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및 주요상권 등 활기 기대
유커 맞이 준비 한창

[스페셜 리포트]

“‘유커(游客 : 중국인 관광객)’가 돌아온다면 살아나기 시작한 명동은 더 큰 활기를 띨 것 같습니다.”

휴일인 8월 15일 점심시간 서울 중구 명동에서 만난 액세서리 노점상 A 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과거 명동을 찾는 대부분의 관광객이 중국인이었다”며 “명동 상권이 최근 살아났다고 해도 이전 유커들이 단체로 들어올 때에 비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명동 거리의 한 화장품 매장 직원 B 씨도 “중국인들의 방한이 뜸해지면서 매출도 큰 폭으로 줄었다”며 “유커가 돌아오면 다시 매출이 큰 폭으로 늘 것 같다”고 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 입국이 6년 5개월 만에 재개되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주요 상권의 상인들은 유커의 방한이 재개되면서 상권이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고사 직전까지 내몰렸던 시내 면세점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중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맞춤형 전략을 내세우며 ‘유커 맞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 실적이 지지부진했던 백화점업계도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명품을 싹쓸이하는 유커들의 귀환에 매출 증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급등하는 추세다.
‘유커의 귀환’, 들썩이는 내수 시장[중국의 추락③]
8월 15일 찾은 명동의 모습. 사진=김정우 기자


그 누구보다 유커들의 방한 재개를 가장 반기는 이들은 침체된 상권의 상인들이다. 서울 주요 상권 상인들은 올해 ‘여름 장사’를 사실상 망쳤다.

장기간 이어진 무더위로 인해 사람들이 외출을 꺼리면서 힘겨운 여름을 보냈다.

상인들은 유커들의 방문 재개가 반등의 계기를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8월 15일 찾은 명동에서는 벌써부터 그 기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날 명동 거리에 빼곡하게 자리한 로드숍 유리창 외벽에는 ‘중국어 가능한 직원을 구한다’는 안내문이 붙은 가게들이 눈에 띄었다.
침체된 상권 부활 기대8월 15일 점심 명동 일대는 인파로 북적였다. 무더위가 한풀 꺾인 가운데 휴일을 맞아 먹거리를 손에 들고 있는 사람들이 거리 곳곳을 오갔다.

유명 식당들은 입구마다 긴 대기 줄이 서 있었다. 명동 일대에 빼곡하게 들어선 화장품 매장들도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외국인들도 많이 보였다.

잼버리 공식 일정을 마치고 서울 관광을 즐기는 해외 스카우트 대원들을 비롯해 여러 국적의 손님이 가득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과거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밀려 들어올 때만큼은 아니라는 게 이곳 상인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노점에서 킹크랩을 판매하는 C 씨는 “중국인들이 많이 왔을 때는 거리에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며 “지금은 중국 관광객들보다 일본과 태국 등 다양한 국적의 해외 관광객들이 명동을 많이 찾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명동 거리에는 아직까지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보이지 않았다. 간혹 중국말을 쓰는 가족 단위의 방문객이 보이는 정도였다.

하지만 상인들은 이내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 한껏 부푼 모습이었다. 노점에서 티셔츠를 판매하는 D 씨는 “얼마 전 유커들의 단체 관광 제재가 풀렸다는 소식에 이곳 상인들은 한껏 들떠 있는 상황”이라며 “명동이 과거의 모습을 되찾을 날도 머지않았다”고 했다.

여행업계에서는 9월 말을 기점으로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최대 명절인 중추절과 국경절이 맞물린 황금 연휴(9월 29일~10월 6일)가 찾아오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기간 동안 그간 한국 여행을 못했던 중국인 관광객이 대거 몰릴 것”이라며 “한국 유통 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띨 것”이라고 말했다.

시내 면세점들도 유커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한국의 면세점들은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보복으로 인해 차츰 경쟁력을 잃어 갔다.

매출의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유커들이 사라지면서 세계 1위였던 롯데면세점의 매출 순위는 현재 3위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톱3’였던 호텔신라도 4위권으로 추락했다.

유커 없이 면세점 업황이 반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유커는 한국 면세점의 단골손님이자 상품들을 쓸어 담는 ‘큰손’이기 때문이다.

엔데믹(주기적 유행) 시대의 첫 휴가철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유커 없는 면세점은 여전히 썰렁하기만 한 상황이다.
유통업 주가도 급등세8월 14일 찾은 서울 중구 장충동에 있는 신라면세점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작년과 비교하면 그나마 나은 편이었지만 여전히 점포 내부는 한산했다. 한 면세점 직원은 “휴가를 맞아 해외로 떠나는 내국인 관광객들이 면세점을 주로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유커의 귀환’, 들썩이는 내수 시장[중국의 추락③]
유커가 없는 면세점은 휴가철에도 한산했다. 사진=김정우 기자


유커의 단체 관광이 재개됐다는 소식과 함께 면세점들은 다시 북적이는 점포를 만들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은 그동안 진행하기 어려웠던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서 로드쇼 행사를 개최하는 등 현지 마케팅 활동 강화하기로 했다.

또 현지 여행사 등과 함께 면세점 쇼핑 코스가 포함된 방한 관광 패키지 등을 제작해 고객을 직접 유치할 계획이다.

신라면세점도 중국 현지 사무소를 통해 중국 내 마케팅 활동을 펼친다. 또 중국인 선호 브랜드 확대, 통역 전담 인력 점검, 중국인 전용 프로모션 등 다양한 행사도 준비 중이다.

유커들이 다시 한국을 찾는다는 소식에 백화점들을 바라보는 시장의 전망도 180도 바뀌었다. 올해 상반기까지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 3사의 실적은 부진했다.

매출은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고 영업이익은 크게 떨어졌다. 해외여행이 재개되면서 백화점에서 명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작년과 비교해 크게 줄어든 것이 원인이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도 백화점 관련주에 대한 전망을 좋지 않게 바라봤었다. 백화점업계에서는 이런 한국 소비자들의 빈자리를 유커가 채워 줄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는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보통 시내 면세점은 백화점과 붙어 있다. 면세점에서 쇼핑을 마친 유커들이 자연히 백화점을 방문하면서 상품을 구매하는 ‘낙수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백화점 매출의 큰 부분을 담당하는 명품 소비뿐만 아니라 화장품·주얼리 등 뷰티 상품의 매출 상승도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백화점을 바라보는 증권가의 전망도 이전까지 다소 부정적이었는데 최근에는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유커는 면세점과 백화점 등 유통업계 전반의 중·장기적 실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며 “유커들이 9월부터 본격적으로 한국에 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4분기부터 숫자로 실적 개선세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유커의 방한 재개 소식이 이어지자 관련 주들이 일제히 급등하기 시작한 것도 이런 효과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주 애널리스트는 “최근 유커들의 한국 관광 재개 소식에 유통 관련주들의 주가가 너무 급등한 측면이 있다”며 “투자 시 이런 부분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