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상황 짚어 보면 경제 반등 쉽지 않아…대중소기업 임금 격차도 되살펴 봐야
[경제 돋보기]올 상반기 경제는 침체 그 자체였다. 경제성장률은 1%를 밑돌았고 한·중·일 중에서 가장 낮은 성장률을 보였다. 지난 20년을 돌아보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대부분 일본을 웃돌며 중국 다음으로 중간 성적을 유지했었다. 지금까지 정부나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 전망에서 상저하고(上低下高)를 기대하며 하반기에 경제가 어느 정도 회복되면서 올 경제성장률이 1.4% 전후가 될 것이라고 예측해 왔다. 그런데 지금의 경제 상황으로 볼 때 상저하고에 의한 기대 전망치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은행이 8월 23일 발표한 ‘8월 기업경기실시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조업 현황 BSI는 전월보다 5포인트 하락한 67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현황 BSI 67을 기록한 지난 2월 이후 6월(73p)까지는 증가세를 보이다 7월부터 하락으로 반전된 상황이다. 제조업 업종별 현황을 살펴보면 반도체 가격 회복 지연과 수주 감소의 영향으로 전자·영상·통신 장비에서 8포인트 하락으로 체감 경기가 낮게 나타났고 1차금속은 마이너스 12포인트로 가장 크게 하락했고 화학물질·제품도 8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규모와 행태별로 살펴보면 중소기업 마이너스 8포인트, 수출 기업 마이너스 5포인트, 대기업 마이너스 2포인트 순으로 모두 하락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특히 전자·영상·통신 장비 업종에서 반도체 설비 기판 제조 분야의 중소기업 현황 BSI가 특히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비제조업 현황도 제조업보다 하락 정도가 낮지만 2월 이후 증가하다가 6월 이후 하락세로 바뀌며 1포인트씩 하락하고 있다. 한마디로 상반기에 조금씩 증가하던 BSI가 7월부터 반전하며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4분기에 경기가 반등할 수 있느냐인데, 현재의 대내외 경제 상황으로 볼 때는 반등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당장 중국발 경제 리스크가 커지고 있고 미국의 경제 상태를 볼 때 긴축 기조가 아직은 풀어질 것 같지 않고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금리 하락이 당장에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수출 회복 또한 당장에는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하반기 전망은 현재로서는 어둡다는 것이다.
최근의 한일 경제 상황을 비교해 보면 일본은 오랜 장기 불황에서 최근 경제가 좋아지며 침체에서 벗어나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올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한국을 앞지르며 오랜만에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엔저로 수출이 증가하고 관광 수지도 크게 증가하는 등 무역 수지와 경상 수지 모두 호전되는 경제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일본의 상반기 무역 수지는 여전히 적자였지만 그 적자 폭이 줄고 있고 지난 6월 23개월 만에 무역 수지가 흑자 전환의 성과를 보이며 경제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최근 한국인 관광객을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이 엔저로 따른 일본 상품의 상대적 가격 경쟁력으로, 쇼핑형 관광이 크게 증가하며 일본 내수 경기 화복에 기여하고 있는 것도 일본 경제 성장에 청색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대일 무역을 보더라도 무역 수지 적자가 중국보다 일본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경제 상황이 호전되며 지금과 같은 경제 성장이 하반기까지 이어진다면 국제통화기금(IMF) 등 세계 경제 기관들이 전망한 전망치(1.4%)를 훨씬 웃도는 결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들어 경제성장률에서 일본에 뒤처지기 시작한 한국은 국내외 기관들이 전망했던 원래 전망치보다 하향 조정되고 있는데 이대로라면 하반기 실적도 기대 이하가 되며 경제 전망치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경제 상황은 한국보다 여러 면에서 유리한 것으로 보인다. 20년 이상의 긴 불황의 터널에서 빛이 보이기 시작한 일본은 지난해 오랜 만에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라 큰 물가 상승을 겪었지만 미국이나 한국에 비해서는 그 상승 폭이 크지 않았고 그에 따라 금리도 인상도 없이 여전히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며 투자 위축의 걸림돌을 만들지 않았다.
또한 엔저를 유지하며 수출 증대와 관광객 유치 등의 효과를 누리며 수출과 내수 모두가 살아나는 성과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의 장기 불황에서도 일본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기업이나 가계 모두에서 저비용 구조가 만들어지며 소득이 줄거나 답보 상태임에도 비용이 크게 늘지 않아 그나마 버틸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일본에서 최근 그동안 묶여 있던 임금이 조금씩 오르고 있다고 한다.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반면 한국은 어떠한가. 1970년대에 한국과 일본의 평균 임금 격차는 한국이 일본의 4분의 1 수준이었는데 이제는 한국의 평균 임금이 일본을 앞지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대기업의 임금은 일본을 상당히 앞지르며 크게 증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전체적인 임금도 많이 올랐지만 업종별·규모별로 볼 때도 한국은 일본에 비해 그 격차가 매우 크게 나타나 소득이 불균형이 큰 것도 문제다.
이제 한국 경제는 그동안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며 크게 발전해 왔던 호시절에서 경제적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고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걱정하는 기로에 서있다. 특히 한국 경제에서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고비용 구조를 어떻게 개선하느냐가 급선무다. 물론 고비용 구조는 단기적으로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 그 첫째가 물가 안정이고 대기업 중심의 과도한 임금 인상과 대중소기업과의 임금 격차 해소다. 그리고 그동안 한국 경제의 큰 동력이었던 기술 혁신에 기업과 정부가 더욱 매진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들이 기술 혁신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경제 정책의 주된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기로에 선 한국 경제가 불황의 터널에 빠져들지 않도록 정부와 기업이 함께 노력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적어도 경제 분야에서는 분열 없는 국민들의 지지가 필요하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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