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전 환경과학기술원 출범하며 R&D 경영 본격화
친환경 신사업 발굴·전사 포트폴리오와 연결
화학·윤활유·분리막·배터리·바이오로 확대…새로운 기업가치 창출
'정유사→그린에너지 기업' 변신

이지환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가 ‘SK이노베이션 R&D 경영 40주년 연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이지환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가 ‘SK이노베이션 R&D 경영 40주년 연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은 정유회사의 비즈니스 특성상 국제 유가 사이클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과거 '알래스카의 여름'이라는 별칭이 있었다.

그러나 R&D 기반 혁신과 성장을 통해 국내 정유업체 중 유일하게 그린 에너지기업으로 변신하며 '아프리카의 초원'과 같은 기회 요인이 많은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지환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


SK이노베이션이 정유회사에서 시작해 종합에너지를 넘어 글로벌 그린 에너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최고 경영층의 강력한 리더십이 이끈 R&D 경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기업경영 전문가인 송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송재용 교수와 이지환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가 ‘SK이노베이션의 40년 R&D 경영’을 공동으로 분석한 결과다. 두 교수는 8월 28일 SK서린빌딩 3층 수펙스홀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SK이노베이션의 40년 R&D 경영'을 이같이 분석했다.

SK이노베이션은 1983년 11월 기술지원연구소의 출범을 시작으로 R&D 경영을 본격화했다. 오는 11월 R&D 경영 40주년을 맞는다. SK이노베이션은 2021년부터 기술혁신연구원을 환경과학기술원으로 명칭을 바꾸고, SK이노베이션 계열 연구인력을 대폭 확충해 2016년 말 대비 3배 수준인 약 1800명을 확보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R&D 센터인 '환경과학기술원'은 그룹내 위상이 남다르다. 한때 정유회사였던 SK이노베이션의 미래 지향적인 친환경 신사업 개발을 책임지며 그린 에너지 기업으로의 변신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SK이노베이션은 환경과학기술원의 기술전략그룹을 전사 포트폴리오 부문 조직과 연결하는 조직을 구성함으로써 전사적인 신규 사업 개발 역량을 확충하는 등 다양한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송재용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가 ‘SK이노베이션 R&D 경영 40주년 연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송재용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가 ‘SK이노베이션 R&D 경영 40주년 연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R&D 경영은 단기적으로는 원유의 안정적인 공급원이 없는 SK이노베이션이 글로벌 최고 수준의 정유기업 경쟁력을 갖게 했을 뿐 아니라, 수직 계열화를 완성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교수들은 분석했다.

특히 정유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확보한 다양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화학, 바이오 및 윤활기유, 분리막, 배터리 등 현재 SK이노베이션 계열의 핵심 사업을 개발하고 사업화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고, 이를 기반으로 독립경영까지 가능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연구개발은 SK이노베이션만의 독특한 R&D 경영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이 같은 경쟁력이 SK이노베이션이 미래형 그린에너지와 소재 기업으로 대 전환하는데 결정적인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었다며, 현재 강력하게 추진 중인 '올 타임 넷제로(All Time Net Zero)' 방향의 파이낸셜 스토리 완성은 물론 미래 가치를 증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현장] 최태원 父子 R&D 경영 리더십이 SK이노베이션 '그린 성장' 원동력
SK이노베이션의 R&D 경영 40년을 분석한 교수들은 SK이노베이션만의 독특한 R&D 경영 모델인 '스키노웨이(SKinnoWay) R&BD'를 도출하고 이를 경영철학과 도전(Entrepreneurship), 기존사업 경쟁력 강화(Exploitation), 미래형 신사업 개발(Exploration) 및 기술역량(Expertise) 등으로 만들어진 '4E 혁신 모델'로 제시했다.

R&D 기반 사업화 성공의 대표 사례로는 전기차 배터리, 분리막, 윤활기유, 넥슬렌, 신약 개발(지금의 바이오사업) 등이 있다.

두 교수는 SK이노베이션 40년 R&D 역사에서 가장 혁신적인 사례로 각각 전기차 배터리와 분리막을 꼽았다. 이 교수는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를 부품·소재로 접근한 것이 아니라 ‘에너지’로 접근해 자동차용 배터리 기술 구현에 성공했고, 이에 필요한 소재 분야에서도 분리막 연구개발에 성공했다"며 "배터리와 분리막에서 재무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 남은 과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분리막 연구개발 사례는 SK이노베이션 계열이 최초로 SK그룹의 수펙스추구상 대상을 수상한 유일한 사례"라며 "윤활기유도 아주 우수한 사례로, 다른 기업보다 앞서 개발에 성공해 이 분야 글로벌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교수들은 SK이노베이션 R&D를 분석한 결과 △제품 품질, 원가 경쟁력 강화 △공정개선 및 최적화 △촉매·합성·분석등의 공통역량 축적 등에서 뛰어날 뿐 아니라, 사업개발, 즉 비즈니스 Business Development를 주력으로 하는 R&BD 구조를 갖고 있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적 우위라고 말했다.
이성준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장이 ‘SK이노베이션 R&D 경영 40주년 연구’ 마무리 멘트를 하고 있다. 사진=안옥희 기자
이성준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장이 ‘SK이노베이션 R&D 경영 40주년 연구’ 마무리 멘트를 하고 있다. 사진=안옥희 기자
아울러 SK이노베이션의 R&BD 경영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로 장기간 투자가 필요한 R&D를 이끌어가는 강력한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로 최종현 선대회장이 유공 인수 직후 R&D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종합에너지 기업으로의 전환 선언(1982년)에 이어 기술개발연구소를 설립(1983년)한 것을 예로 제시했다.

실제 SK그룹에선 장시간 투자를 필요로 하는 연구개발이 선대회장부터 최태원 회장까지 대를 이어서 일관성 있게 진행됐다. 선대회장 때 시작된 배터리 사업(1983년), 바이오 사업(1989년)은 최태원 회장이 진두지휘해 현재 SK그룹의 핵심 미래사업인 BBC(배터리·바이오·반도체)를 완성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

교수들은 "새로운 방향으로 R&D가 시작되기 위해서는 비전 제시가 중요한데, SK이노베이션은 가고자 하는 방향의 비전 제시가 명확하고 의지도 강하다"면서 "국내 기업들이 중국 등과의 경쟁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규모의 경제나 인건비 경쟁이 아닌 R&D 통한 혁신으로 경쟁해야 승산이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오랜 기간 꾸준히 R&D 노력을 이어왔고, 전통산업에서 R&D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귀감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성준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장은 “이번 프로젝트 결과로 R&D 경영을 통해 SK이노베이션의 기업가치가 계속 커져 왔음이 확인된 만큼, 혁신적 R&D 추진 및 지속적인 제도·시스템·문화 혁신을 통해 ‘올 타임 넷 제로’를 완성하면서 그린 에너지 분야의 글로벌 리더로 성장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