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OTT업계, 멤버십 앞세운 고객 확보 경쟁 심화
신세계-웨이브 vs 네이버-티빙 vs 쿠팡-쿠플
공통점은 ‘3040세대 여성 고객’ 확보…모두가 윈-윈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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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십에서 콘텐츠 혜택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어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안 쓰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게다가 하나만 보는 사람도 드물죠. OTT는 유통 멤버십의 디폴트(기본 설정값)인 셈이죠.”

OTT 서비스가 유통사 간 경쟁의 한 축이 되고 있다. 그동안 회원 가입자들에게 네이버는 CJ ENM의 ‘티빙’을 낮은 가격에, 쿠팡은 ‘쿠팡플레이’를 무료로 볼 수 있게 해 줬다. 여기에 신세계가 웨이브 할인으로 맞불을 놓으며 뛰어들었다.

이들의 타깃은 3040세대 여성들이다. 이 층은 유통업계에서 핵심 고객군인 동시에 OTT업계에서도 중요하다. 양쪽 모두 ‘3040세대 여성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손잡고 있다. 유통가, OTT 삼파전신세계가 지난 6월 내놓은 유료 멤버십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의 혜택에 웨이브 이용권을 추가했다. 유니버스 클럽은 스타벅스·SSG닷컴·G마켓 등 신세계 온·오프라인 계열사 혜택을 합쳐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연회비는 3만원이다.

여기에 8월 말까지 가입하는 신규 회원을 대상으로 OTT ‘웨이브(wavve)’ 이용권 혜택을 제공한다. SSG닷컴에서 가입하면 스탠더드 이용권 5개월권을 50% 할인해 준다. 5개월권의 정가는 5만4500원(월 1만900원)이지만 유니버스 클럽에 신규 가입하면 2만7250원(월 5450원)에 웨이브를 이용할 수 있다.

멤버십 가입 시 제공되는 SSG머니 3만 점을 사용해 구매하면 사실상 별도 비용 없이 웨이브를 이용할 수 있다.

3만 점을 사용하지 않아도 기존에 웨이브를 이용하던 사용자라면 월 2950원이 절약된다. 신세계 멤버십(연 3만원)의 월평균 가격은 2500원이고 여기에 웨이브 이용료 5450원을 더하면 7950원이다. 별도로 웨이브를 이용하는 가격(월 1만900원)보다 저렴하다. SSG닷컴이 아닌 다른 5개 계열사에서 가입한 회원이나 기존 유니버스 클럽 회원은 3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사진=쿠팡)
(사진=쿠팡)
신세계의 결정으로 OTT 혜택을 앞세운 멤버십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웨이브와 손잡은 신세계 외에도 네이버는 티빙, 쿠팡은 쿠팡플레이 등을 앞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OTT 혜택을 가장 먼저 선보인 것은 쿠팡이었다. 쿠팡은 2020년 12월 자사 OTT 플랫폼 ‘쿠팡플레이’를 출시, 쿠팡 와우 멤버십 회원들이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쿠팡플레이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로드받고 쿠팡 앱과 연동만 하면 별도 가입 절차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쿠팡은 당시 OTT 가운데 가장 많은 동시 접속 계정(최대 5개)을 강점으로 내세워 이용자를 확보했다.

업계의 시각은 부정적이었다. OTT 경쟁력의 핵심은 ‘얼마나 많은 콘텐츠를 확보했는지’다. 그런데 당시 쿠팡플레이는 8만 편 이상의 콘텐츠를 보유한 왓챠와 웨이브 등에 비해 콘텐츠 수가 부족하고 자체 제작에 나선다고 해도 콘텐츠 품질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또한 출시 초반에는 안드로이드에서만 이용할 수 있었고 쿠팡 측에서 쿠팡플레이 관련 투자 로드맵이나 콘텐츠 비전을 공개하지 않았던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하지만 현재 쿠팡플레이는 쿠팡 멤버십의 핵심 혜택이 됐다. 스포츠 콘텐츠 독점 공개, 자체 제작 콘텐츠 등으로 플랫폼의 경쟁력을 끌어올린 결과다. 쿠팡의 유료 멤버십 회원은 지난해 1100만 명을 돌파했다. 업계에서는 쿠팡플레이가 쿠팡 ‘록인 효과(다른 서비스로 옮기려는 고객을 붙잡는 현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래픽=정다운 기자)
(그래픽=정다운 기자)
OTT 효과가 증명되자 이커머스 시장에서 쿠팡과 1위 경쟁을 하고 있는 네이버도 같은 전략을 내놓았다. 네이버는 2021년 3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회원이 사용할 수 있는 ‘티빙 방송 무제한 이용권’을 출시하며 OTT 혜택을 강화했다.

네이버는 2020년 6월 유료 멤버십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을 처음 공개했는데 이때는 OTT 혜택이 제공되지 않았다. 티빙을 추가한 것은 멤버십 론칭 9개월 만의 결정으로, 네이버 측은 “‘적립 혜택’이라는 특장점을 중심으로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분야에서 혜택을 고도화하고 있다”며 “티빙 결합은 콘텐츠 혜택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효과도 좋았다. 네이버는 유료 멤버십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OTT 혜택 외에도 웹툰 구독, 음원 감상,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멤버십 고객은 혜택 중 하나를 선택해 이용할 수 있다. 네이버에 따르면 유료 멤버십 가입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티빙을 콘텐츠 제휴 혜택으로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다른 선택지 없는 유통·OTT유료 멤버십 고객을 확대하는 것은 유통업계의 공통된 고민거리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통 산업이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됐고 멤버십은 소비자가 쇼핑 플랫폼을 선택할 때 중점적으로 고려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지난해 발표한 ‘온라인 쇼핑 멤버십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 이용자 10명 가운데 6명은 멤버십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10명 중 9명은 1개월 내 온라인·모바일 쇼핑 경험이 있고 이들 가운데 59.1%는 온라인 쇼핑 멤버십을 현재 이용하고 있다. 쇼핑과 관련한 유료 멤버십은 이용자 평균 1.56개를 사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야, 너도? 야, 나두!” 유통-OTT 연합의 속내
오픈서베이는 “쿠팡 로켓와우가 여러 멤버십 중 가장 선전하고 있고 네이버플러스 멤버십과 스마일클럽이 그 뒤를 잇는다”며 “그다음이 스마일클럽(현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이다. 멤버십 이용자가 비이용자보다 해당 쇼핑몰에 더 자주 접속하고 더 자주 구매하고 구매 시 지출 금액도 더 많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만 협업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OTT업계도 글로벌 경기 침체와 성장세 둔화 등으로 새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시장 조사 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 7월 OTT 앱 상위 5개 활성 사용자 수(MAU, 중복 포함)는 2750만 명으로 집계됐다. 개별 앱별로는 넷플릭스 1176만 명, 쿠팡플레이 579만 명, 티빙 458만 명, 웨이브 331만 명, 디즈니+ 206만 명 등이다. 조사는 5120만 명(안드로이드 사용자 3688만 명+iOS 사용자 1432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현재 한국의 OTT 시장은 2위 경쟁이 치열하다. 넷플릭스는 경쟁사 대비 2배 이상의 사용자를 유지한 절대 강자다. 넷플릭스를 제외하고는 쿠팡플레이·티빙·웨이브 등 3사의 MAU 격차가 크지 않다.
(그래픽=정다운 기자)
(그래픽=정다운 기자)
게다가 이들 모두 적자다. 쿠팡은 지난해 쿠팡플레이가 포함된 신사업부문에서 1억1201만 달러(약 147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티빙은 1191억원의 적자를 냈다. 신세계와 손잡은 웨이브는 지난해 1213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 3년 누적 영업 적자는 1940억원에 달한다.

신규 고객 확보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해야 하는 게 이들의 핵심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쇼핑을 즐기는 소비자, 특히 ‘3040세대 여성 고객’을 확보해야 한다. 이찬호 스튜디오웨이브 대표는 올해 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30대 여성이 콘텐츠 시장을 끌고 간다고 생각한다”며 “작품의 기준, 가령 잔인함의 수위를 측정할 때도 30대 여성의 시선을 고려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가장 구매력이 높은 고객은 ‘3040세대 여성’이다. OTT업계가 유통업계 멤버십 협업에 긍정적으로 나서는 이유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20대부터 40대 여성들”이라며 “그들은 유통업계와 OTT업계의 교집합이 되는 셈이다. 결국 이들 업계가 손잡는 것은 고객을 공유하며 공생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