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크 차이나(Peak China)’가 관심이다. 중국 경제가 정점을 지나 내리막길로 들어섰는지, 다시 회복할 가능성이 있는지가 초점이다. 7월 물가 상승률 마이너스 0.3%, 수출 증가율 마이너스 14%, 부동산 가격 하락률 28%, 청년 실업률 21%니 그럴 만도 하다. 심각하긴 심각하다.
직접적 원인은 부동산 침체, 지방 정부의 부채 과다, 중국 정부의 빅테크 규제 등이 꼽힌다. 보다 큰 틀에서는 인구 감소, 기술 봉쇄, 시진핑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 등 세 가지가 요인이 지적된다.
먼저 인구 감소. 중국 인구는 2022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했다. 최대 인구국 자리도 인도에 내줬다. 합계 출산율(1.18명)은 초저출산율(1.3명) 밑으로 떨어졌다(한국의 합계 출산율 0.7명보다 아직 한참 높지만 말이다). 인구 감소는 생산력의 감소를 뜻한다. 추세적인 저성장기에 접어들었다는 얘기도 된다.
기술 봉쇄는 미국의 전략과 맞닿아 있다. “미국은 2위 국가가 국내총생산(GDP)의 40%를 넘어서면 조치를 취했다(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는 분석도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의 원인이 된 플라자 합의가 나온 때(1985년)도 일본의 GDP가 미국의 40%를 넘어선 직후였다. 중국의 GDP는 2010년 미국의 40%를 넘어선 뒤 2018년 65%까지 불어났다. 미국은 중국과의 관세 전쟁을 시작으로 첨단 기술 봉쇄에 나섰다. 중국에는 쉽지 않은 환경이다.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은 중국식 시장 경제의 강화로 연결되고 있다. 정확히는 사회주의 시장 경제(중국헌법 15조)의 강화다. 어디까지나 사회주의 조건하의, 사회 자원 배분에 기초적인 작용을 하는 시장 경제를 용인하겠다는 정책을 분명히 하고 있다. 3기 집권을 위한 어젠다로 공동 부유(共同富裕 : 같이 잘살자)를 들고나온 것도 이런 맥락인 것으로 분석된다. 결과적으로 부동산·빅테크·사교육 규제로 이어져 현재 위기를 초래했지만 말이다.
일부 전문가들이 중국의 추락을 점치기엔 섣부르고 파장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부동산과 수출 중심의 성장에서 인공지능(AI)·바이오·친환경 에너지 등 첨단 산업 중심의 성장으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이번 위기가 발생한 만큼 통제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통제하는 시장은 한계를 가진다는 게 그동안의 경험이다. 시장은 가능한 한 시장 원리대로 돌아가게 해야 자정 능력과 복원력을 가진다.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특히 그렇다. 시장 불균형이 깨지면 엄청난 대가를 치르지만 시장 원리가 작동하면 복원력도 뛰어나다. 외환 위기 때 한국이 그랬고 리먼브라더스 사태를 겪은 미국이 그랬다.
앞으로야 어찌됐든 중국의 경제 위기는 당장 우리에게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게 분명하다. 여러 가지 대책이 있겠지만 시장 경제의 기본을 튼튼히 하는 것도 그중 하나일 듯 싶다. 외부의 충격을 흡수하고 곧바로 복원하게 만드는 시장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 말이다.
때마침 정부는 킬러 규제 혁파에 나섰다. 민간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킬러 규제 혁신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킬러 규제 15개를 선정하는 등 속도도 제법 빠르다.
하지만 시장은 기억한다. MB 정부 때의 전봇대, 박근혜 정부의 손톱 밑 가시, 문재인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 등. 표현은 화려했지만 결과는 글쎄였다. ‘타다 금지법’을 밀어붙인 데 이어 비대면 진료까지 막아선 정치권과 기득권 집단도 무시할 수 없다. 말처럼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선정한 킬러 규제부터 혁파해 나가는 것이 피크 차이나에 대응하는 기본 전략이 아닐까 한다.
하영춘 한경비즈니스 편집인 ha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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