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인터뷰

“14억 인민의 투심 붕괴되자 트리플 악재 왔다”…중국 호황 끝났나[중국의 추락④]
시나리오가 빗나갔다. 엔데믹(주기적 유행) 시대가 도래하고 중국이 봉쇄를 풀면 세계 경제는 활성화돼야 했다. 세계 경제 성장의 40%를 책임져 온 중국이 돈을 쓰면 한국의 수출이 늘고 경기도 회복돼야 했다.

그러나 중국 경기를 보여주는 지표가 심상치 않다. 회복보다 침체를 말하는 단어투성이다. 소비자 물가는 하락하고 수출은 1년 전보다 14.5% 줄었다. 부동산 시장은 얼어붙었고 대형 부동산 개발 업체들은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에 놓였다.
중국이 어려워지자 한국도 난감해졌다. 중국 경제가 반전의 발판이 아닌 불확실성을 키울 변수로 떠올랐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은 중국 경제 위기설이 나오는 이유를 ‘심리’에서 찾는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봉쇄와 산업 규제로 투자 심리가 쪼그라들었고 부동산과 증시에 돈이 돌지 않아 경기가 얼어붙었다는 분석이다. 전 소장은 “중국은 현재 먹고 마시는 데만 돈을 쓰고 내구재 소비는 하지 않는 ‘립스틱 경제’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하반기까지 내수 경기 부양에 목숨을 걸 것”이라고 예측했다.
“14억 인민의 투심 붕괴되자 트리플 악재 왔다”…중국 호황 끝났나[중국의 추락④]
Q. 팬데믹 종식 후 중국 경제가 부활할 것이라는 예측이 빗나갔다. 소비가 살아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
A. “14억 인민의 투자 심리가 붕괴됐다. 중국 정부의 국정 ‘어젠다’가 문제였다. 2022년 시진핑 3기 집권을 위한 어젠다인 ‘공동부유(共同富裕)’가 경기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같이 잘살자’며 부동산·플랫폼(기업)·사교육 규제를 강화하고 관련 기업인들을 잡아들였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강력한 봉쇄가 이어지자 인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던 시기에 이런 정책을 시행했다. 마치 부패 타파처럼 보이며 일시적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줬다. 하지만 경제는 인민들의 감정이 아니라 기업과 자본이 만드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플랫폼·사교육에 칼을 휘두르자 경기 침체, 금융 침체, 청년 실업이라는 트리플 악재가 발생한 것이다.”

Q. 정치 어젠다가 곧바로 경제 위기를 초래한 것인가.
A. “잘살고 싶은 꿈이 무너진 것이다. 돈이 있는 자, 시골 사는 사람 가릴 것 없이 모든 인민의 꿈이 부동산이었고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꿈은 플랫폼 산업에 취직하거나 창업하는 것이다. 자식을 명문대에 보내 출세시키고 싶은 부모의 꿈은 교육이었다. 이 세 가지를 정치 어젠다에 맞추려고 무리하게 3년간 강제하다 보니 ‘투심’이 죽었고 투심이 죽으니 경제가 죽었다. 미국의 돈은 빅테크로 흐르지만 중국의 돈은 부동산으로 흐른다. 중국이 3년간 부동산 규제를 하는 바람에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고 소비 심리 냉각으로 이어졌다.”
“14억 인민의 투심 붕괴되자 트리플 악재 왔다”…중국 호황 끝났나[중국의 추락④]
Q. 중국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A.“현재 가장 큰 문제는 자산 가격의 하락으로 돈이 돌지 않고 은행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1년간 중국의 은행 예금은 30조 위안(약 5484조원)이 늘었다. 국내총생산(GDP)의 25%에 달하는 수치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투자 대상을 만드는 것이다. 부동산과 주식 시장을 활성화하면 은행에 묶인 자금이 돌고 자동차와 가전 같은 내구재 소비에 대한 감세나 보조금 지급도 소비 심리를 깨우는 데 도움이 된다. 중국 정부도 7월 말 범정부 부처 합동으로 소비 진작책을 내놓았고 부동산 규제, 플랫폼 규제도 모두 풀었다.”

Q. 부동산 시장 침체가 중국 경제의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
A.“그동안 중국 정부가 부동산을 규제했던 이유는 2014년부터 2020년까지 부동산 가격이 4배 올랐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광풍이었다. 그래서 규제했고 이게 시장 침체로 이어졌다. 지금은 중국 정부가 내수를 살려야 하는데 부동산이 죽어 버리면 내수 부양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제는 규제를 다 풀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는 이미 주요 도시에서 모든 조치를 다 풀었다. 대출 규제, 금리 인하, 구매 제한을 모두 해제했다. 어젠다의 방향도 바꾸고 있다. 그 증거는 7월 정치 국회의다. 중국 공산당의 주요 회의에서 수년째 언급되던 ‘집은 투기용이 아니다’는 문구가 이 회의에서 빠졌다. 기존 주택 가격이 하락 중이지만 신규 주택 공급 가격은 플러스(+)로 돌아섰다.”


Q. 다음으로 꺼낼 수 있는 카드는 무엇인가.
A.“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 우대 금리(LPR)도 내릴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최근 인하한 금리는 정책 금리에 해당하는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다. 내수를 진작시키기 위해 가장 급한 것은 부동산 투자 심리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무주택자’ 기준을 완화했다. 기존에 주택을 가지고 있었더라도 처분하고 다시 주택을 구입하면 생애 첫 주택 장만으로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얼마짜리 집을 가지고 있었든, 대출이 얼마나 있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작년에 7% 고금리로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고 가정해 보자. 이를 팔면 다시 무주택자가 된다. 5% 우대 금리로 다시 집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사람들은 일단 팔고 더 낮은 금리로 집을 사려고 한다. 손바뀜이 일어나면서 거래가 활성화되는 것이다.

또 ‘서우푸’라고 불리는 초기 구매 자금 비율을 낮췄다. 중국은 집을 살 때 주택 담보 대출 비율이 70%다. 집을 살 때 자기 돈 30%만 있으면 나머지 70%는 30년 만기로 대출해 준다. 이 비율을 30%에서 20%나 10%로 낮춰 버리면 원래 집을 한 채밖에 사지 못하던 사람이 세 채를 살 수 있게 된다. 구매력이 늘어나는 것이다. 지금은 중국 정부가 일부 지역에서 초기 구매 자금 비율을 낮췄는데 부동산 시장을 강력하게 끌어올리고자 한다면 일선 도시에서도 이 비율에 손댈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부동산을 뒤흔드는 또 다른 악재는 부동산 개발 업체들의 위기다. 주요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에버그랜드)에 이어 한때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 업체였던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디폴트 위기를 맞았다. 컨트리 가든은 8월 6일 만기가 도래한 액면가 10억 달러짜리 채권 2종에 대한 이자 2250만 달러(약 300억원)를 상환하지 못했다. 컨트리가든은 이번에 이자를 지불하지 못했지만 최종 디폴트를 선언하기 전에 30일간의 유예 기간이 주어진다. 30일 이후에도 이자를 갚지 못하면 결국 디폴트 처리된다. 중국 펑파이신문 등에 따르면 비구이위안이 채무자들에게 7000억 원이 넘는 부채를 3년간 나눠 갚겠다고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비구이위안은 홍콩 증시의 대표 지수인 항셍지수에서 제외됐지만 JP모건체이스는 비구이위안의 지분을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Q. 2021년 헝다 사태가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A.“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당장 만기가 돌아오는 것은 해외 채권 3종에 대한 이자다. 이를 제외하면 단기적으로 돌아오는 채권은 없다. 정부가 은행에 만기를 연장해 주라고 하면 간단하게 끝날 문제다. 현금 흐름도 컨트리가든은 헝다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회사다. 현금 수입으로 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현금 흐름 보상 비율을 보면 비구이위안은 지난해 말 기준 93%로 매출 기준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 중 1위였다.”

Q. 헝다 사태 때 ‘리먼 사태급’ 위기라는 우려가 많았지만 큰 위기 없이 지나갔다.
A.“2021년 중국 100대 부동산 업체 중 1위였던 헝다의 매출 비율은 6.1%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현재 부도설이 불거지고 있는 비구이위안의 시장점유율은 5.4%다. 완다그룹이 0.3%, 원양그룹이 0.9%로 3개 회사 전체 시장점유율은 6.6%밖에 안 된다. 3개가 동시에 망해도 실질적인 임팩트는 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 3곳이 부도 나면 내수 경기 부양에 문제가 생긴다. 중국 정부에는 돌발 악재인 셈이다.”

Q. 비구이위안 사태에 중국 정부가 개입할까.
A.“100% 개입한다. 비구이위안은 중국 정부의 정책을 그대로 따랐던 회사다. 작년부터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들의 위기설이 불거진 이유는 금리 인상으로 수분양자들이 중도금을 내지 못해서였다. 공사를 중단하는 현장이 많아지자 중국 정부는 일단 아파트를 지으면 나중에 정부가 갚아 준다고 했다. 그 말을 믿고 아파트를 가장 많이 공급한 곳이 비구이위안이다. 비구이위안은 그전에 중국 정부가 요구한 재무 건정성도 준수한 기업이다. 헝다는 정부 정책과 반대로 가면서 부도 위기에 처했지만 비구이위안은 성실히 따랐다. 이게 부도가 난다? 그러면 중국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금융회사와 외국인 투자자, 개인의 신뢰가 모두 무너지기 때문에 무조건 지원할 것이다.”
“14억 인민의 투심 붕괴되자 트리플 악재 왔다”…중국 호황 끝났나[중국의 추락④]
Q. 7월 중국의 수출이 3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A.“중국의 수출입은 연말까지 회복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기저 효과로 플러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수출이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선진국의 경기가 하강하고 있고 코로나19 특수가 끝났다.

중국 수출은 내수와 상관없이 선진국 경기에 따라 달라진다. 중국의 주요 수출국인 미국·유럽·일본·한국 모두 실물 경기 회복이 더디다. 그 결과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수출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2021년에는 중국의 수출이 매달 20% 넘게 늘었다. 선진국이 봉쇄에 들어가면서 생산을 못하고 있을 때 중국은 코로나19 사태를 먼저 안정시키고 공장을 돌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늘었던 방역 물품, 의료 용품 수출이 엔데믹에 따라 줄어든 영향도 있었다. 올해 중국의 수출은 플러스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중국 정부가 내수에 올인하는 이유다.”

Q.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초입에 서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A.“1개월 소비자물가지수(CPI) 하락을 디플레이션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과하다. 디플레이션은 소비 감소, 투자 감소, 소득 감소가 모두 나와야 하는데 중국은 소비·투자·소득 모두 성장했다. 7월 CPI는 마이너스지만 음식료 때문에 그런 것이고 이를 제외한 근원소비자물가지수(CCPI)는 플러스로 돌아섰다. 중국은 2000년 이후 네 번 CPI가 마이너스에 들어선 적이 있지만 디플레이션의 전형적인 3가지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이번 CPI 마이너스도 일시적인 것으로 보이고 4분기에는 플러스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Q. 중국 경기 둔화가 한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A.“한국은 중간재 판매 국가이기 때문에 충격이 더 크다. 채찍 효과 때문이다. 최종재의 소비가 조금만 변동이 생겨도 전방 산업의 변동성은 더 커진다. 다만 중국 정부가 목숨 걸고 내수 부양에 나서고 있어 4분기 대중 수출은 개선의 조짐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Q.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어떤 전략을 짜야 하나.
A.“미국·유럽·일본이 모두 탈중국·디커플링에서 디리스킹으로 바꾼 마당에 우리만 계속 탈중국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한국의 대중 수출 비율이 2002년 수준으로 떨어져 비율을 더 낮출 것도 없다. 계속 커지는 대중 적자를 줄이거나 흑자 전환 전략을 세우지 않고 탈중국 얘기만 하면 무역 적자 확대를 피할 길이 없다. 경제는 감정을 섞지 말고 냉정하게 봐야 한다. 중국의 내수 경기 부양과 회복에 맞춰 팔 제품과 기술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기회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