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고려시대 간식 차례?…식지 않는 할매니얼 트렌드 [김민주의 MZ 트렌드]
2021년 본격적으로 시작된 할매니얼 열풍이 아직 식지 않고 있다. 오히려 더 뜨거워진 모양새다. 약과와 꽈배기, 찹쌀떡 등 한정돼 있던 인기 메뉴의 범위도 갈수록 더 넓어지고 있다. 이제는 조부모 세대를 넘어 고려시대 손님 접대용 간식 개성주악까지 등장하는 등 다양하고 폭넓은 옛 먹거리 디저트가 MZ세대 중심으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유튜브 '개성주악' 리뷰 영상 갈무리
유튜브 '개성주악' 리뷰 영상 갈무리
밤톨 크기만 한 개성주악은 한 알에 비싸게는 4000원, 판매처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젊은 층은 이 옛 간식을 맛보기 위해 원정 구매를 가거나 웃돈을 얹어 대행 구매까지 했다. SNS에는 개성주악의 리뷰 게시글이 쏟아지고 개성주악 ‘먹방’을 찍는 게 유행으로 번지자, 백화점과 디저트 가게 들은 발 빠르게 개성주악을 들여와 판매하기 시작했고, 개성주악을 취급하는 프리미엄 약과 가게들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유튜브 '크룽지' 리뷰 영상 갈무리
유튜브 '크룽지' 리뷰 영상 갈무리
또 최근에는 크로아상을 누룽지처럼 얇고, 바삭하게 눌러 만든 ‘크룽지’도 유행하고 있다. 이제 젊은 층은 기존에 존재하던 전통 식품을 사 먹기만 하지 않는다. 서양 식재료를 한국 전통 간식처럼 변주한 제품, 혹은 두 재료를 접목한 퓨전 간식들을 찾아다닌다. 직접 새로운 레시피까지 만들어 내는 등 새로운 할매니얼 신제품을 찾아 나서는 데 누구보다 적극적이다.

이에 국내 식품 업체들은 변화하는 할매니얼 트렌드에 맞춰 디저트 신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젊은 층을 공략하고 있다.
약과 도너츠 세트/사진=신세계푸드
약과 도너츠 세트/사진=신세계푸드
신세계푸드가 올해 3월 출시한 약과와 파이를 접목한 ‘경제적 약과파이’는 큰 인기를 끌며 4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5만 개를 돌파했다. 이후 인기를 이어가고자, 지난달 24일 약과 파이에 이은 두 번째 신메뉴 ‘약과 도너츠 세트’를 선보였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최근에 전통 디저트와 서양 식재료들을 접목한 베이커리 제품들이 호응을 얻고 있는 것에 주목해 도넛과 약과를 활용한 약과 도넛 세트를 선보였다”고 전했다.

편의점은 할매니얼 트렌드 수혜를 많이 입은 대표 업종이다.
CU x 이웃집 통통이 약과 쿠키/사진=BGF리테일
CU x 이웃집 통통이 약과 쿠키/사진=BGF리테일
CU가 지난 3월 선보인 약과 쿠키 2종은 출시 3개월 만에 판매량 220만 개를 기록했고, GS25가 출시한 PB 제품 ‘행운 약과’ 시리즈는 2개월 만에 150만 개 넘게 판매됐다. 약과 제품 인기의 영향으로 CU의 상반기 디저트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35.6%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GS25는 104.5% 늘었다.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가 내놓은 다양한 약과 제품 역시 큰 인기를 얻으며 올 상반기 약과 상품의 매출이 각각 200%, 161% 증가했다.

커피 프랜차이즈도 할매니얼을 활용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더벤티는 가을 메뉴로 약과를 올린 음료 3종(약과오트라떼, 약과크림커피, 약과 카라멜쉐이키)과 디저트 2종(약과크림크로플, 통약과르뱅쿠키)를 출시했다.
이디야 약과 디저트/사진=이디야
이디야 약과 디저트/사진=이디야
이디야커피가 7월 선보인 약과 디저트 2종은 출시 50일 만에 판매량 15만 개를 돌파했으며, 엔젤리너스가 출시한 튀밥과 팥 잼, 누룽지 시럽을 첨가한 스위티밥 빙수도 전체 빙수 중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7월 28일~8월8일 기준 빙수 메뉴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2% 이상 증가한 것에 대해 롯데GRS는 빙수 제품이 할매니얼 트렌드를 저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도시락 프랜차이즈까지 할매니얼 트렌드에 뛰어들었다. 한솥은 9월 5일 할매니얼 트렌드에 디저트 라인업 강화를 위해 크룽지 신상품을 한정 수량으로 선보인다고 밝혔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