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섭 후보자 최종 낙점…주주 총회 통과하면 KT 셋째 ‘외부 CEO’

[비즈니스 포커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KT 광화문 지사. (사진=한국경제신문)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KT 광화문 지사. (사진=한국경제신문)
KT의 경영 공백을 끝낼 신임 후보자로 김영섭 전 LG CNS 사장이 낙점됐다. 8월 4일 선임 이후 김 후보자는 외부에 소감을 따로 밝히지 않는 등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표이사 선임의 최종 관문인 주주 총회 표결을 통과하기 전까지 외부에는 별도의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김 후보자가 ‘정중동’의 자세를 보이는 것은 이유가 있다. 앞서 이뤄진 KT의 대표 선임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구현모 전 대표, 윤경림 전 사장이 대표 선임 과정에서 중도 하차하면서 두 번이나 대표 선임 절차가 무산됐다. 이로 인해 KT는 9개월간 경영 공백을 겪어야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임된 신임 대표 후보자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험난했던 KT의 새 대표 찾기, 남은 과제는

ICT CEO 경험에 높은 점수

KT가 선택한 김영섭 후보자는 ‘정통 LG맨’이다. 1984년 럭키금성상사(전 LG상사, 현 LX인터내셔널)에 입사해 LG상사 미국법인 관리부장, LG 구조조정본부 재무개선팀 상무, LG CNS 경영관리부문 상무, 경영관리본부 부사장, 솔루션사업본부 부사장직을 거쳤다. 통신업계에 몸담은 이력도 있다. 2014년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재직했고 2015년에는 LG CNS 대표로 취임, 지난해까지 7년여간 대표를 역임했다.

이러한 정보통신기술(ICT)업계에 대한 전문성이 선임 과정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KT 이사회 윤종수 의장은 “김영섭 후보는 그간의 기업 경영 경험과 ICT 전문성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KT가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미래 비전과 중·장기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명확히 제시했다”고 밝혔다.

다른 회사에서 경력을 쌓은 기간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KT가 김 후보를 낙점한 것에는 그간 김 후보가 해 왔던 이력이 KT가 지향하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KT는 그간 ‘디지코’를 통해 인공지능(AI)·콘텐츠 등 ‘비통신’ 분야를 키우는 것에 주력해 왔다. 김 후보자는 다년간의 ICT 기업 최고경영자(CEO)로서 쌓아 온 경험을 바탕으로 DX 역량과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자질을 갖췄다고 평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7월 4일 이뤄진 최종 면접에서도 이러한 김 후보자의 역량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KT는 그간 박종욱 대표이사 직무대행(경영기획부문장) 체제로 꾸려져 왔지만 계열사 인선 등 굵직굵직한 현안은 새 대표 선임 이후로 미뤄 놓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김 후보자는 선임 직후부터 조직 개편과 사업 재편 등 수많은 업무와 직면하게 된다.

하지만 김 후보자가 KT의 대표가 되기 위해 남은 마지막 관문이 있다. ‘주주 총회’다. KT는 임시 주주 총회를 8월 30일 오전 9시 서울 KT연구개발센터에서 개최한다고 8월 7일 발표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김 후보자를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경영 계약서를 승인하는 것이 주요 의안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말 KT는 대표이사 후보자 선임의 정당성을 강화하겠다며 의결 참여 주식의 50% 이상에서 60% 이상 찬성으로 의결 기준을 상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대표 후보자는 주총 참여 주식의 60% 이상 찬성과 찬성한 비율이 전체 주식의 25%를 넘겨야만 취임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상향된 기준 때문인지 김 후보자와 KT 모두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종 단계인 주주 총회를 김 후보자가 통과하면 KT의 9개월 경영 공백도 드디어 끝이 나게 된다.

두 번의 낙마 끝 낙점 외부 출신 CEO

김 후보자가 대표에 선임되면 KT로서는 이석채·황창규 전 회장에 이어 셋째 외부 출신 CEO를 맞이하게 된다. 3년 만에 다시 ‘외부 CEO’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번 KT의 대표 선임 과정에서는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험난했던 대표 선임의 시작은 지난해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구현모 전 대표는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연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KT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지배 구조 문제에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겠다고 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이후 구 대표는 단독 후보 추천 대신 복수 후보로서 경쟁 과정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CEO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했다’며 반대 의견을 고수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도 금융위원회 업무 보고에서 “소유 분산 기업의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가 작동돼야 한다”고 발언한 것도 KT의 대표 선정 과정에 영향을 미쳤다.

결국 구 전 대표는 다시 이뤄진 후보 심사에서 연임을 포기했다. 이후 윤경림 전 KT 사장이 내정됐지만 이후 사외이사와 계열사 후보들이 모두 사퇴하면서 난관에 부닥쳤다. 여기에 국회 주무 상임위원회인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은 윤 전 사장의 실명을 거론하며 ‘이익 카르텔’, ‘아바타’라며 비판하자 윤 전 사장도 사퇴했다.

여기에 검찰이 이른바 ‘KT 이권 카르텔’의 일환으로 여겨진 일감 몰아 주기 의혹을 조사하면서 구 전 대표 등을 잇달아 소환하고 광화문 사옥을 압수 수색하면서 KT는 더욱 혼란스러운 상황에 돌입했다.

이처럼 인사 때마다 불거지는 ‘KT 흔들기’로 KT의 주가 역시 요동쳤다. 지난 1년간 KT의 주가를 살펴보면 지난해 9월 3만9300원으로 최고가를 찍었다. 하지만 올해 3월 최저가인 2만8850원까지 하락했다. 이 시기는 윤경림 전 사장이 중도 포기, 사외이사들의 연이은 사퇴 등으로 KT의 CEO 선임이 한창 혼란의 절정에 빠진 때였다. 8월 8일 기준 KT의 종가는 3만1950원이다.

월말 임시 주주 총회에서 신임 대표가 취임한다면 그간 증권가가 KT의 리스크로 지적해 온 요소는 ‘잠시나마’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최순관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신임 CEO 선임에 대해 노동조합도 찬성의 뜻을 밝힌 만큼 선임 이후 빠른 경영 정상화가 기대된다”며 “성장 전략, 배당 정책 등 시장에서 일부 재기된 불확실성이 빠르게 해소된다면 호실적에 걸맞은 주가 상승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반복돼 온 혼란은 KT의 현주소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예시다. 2002년 민영화 이후 20년이 지났지만 KT는 대표를 선출하는 시기만 오면 낙하산 의혹에 시달렸다. 이번 대표 선정에서도 정치권 인사의 등판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하지만 심사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들은 다 탈락했고 결국 KT가 적절한 경력을 갖춘 외부 인사를 택하는 방향으로 균형을 맞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KT는 특정 대주주가 없는 ‘소유 분산 기업’이다. 3월 말 기준으로 KT의 대주주는 국민연금(8.27%), 현대차그룹(7.79%), 신한은행(5.57%) 등이다. 이러한 구조가 반복되는 ‘대표 잔혹사’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외풍을 막기 위해 지배 구조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도 KT 새 대표의 숙제 중 하나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