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오너 일가가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은 돈이 이달 초 기준 7조6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1년 새 2조원 이상 늘어난 수치로, 주로 상속·증여세 납부를 위해 대출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가 세 모녀 "상속세 내려고"...1년새 주담대 2배↑ 4조 넘어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왼쪽부터), 홍라희 삼성미술관리움 전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우리나라의 상속세는 상속재산을 과세표준으로 하고, 최고 50%의 상속세율을 곱해 납부할 세액을 산정하는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상속세율인 26%보다 2배 가까이 높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여기다가 최대주주가 보유한 상속주식에 대해서는 20%의 할증액을 가산해 평가함으로써 실효 상속세율은 60%에 이른다.

9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이달 4일 기준 82개 대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72개 그룹 오너 일가의 주식담보 현황을 조사한 결과, 36개 그룹 136명이 보유 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이 있었다.

이들은 보유한 계열사 주식의 37.1%를 담보로 제공하고 총 7조6천558억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담보 비중은 29.6%에서 7.5%포인트 올랐으며, 담보대출 금액도 1년 전(5조4196억원)보다 41.3%(2조2362억원) 증가했다.

이처럼 오너 일가가 주식을 담보로 돈을 대출받는 배경에는 경영자금 확보나 상속·증여세 등 세금을 납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대주주 일가의 재산권만 담보로 설정하고, 의결권은 인정되기 때문에 경영권 행사에 지장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단, 주가가 담보권 설정 이하로 떨어질 경우 반대매매로 주가가 하락해 소액 주주가 피해를 볼 위험도 있다.
삼성가 세 모녀 "상속세 내려고"...1년새 주담대 2배↑ 4조 넘어
특히 지난 1년 사이 오너 일가의 대출금이 가장 많이 증가한 그룹은 삼성으로 집계됐다. 삼성가(家) 세 모녀는 계열사 보유지분의 40.4%를 담보로 제공하고 4조781억원을 대출받았다. 이는 1년 전(20.2%·1조8871억원)과 비교했을 때 담보 비중은 2배로, 대출 금액은 2배 이상으로 증가한 수치다.

대출 규모는 고(故)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2조2천500억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그 뒤를 이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1조1167억원,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6611억원 순이었다.

삼성 다음으로 오너 일가의 주식담보 대출이 많이 늘어난 곳은 LG였다. LG그룹 오너 일가 5명의 주식담보 대출은 1년 전 1천288억원에서 올해 2천747억원으로 증가했다.
SK그룹에서는 오너 일가 10명이 주식의 51.8%를 담보로 5천575억원을 대출 중이었다. 1년 새 대출금액은 608억원 늘었고, 한솔그룹의 경우 오너 일가 5명의 주식담보 대출금액은 1년 새 170억원에서 603억원으로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