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지걸잡(Lazy girl job)을 직역하면 ‘게으른 소녀 직업’이다. 실제로 게으른 사람이 갖는 직업이아닌, 게으르다고 느껴질 만큼의 유연한 근무 형태를 지닌 직업을 일컫는다. 즉,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루는 업무 환경을 추구하는 것이다.
레이지걸잡이라는 단어는 지난 5월 틱톡 콘텐츠로 처음 등장했다. 영상에는 주로 편안하게 키보드를 치는 인물 모습과 함께 정오 산책 등 부담 없는 근무 일정을 설명하는 글이 기재되어 있다.
처음 영상을 올린 26살 가브리엘 저지 인플루언서는 레이지걸잡을 ‘스트레스가 적고 감독이 심하지 않은 원격 근무 직장’으로 정의했다. 또 ‘집에서 일하고, 9시부터 5시까지의 표준(미국 기준) 근무 시간, 수월한 업무, 그리고 먹고 살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급여(60,000~80,000달러)에 압박감 없는 근무 환경’이라는 구체적인 예시도 들었다. 이 영상은 Z세대의 큰 호응을 얻으며 유명해졌고, 현재 #LAZYGIRLJOB 관련 게시글은 1800만 회 조회수를 넘어섰다. 이에 사람들은 자랑하고 싶은 자신의 업무 환경이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소망을 영상에 담아 #LAZYGIRLJOB 해시태그와 함께 게시하며 공감을 나타내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레이지걸잡 유행이 팬데믹 이후 삶과 일 사이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젊은 층의 인식이 변화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윗세대와 다르게 엄격한 기업 규제와 긴 근무 시간, 강압적인 직장 상사 등 유해한 직장 문화를 적극적으로 거부하려는 Z세대의 특성이 직업 트렌드를 촉발시킨 것으로 바라봤다.
이는 지난해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유행해 지금은 대중화된 인식 ‘조용한 사직’과도 맥락을 함께 한다. 조용한 사직이란, 실제로 일을 그만 두지는 않지만, 주어진 업무를 정해진 시간 내에서만 일하는 태도를 말한다.
컨설팅 회사 Deloitte의 2023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의 46%가 직장에 있는 모든 혹은 대부분의 시간에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에 관한 인식도 남녀 관계없이 모두에게 비슷하게 나타났다. 글로벌 여론조사 업체 Gallup가 성인 직장인 12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장인 10명 중 6명은 직장에 최소한의 노력만을 기울이고 있다고 답했다. 가장 큰 불만으로는 회사문화를 꼽았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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