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글로벌 경제 지도가 바뀐다, 기후경제학 ]
“여기 한국 맞아?”…애플망고부터 백향과까지 ‘메이드 인 코리아’[기후경제학]
전남 고흥군에서는 최근 이 지역에서 재배한 아열대 과일 애플망고를 전국으로 출하하기 시작했다. 고흥에서는 현재 9곳의 농가가 이를 재배 중인데 올해 예상 생산량은 약 9톤에 달한다.

브라질이 원산지로 100가지 향기가 난다는 뜻의 백향과(패션프루츠)도 한반도 내륙에서 생산되고 있다. 백향과는 제주도에서만 재배됐던 과일이었다. 최근에는 경북 김천·구미, 충북 진천에 이어 인천, 경기도 평택 등 수도권에서도 백향과를 생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열대 작물의 재배 한계선이 점차 북상하고 있다. 그동안 아열대 작물은 따뜻한 제주도나 최남단 지역에서 소량으로 생산돼 왔다.

기후 변화에 따라 최근에는 다양한 지역에서 이를 재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넘어 심지어 경기도와 인천 등 수도권에서도 이를 생산하는 상황이다.

수입해야만 먹을 수 있던 아열대 작물을 한국에서 생산할 수 있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기후 변화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우려스러운 대목이기도 하다.
재배 면적 6년 사이 10배 증가

‘4125.74㏊.’

농촌진흥청이 자체 조사한 올해 한국의 아열대 작물(채소·과수) 재배 면적이다. 아열대 작물의 재배 면적은 2017년 354.2헥타르(㏊)에서 2020년 4125.74헥타르로 6년 새 10배 넘게 늘었다. 여의도 면적의 14배에 달한다.

그만큼 빠르게 기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이 수치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농작물은 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할때 재배 가능 지역이 위도상 81km, 해발 고도는 154m 올라간다.

기상청 조사 결과 1970년대 섭씨 영상 12.1도였던 한국의 평균 기온은 2020년대 들어 섭씨 영상 13.1도로 상승했다. 평균 최고 기온 역시 같은 기간 섭씨 영상7.7도에서 섭씨 영상 18.6도까지 올랐다.

이에 따라 제주도가 주산지였던 한라봉은 물론 바나나·백향과·애플망고·용과·파인애플 등 아열대 과일의 재배가 내륙에서 가능하게 된 것이다.

2021년 기준으로 보면 한국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고 있는 아열대 과일은 망고로 재배 면적은 76.8헥타르로 집계됐다. 망고는 현재 제주도를 비롯해 충남 부여, 전남 영광, 경남 통영·함안 등 전국 200여 곳의 농가에서 폭넓게 재배 중이다.

백향과는 34.6헥타르로 2위, 바나나는 21.2헥타르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아열대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 역시 늘어나고 있다.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의 조사 결과 2017년 372호였던 한국의 아열대 과일 재배 농가는 2021년 556호로 50% 정도 늘었다.

현재 추세라면 앞으로 한반도에서 재배되는 과일이나 작물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농진청에 따르면 현재 아열대 기후대는 국토의 약 6.3%를 차지하고 있다. 이 면적은 매년 조금씩 증가해 2030년대 18.2%, 2050년대 55.9%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현재 내륙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고 있는 과일인 사과·배·복숭아 등은 점차 재배 면적이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아직 먼 미래의 얘기지만 2070년대 이후 해당 과일들은 강원도 일부 산간 지역에서만 재배될 것이라는 게 농친청의 예상이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