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마음의 소용돌이에서 나오는 법[서평]
마음을 돌보는 뇌과학
안데르스 한센 지음│이수경 역│한국경제신문│1만8000원
스트레스·우울·불안·집중력 저하 등 오늘날 우리가 갖고 있는 마음의 문제는 많다.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시대를 살면서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 시스템의 문제, 격차 문제, 여러 가지 문제를 원인으로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스웨덴의 정신과 의사 안데르스 한센은 그의 저서 ‘마음을 돌보는 뇌과학’에서 마음의 문제를 해결하고 근본적 원인을 찾으려면 우리의 뇌를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한다.

풍요의 시대에도 우울한 이유, 행복한 순간에도 어느덧 우울함에 휩싸이는 이유를 알지 못하고 다른 곳에서 해결 방법을 찾는 것은 우리가 생물학적 존재라는 사실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불안하거나 우울할 때 마음(뇌)이 고장 났다고 생각하는데 저자의 말에 따르면 “뇌는 고장 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느끼는 불안·우울·고통은 뇌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선택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우리의 몸은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생활하며 현대를 살고 있지만 우리의 뇌는 1만 년 전 수렵 채집인 시절의 뇌와 같다. 현대인의 궁극적 목표가 ‘행복’이라면 수렵 채집인 뇌의 목표는 ‘생존’이다. 그래서 우리가 겪는 감정들은 생존이라는 목표 아래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불안은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는 스트레스 대응 시스템이다. 외로움은 집단에서 배제됐을 때 생존 확률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이에 대한 두려움이 강하게 들어 있다. 우울은 일종의 에너지 절약 모드이자 뿌리 깊은 방어 기제다. 이 감정들은 우리를 힘들게 하는 요소지만 과거에는 우리의 생존 확률을 높여 주는 신호였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우울과 불안 등은 고정된 정체성이 아니라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기분이다. 저자는 말한다. “뇌는 완성된 도자기가 아니라 점토다. 가소성이 있어 바뀔 수 있고 어떻게 생활하느냐에 따라 뇌의 작동 방식도 달라진다.”

즉 우리의 뇌는 수렵 채집인의 뇌여서 생존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지만 감정에 영향을 주는 뇌의 회로는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에 몰두하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하루에 몇 시간씩 타인의 편집된 삶과 자신을 비교하면 뇌는 우리의 서열이 낮아졌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우울함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소셜 미디어 사용 시간을 줄이고 대면 관계를 넓힘으로써 우울에 빠지는 뇌의 회로를 바꿀 수 있다. 이 행동의 효과는 전 세계적으로 우울증 환자 1억 명이 줄 수 있을 정도다.

자신이 예측 불가능한 스트레스에 장기적으로 노출됐는지, 적절한 수면을 취하고 있는지, 친구들을 얼마나 자주 만나고 있는지 살펴보라. 그리고 움직여라. 수렵 채집인들은 하루에 평균 1만5000~1만8000보를 걸었지만 우리는 그 3분의 1인 5000~6000보밖에 걷지 않는다. 더 적게 걸을수록 심박 수가 느려지고 스트레스 수치인 코르티솔 수치가 높아진다. 그래서 우리는 더 움직여야 하다.

우리가 지금보다 더 걸음 수를 늘릴 때 엔도르핀이 증가하고 코르티솔 수치가 낮아지며 이 모든 것들이 뇌의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칼로리를 아끼고 편하고자 하는 뇌의 본능 때문에 몸을 움직이는 것,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당장 실행이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지금보다 조금 더 움직이고 조금 더 다른 사람과 연결될 때 우리는 더 좋은 기분, 더 좋은 삶을 경험할 수 있다.

안데르스 한센은 스웨덴에서 가장 사랑받는 정신과 의사이자 과학 저술가다. 그의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의 다양한 고민을 접하면서 그는 우울과 불안이 어디에서 왔는지, 오래전부터 자신을 끈질기게 괴롭힌 이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뇌가 작동하는 원리를 살펴봤다. 그리고 인류학과 뇌과학 연구를 통해 마음의 메커니즘을 밝히고 진화의 관점으로 부정적인 감정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다뤄야 할지 그 답을 ‘마음을 돌보는 뇌과학’에 충실히 담았다.

박혜정 한경BP 출판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