맡고 있다.

양 부회장은 윤 회장이 지주 부사장을 지낼 때 전략기획부장으로 일하며 손발을 맞춘 바 있다. 이후 양 부회장은 4년 만에 전략기획 담당 상무로 승진했다. 그룹 내부에서는 윤 회장의 의중을 가장 잘 아는 인물로 통한다. 전주고,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했다. 양 부회장은 LIG손해보험(현 KB손보) 인수를 성공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전무를 뛰어넘어 부사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양 부회장은 윤 회장이 3연임에 성공했던 2020년 회장 선임 과정에서도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최종 후보 명단에는 이름이 없었다. 사외이사들이 후보를 고르는데 현재 사외이사들은 당시와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경쟁은 다른 양상으로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KB금융 주변의 분석이다.

이동철 부회장은 KB라이프생명·KB국민카드 등 비은행 계열사의 경영을 도맡으며 경험을 쌓았다. 제주 제일고,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이 부회장은 현재 디지털부문장과 IT부문장을 맡고 있다. 비은행 계열사, 디지털뿐만 아니라 그간 KB금융의 굵직한 인수·합병에 참여했고 KB국민은행 뉴욕지점장을 지내는 등 글로벌 경험도 갖고 있다. 다방면에서 두루 경험한 것이 사업 다각화에 큰 장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20년 회장 선출 때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 있다. 이런 경력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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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 회장 존재감은 여전해

세 명의 부회장 외에도 유력한 회장 후보로 꼽히는 이는 박정림 KB증권 사장이다. 박 사장은 KB금융그룹 총괄부문장을 겸직하며 자본시장부문과 기업투자금융부문을 맡았다. 이에 따라 부회장 3인과 함께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박 사장은 영동여고,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여성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사내에서의 원활한 대외 관계가 장점으로 여겨진다. 조직 내 인망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실력과 평판에 윤 회장의 신뢰까지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박 사장이지만 라임펀드 불완전 판매 관련 사건이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게 변수다. 2020년 금융감독원은 라임 사태와 관련 박 사장에게 문책 경고를 내렸다. 이후 중단됐던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심의가 올해 초 재개됐다. 문책 경고가 확정되면 3년간 금융회사 취업이 제한되기 때문에 징계 수위 회장 도전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직 KB국민은행장도 빼놓을 수 없는 후보다. 1966년생인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서울고와 서강대 수학과를 졸업했다. 2022년부터 KB국민은행을 이끌었다. 리브엠·KB부동산·KB차차차 등 비금융 사업을 강화하면서 장기적 먹거리를 확보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KB금융지주는 롱 리스트 후보들의 실명을 따로 공개하지는 않는다. 이에 따라 쇼트 리스트가 공개돼야 실제 후보자들의 면면을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현직 회장은 언제나 강력한 후보가 될 수밖에 없다.

2014년 선임 후 3차례나 연임 기록을 쓴 윤 회장은 올 상반기에만 3조원에 가까운 당기순이익을 내면서 4연임 도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다만 전반적으로 금융권의 세대교체 바람이 분 만큼 윤 회장이 완주할지, 아니면 후배들에게 길을 터 줄지가 회장 선출에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현 정부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도 판도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윤 회장에 대한 내부적 신망도 높다. 회사 관계자는 “윤 회장은 KB금융지주를 위해서는 꼭 있어야 하는 인물”이라며 “과거 외부 인사들이 KB금융지주 내부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를 한 번에 정리한 인물이 윤 회장”이라고 평했다. KB금융지주 내에서 윤 회장이 갖는 존재감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외부 인사가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금융지주 회장 인사를 마친 NH농협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모두 외부 인사를 택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KB금융 인선과 관련해 “선진적인 지배 구조 선례를 만들어 줬으면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금융 당국이 KB금융 회장 인선을 중시하고 있는 만큼 외부 인사가 주요 후보로 급부상할 수도 있다.

그간 KB가 부회장직 신설 등으로 차기 회장 인선을 차근차근 준비해 온 만큼 업계에서는 외부 인사의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다만 쇼트 리스트 확정 후 후보자들 간의 투서전 등 진흙탕 싸움을 벌일 경우 외부 인사가 유력한 후보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