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유행한 '핸드폰 튜닝 문화', 레트로에 다시 관심 받아

(사진=카카오스타일)
(사진=카카오스타일)
스마트폰 이전에 피처폰이 있었습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화면이 핸드폰의 90% 이상을 차지하게 된 일체형 스마트폰과 달리 화면, 키보드, 배터리 등이 각각 나뉘어 있는 형태입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사용했죠.

그때는 '폰꾸(핸드폰 꾸미기)'가 일상이었습니다. 핸드폰 곳곳에 꾸밀 곳이 많았으니까요. 키보드를 뜯어서 색종이를 넣거나, 외관 테두리에 스와로브스키를 이용한 큐빅 장식을 두르고, 핸드폰 앞면과 뒷면에 코팅 스티커를 붙이기도 했습니다. 당시에는 이런 행위들을 '튜닝'이라고 불렀습니다. 폰꾸가 완성된 폰을 '튜닝폰'이라고 칭했고요.

폰꾸는 당시 1020세대가 개성을 표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었습니다. 서울에서는 용산이나 신도림 전자상가를 가면 전문으로 핸드폰을 꾸며주는 매장도 많았습니다. 가격은 보통 3만~5만원 정도 했습니다. 손재주는 없는데,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폰꾸'는 돈이 됐습니다.

이런 '핸드폰 튜닝 문화'가 언제 사라졌나면,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2010년대입니다. 키링을 달 곳도, 꾸밀 곳도 없어진 대화면의 스마트폰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자연스럽게 폰꾸도 사라지게 된 거죠. 튜닝 문화 중 지금까지도 남아있는 것은 핸드폰 케이스가 전부입니다.

피처폰 시절에 끝난 줄 알았던 '폰꾸'가 다시 유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약 20년 만에 다시 살아난 겁니다. 핸드폰이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선택받은 거죠. 다시 한번, 핸드폰이 패션 아이템이 되면서 폰꾸미기 관련 액세서리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에서는 핸드폰 액세서리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최대 17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7월 한 달 지그재그 내 '핸드폰 케이스'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2배가량(95%) 증가했습니다. 특히, . 옛날 핸드폰 디자인을 연상케 하는 '안테나 케이스'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했다고 합니다. 레트로 패션 유행이 폰꾸미기(핸드폰 꾸미기)에도 영향을 미친 거죠. 지그재그 관계자는 "핸드폰 케이스가 외부 충격으로부터 핸드폰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을 넘어 개성을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부수적으로 핸드폰을 꾸밀 수 있는 액세서리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2000년대에 누구나 하나씩은 달고 다녔던 핸드폰 고리 유행이 돌아오며 키치함을 더할 수 있는 ‘키링'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2배(100%) 증가했습니다. 핸드폰을 손목에 걸거나 가방처럼 멜 수 있는 '핸드폰 스트랩' 거래액도 17배 이상(1607%) 급증했고요.

카카오스타일 관계자는 "패션 분야에서 유행하고 있는 Y2K 등이 핸드폰 액세서리에서도 동일하게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앞으로 패션 트렌드가 디지털 액세서리 분야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20년 전, 핸드폰 액세서리는 그 어떤 패션 아이템보다 영향력이 컸죠. 모두가 다 똑같이 생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2023년에도 그런 영향력을 갖게 될까요.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