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규제 강화로 뜨는 생분해 플라스틱
서스테이너빌리티 사업부 신설하고 주도권 선점 나서
충남 대산·미국 일리노이 생산시설에 대규모 투자
친환경 기술력·원료 내재화 강점
"저탄소 경쟁력 끌어올려 친환경 소재 시장 선도"

[비즈니스 포커스]
LG화학 서스테이너빌리티(Sustainability)사업부의 장영주 상품기획팀장(맨 오른쪽)과 직원들. 사진=서범세 기자
LG화학 서스테이너빌리티(Sustainability)사업부의 장영주 상품기획팀장(맨 오른쪽)과 직원들. 사진=서범세 기자
기후 변화라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 속에서 산업적·기술적 주도권 확보를 위한 글로벌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유럽연합(EU)은 핵심원자재법(CRMA)과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을 통해 기후 변화 대응 움직임을 본격화하며 자국의 클린 에너지 산업과 제조업 부양, 에너지 안보 강화라는 성장 기회를 만들고 있다.

세계 경제 질서가 탈탄소 무역 규범으로 재편되면서 주요 탄소 배출 업종 중 하나인 석유화학 기반의 화학 산업도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 다행인 것은 기후 변화가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응하지 않으면 위기가 되지만 잘 대처하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기후 변화 대응 전략의 핵심은 탄소 중립, 넷 제로 달성이다. 비즈니스에서도 선제적인 대응 전략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는 기회를 만들어 내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LG화학은 시대적 요구에 발맞춰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을 핵심 과제로 삼고 전 사업 영역에서 체질 개선에 속도를 높이며 위기 속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발굴하고 있다.

LG화학은 과감한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과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한 결과 영국 글로벌 브랜드 평가 전문 컨설팅 업체인 브랜드파이낸스가 선정한 2023년 글로벌 화학 기업 중 2년 연속 브랜드 가치 3위에 올랐다. 글로벌 화학 기업 상위 25개 중 LG화학이 한국 기업으로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LG화학의 생분해 플라스틱 ‘컴포스트풀(COMPOSTFUL)’. 사진=LG화학 제공
LG화학의 생분해 플라스틱 ‘컴포스트풀(COMPOSTFUL)’. 사진=LG화학 제공
글로벌 환경 규제 강화…연 15% 고성장

LG화학은 탄소를 줄이는 것이 비즈니스의 성장 동력이자 사업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고 선제적으로 투자를 이어 나가고 있다. 전지 소재, 친환경 소재, 혁신 신약 등 3대 성장 동력을 육성해 매출 비율을 2022년 6조600억원(21%)에서 2030년 40조원(57%)으로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LG화학은 친환경 소재에서 재활용, 생분해·바이오, 재생에너지 소재를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강화해 2022년 1조9000억원에서 2030년 8조원 규모로 매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LG화학의 친환경 소재 기술 경쟁력이 집약된 대표적인 신사업이다. 2023년 1월 석유화학사업본부 산하에 서스테이너빌리티(Sustainability)사업부를 신설하고 기술 개발과 생산 시설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식물성 원료를 베이스로 만든 바이오 소재인 동시에 땅에서 6개월~2년 내 분해되는 바이오 플라스틱이다.

생분해 플라스틱 시장은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한 글로벌 규제 확산에 따라 2019년 4조2000억원에서 2025년 9조7000억원 규모로 연평균 약 15%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EU를 중심으로 일회용품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일회용 플라스틱의 대체재로 생분해 플라스틱이 각광 받고 있다.
LG화학 서스테이너빌리티(Sustainability)사업부의 김준석 마케팅팀장(왼쪽)과 장영주 상품기획팀장. 사진=서범세 기자
LG화학 서스테이너빌리티(Sustainability)사업부의 김준석 마케팅팀장(왼쪽)과 장영주 상품기획팀장. 사진=서범세 기자
장영주 LG화학 서스테이너빌리티 상품기획팀장은 “세계적으로 일회용품 규제가 확산되는 동시에 유명 브랜드 업체들을 중심으로 친환경 제품을 개발하려는 니즈가 증가하고 있다”며 “LG화학은 글로벌 규제 강화와 수요 증가에 따라 비닐봉지, 에어캡 완충재, 일회용 컵, 발포 제품·마스크 부직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생분해성 신소재를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6개월~2년내 썩는 ‘컴포스트풀’ 개발…친환경 소재 선점

LG화학은 최근 특정 조건에서 6개월~2년 내 밑거름으로 분해되는 생분해 플라스틱인 ‘컴포스트풀(COMPOSTFUL)’을 개발했다. 2024년 상반기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컴포스트풀은 밑거름을 뜻하는 ‘컴포스트(compost)’와 ‘~로 가득한, ~의 성격을 지닌’이라는 의미의 접미사 ‘풀(-ful)’을 더한 합성어다.

장영주 팀장은 “‘컴포스트풀’에는 ‘빠르게 생분해돼 비옥한 땅을 지속하는 바탕이 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며 “화학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은 고객도 직관적으로 소재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별도 제품명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LG화학에 따르면 컴포스트풀은 폐기물 저감 효과가 뛰어나고 생분해 인증을 획득했을 뿐만 아니라 식품 접촉 물질 규정(한국·유럽·중국)을 준수해 소비자들이 믿고 사용할 수 있다.

LG화학은 컴포스트풀 제품 라인업인 생분해성 고분자 플라스틱(PBAT) 생산을 위해 충남 대산 공장에 약 2100억원을 투입해 연간 5만 톤 규모의 생산 시설을 짓고 있다. 컴파운드(복합 제형) 제품에 사용될 생분해성 플라스틱(PLA) 생산을 위해선 미국 일리노이에 연간 7만5000톤 규모의 생산 시설에 투자할 계획이다.

김준석 마케팅팀장은 “서스테이너빌리티에 다양한 소재들이 있는데 컴포스트풀은 그 시작점이 될 것”이라며 “LG화학은 생분해·바이오 소재의 풀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친환경 토털 솔루션 프로바이더’ 기업으로 글로벌 친환경 소재 시장을 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의 충남 대산 공장 신규 건설 부지. 사진=LG화학 제공
LG화학의 충남 대산 공장 신규 건설 부지. 사진=LG화학 제공
EU도 인정한 친환경 역량…글로벌 인증 50개 돌파

친환경 소재 사업에서 LG화학의 강점은 기술 경쟁력에서 찾을 수 있다. LG화학처럼 특허 기술과 복합 제형 기술을 바탕으로 고객의 요구에 맞는 다양한 스펙의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회사는 전 세계에서 손에 꼽을 정도다. LG화학은 다양한 플라스틱 원료를 직접 생산할 수 있는 기술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원료 내재화를 통한 생산 효율화도 가능하다.

이 같은 역량을 바탕으로 친환경 소재 분야에서 ‘한국 최초·최다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EU의 재생에너지 지침에 부합하는 국제 인증 제도인 ISCC(International Sustainability and Carbon Certification) 플러스(Plus)에서 바이오서큘러 밸런스트(Bio-Circular Balanced) 제품이 한국 최초 친환경 인증을 획득했다.

2020년 탄소 중립 성장을 선언한 이후 꾸준히 친환경 소재를 개발해 생산한 결과 최근 ISCC 플러스 인증이 50개를 넘어섰다. 글로벌 친환경 인증 획득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자체 친환경 모델링 분석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LG화학은 2050년에서 2030년으로 탄소 중립 성장 목표를 20년 앞당기고 2050년까지 넷 제로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을 ‘제로(0)’로 만드는 새로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LG화학은 기존 1000만 톤 감축 계획에서 추가로 1000만 톤을 더 감축해야 하는 도적적인 목표를 수립했다.

탄소 배출량 2000만 톤은 내연기관 차량 830만 대가 1년 동안 배출하는 탄소량과 맞먹는다. 소나무 약 1억4000만 그루를 심어야 상쇄할 수 있는 규모다.

LG화학은 전 세계적인 탈탄소 기조 확산을 위기가 아닌 성장의 기회로 인식하고 탄소 감축과 넷 제로 달성을 위해 혁신 공정 도입, 친환경 원료·연료 전환,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한국 생산 제품에 대해 원료부터 제조까지 단계별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환경 전과정평가(LCA)도 완료했고 해외 생산 제품까지 모든 제품에 대한 LCA를 완료할 방침이다. 2050년까지 국내외 전 사업장의 에너지 사용도 재생에너지로 100% 전환할 계획이다.

장영주 팀장은 “LG화학은 한국 산업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LCA를 수행하고 있는데 2024년까지 국내외 전 제품에 대한 LCA를 완료해 저탄소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이라며 “고객의 페인 포인트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