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 저금리 기조로 늘어나는 대출…지속적인 디레버리징에 대한 정부 의지가 중요

[경제 돋보기]

최근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는 가계 부채가 심상치 않다. 지난 4월까지 감소세를 보이던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가계 대출 규모가 5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선 후 5월과 6월의 증가 폭이 각각 1431억원과 6332억원으로 나타났다. 7월 말 기준 가계 대출 잔액은 679조2200억원으로, 6월 잔액 678조2400억원과 비교하면 약 1조원 가까이 상승함에 따라 3개월째 폭증세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기준금리는 7개월째 동결 상태이지만 여전히 강력한 긴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발표에 따라 미 국채 금리가 인상되고 이에 영향을 받는 한국의 대출 금리가 인상됐다. 가계 대출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주택 담보 대출 금리가 6월 중 인상됐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가계 대출 규모가 증가하는 기이한 현상을 보인 것이다.

지난 5월부터 한국 은행들이 새로 취급한 주택 담보 대출 가운데 고정 금리형보다 변동 금리형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것은 한국의 금리가 더 이상 인상되기보다 인하될 가능성 높다는 예측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5대 은행의 가계 대출 연체율이 3월 말 0.25%에서 6월 말 0.27%로 늘어났지만 가계 대출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가계 부채 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이 105.0%로 BIS가 집계하는 43개국 중 스위스(128.3%)와 호주(111.8%) 다음으로 3위를 차지했다. 즉 한국이 1년 동안 한국에서 생산한 총가치를 다 사용해도 가계 부채를 변제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10년 전 2012년에는 77.3%로 14위였지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 기간을 거치면서 2020년 103.0%, 2021년 105.8%로 치솟았다.

다른 국가들도 처한 상황은 비슷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요 선진국들은 점진적 디레버리징(deleveraing)을 실행해 왔고 한국은 디레버리징이 지연되면서 금융 불안의 불씨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소득 대비 빚 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13.6%로, 호주에 이어 2위를 차지했고 2019년과 비교하면 DSR의 증가 폭이 1.4%포인트로 주요 17개국 중 1위였다. 17개국 평균은 마이너스 0.3%포인트로, 디레버리징이 진행된 반면 한국은 오히려 소득 대비 큰 폭으로 부채가 증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5월부터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는 아파트 시세와 부동산 시장이 저점을 지났다는 인식이 주택 담보 대출을 중심으로 가계 부채 증가를 부채질하고 있다. 빚을 제대로 털어내지 못한 상태에서 추가적 대출로 빚을 해결하려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상대적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영혼을 끌어모아 대출받고 빚 내서 투자하는 열풍이 다시금 재현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장기적인 디레버리징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시장 정책과 금융회사의 가계 대출 수요와 공급을 관리하는 거시 건전성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기업 대출보다 안전한 가계 대출을 선호하는 금융회사의 공급 유인과 DSR 규제 강화, 담보인정비율(LTV) 차등화 등의 대출 수요 요건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지나친 가계 부채는 금융 시스템 리스크를 키우고 장기적으로 생산성이 떨어지는 부동산 투기로 자원을 왜곡시켜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 어렵지만 지속적인 디레버리징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심상치 않은 가계 부채, ‘빚투’ 또 시작되나 [차은영의 경제돋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