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개발자 지상기 에이럭스 CTO(기술이사)

드론 개발자 지상기 에이럭스 CTO(기술이사)
드론 개발자 지상기 에이럭스 CTO(기술이사)
20세기 초반 군사적 목적으로 만들어진 무인비행로봇 드론은 이제 군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군에서 쓰이고 있다.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드론 시장 규모는 2022년 134억 8000만 달러(약 17조 8000억 원)에서 연평균 42.78%씩 고속 성장해 2029년까지 2328억 달러(약 308조원)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배달부터 택배, F&B 더 나아가 드론택시 등 드론을 활용한 산업의 확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에서도 드론 전문 인력 양성은 꾸준히 운영하고 있는 반면 드론 전문가의 수는 현저히 적은 것이 현실이다. 현재 국내 교육용 드론을 개발·제작 중인 에이럭스의 지상기 CTO는 국내 손꼽히는 드론 전문가다. 10여 년 전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재직 시절부터 드론을 연구해 온 그에게 ‘드론개발자’의 세계를 들어봤다.

요즘 드론을 모르는 분이 없을 정도지만 드론의 탄생배경에 대해 모르는 분들은 있을 것 같아요.
“드론은 무인 비행체로, 조종자 없이 자동 또는 원격으로 조종되는 비행체를 말합니다. 20세기 초반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된 이후 지속적으로 기술개발이 이뤄졌고, 특히 무선통신과 GPS, 카메라의 기술 발전으로 현재 다양한 산업 및 민간 분야에서도 사용 중에 있죠. 최근에는 드론 촬영 없인 프로그램을 만들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방송제작현장에서 보편화되기도 했고요.”

드론이 국내 도입된 시기는 언제인가요.
“2000년도 중반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비행로봇팀에서 산업용 드론을 개발했었는데, 아마 그때가 국내 들어온 시기로 알고 있어요. 당시에는 일반인들이 드론 자체를 잘 몰랐어요. 저희도 드론이라는 이름이 아니라 비행로봇으로 부르던 시기였으니까요.”

당시 연구원에서 만든 드론은 어떤 용도로 사용됐나요.
“감시 정찰용 드론을 개발했었어요. 소방용으로 구조 또는 산불 예방 등의 용도였죠. 그때만 해도 활용범위가 워낙 좁아 실제 현장에서 사용하기보단 연구개발 목적으로만 개발이 진행됐어요.”

비교적 안정적인 직업을 그만두고 창업을 한 계기가 있었나요.
“비행 로봇을 개발했지만 연구목적이었기 때문에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드론을 활용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러던 중 당시 연구원 선배가 네가 가진 기술로 한번 창업을 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하셨죠. 비행로봇의 불모지에서 첫 스타트를 끊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았어요. 2011년 교육용 드론을 개발·제작하는 ‘바이로봇’을 창업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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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용·교육용 드론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우선 크기와 무게 등의 차이가 있습니다. 현재 교육용 드론은 종류가 30여 가지되는데, 기술 발전으로 점점 더 가볍고 작은 초소형 드론이 개발되고 있어요. 그 드론 안에 어떤 용도로 어떤 기능을 탑재하느냐에 따라 개발단계가 달라집니다. 분명한 건 점점 기술은 더 고도화된다는 것이죠.”

교육용 드론은 주로 어디에 쓰이나요.
“저희가 제작하는 드론은 한국전력공사를 비롯해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서울학생교육원, 전남교육청, 제주교육청 등 150개 이상 학교 및 공공기관을 비롯해 몽골, 베트남 등 해외에서도 교육용으로 활용되고 있어요.”

드론 개발 과정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우선 어떤 용도로 사용될 드론인지가 중요합니다. 용도가 정해지면 기획·설계단계로 들어갑니다. 교육용인지, 산업용인지부터 프로펠러 개수나 모터 및 배터리, 부속품 위치, 소재 등등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정해지죠. 보통 드론이 필요한 곳에서 저희 같은 회사에 개발 의뢰를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의뢰 내용을 토대로 소프트웨어 설계 및 드론 제어 프로그램을 적용시켜 제작하죠. 베타버전이 만들어 지게 되면 수차례 시뮬레이션을 거쳐 완성하게 됩니다.”

보통 제작 기간은 어느 정도 소요되나요.
“첫 기획 단계부터 완성까지 평균 6개월 정도 걸립니다. 보통 드론 외형을 만드는 금형단계에서 한 두 달이 걸리는데, 기존 제품을 찍어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의뢰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기 때문에 금형분야에서 시간이 많이 소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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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드론의 기준이 있나요.
“저희 같은 개발자들은 좀 더 가볍고 튼튼하면서 다양한 기능이 탑재된 드론을 개발하는 게 목표죠. 저희가 만든 제품 중에는 지름 4cm, 무게 20g의 드론이 있는데, 현 제품보다 더 초소형의 드론을 개발하는 게 목표이기도 합니다.”

드론개발자가 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요.
“드론개발자는 항공과 컴퓨터 프로그래밍, 두 가지의 전문지식이 필요한 직업입니다. 항공 관련 지식을 쌓기 위해서는 무인항공기학과나 항공학과, 기계공학, 특수장비과 등의 전공을 하거나 소프트웨어 전공자들이 아무래도 진입장벽이 낮죠. 최근엔 드론을 전문적으로 배우는 드론학과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또 초경량 비행장치 조종자 자격증을 비롯해 드론정비사자격증, 무인동력비행장치 4종 등과 같은 드론 관련 자격증을 취득해두면 도움이 됩니다.”

직업적 자질에 대해선 어떤 부분이 요구되나요.
“이 직업은 개발 직무이기 때문에 창의성이 기반 돼야 해요. 거기에 논리적 사고 능력과 3차원적 공간지각능력이 갖춰져 있으면 더욱 좋죠. 하나 덧붙이자면 동력장치나 카메라, 디자인 등 타 분야와 협업을 하는 일이 많은데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있어야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잘 소통할 수 있겠죠.”

직업적 장단점은요.
“우선 드론을 개발한다는 자체가 독보적이고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아요. 몇 년 전 미니드론 926대를 동시에 날리는 기네스북에 도전한 것처럼 인간이 할 수 없는 영역을 새롭게 만드는 역할이라 자부심이 있는 직업입니다. 단점이라면 그만큼 새로운 영역을 연구하는 직업이다 보니 업무의 한계가 없다는 점이죠. 일에 빠져 있다 보면 퇴근하는 날이 줄어들기도 합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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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개발자의 연봉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회사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신입연봉은 5~6,0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 직업이 연봉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수요에 비해 전문가들이 많지가 않은 구조라 신입 개발자가 귀하죠. 비전 측면에서도 충분히 성장 가능성이 있는 직업이라 아마 연봉은 더 올라갈 거예요.”

드론만을 연구하다보면 직업병이 생기기도 하겠어요.
“예전에 산업용 드론을 만들 땐 드론 소리가 너무 커 이명이 생기기도 했어요. 그리고 늘 1~2g(드론 무게)을 두고 연구하다 보니 웬만한 눈대중으로 무게를 감지할 수 있다는 점이 직업병 아닐까요.(웃음)”

시간이 지날수록 드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데요. 가까운 미래 드론은 어느 분야까지 범접할 것으로 보시나요.
“현재 드론 택배 사업은 초읽기로 한창 개발 중이죠. 저희 회사에서도 물류 배송 드론을 기획하고 있고요. 나아가서는 AI 자율주행 드론, 드론택시 등 드론을 활용한 산업의 비중이 앞으로는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드론개발자의 비전은 어떤가요.
“드론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입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관심과 수요는 날로 커지고 있고, 드론 시장 규모도 확대되고 있죠. 가까운 미래엔 드론없인 살 수 없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에 반해 아직 국내는 드론개발자 같은 전문 인력이 많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도전한다면 아마 국내 드론 업계를 이끄는 리더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