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오는 13일 열릴 예정인 정례회의 안건에 라임·옵티머스 펀드 등 판매사 CEO 제재안을 회부하지 않기로 하면서 업계에서는 올해 11월 국정감사 이후 CEO 제제안이 넘겨질 전망이 나온다. /뉴스1
금융위원회가 오는 13일 열릴 예정인 정례회의 안건에 라임·옵티머스 펀드 등 판매사 CEO 제재안을 회부하지 않기로 하면서 업계에서는 올해 11월 국정감사 이후 CEO 제제안이 넘겨질 전망이 나온다. /뉴스1
라임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4년 만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금융감독원이 정·관계 인사들의 특혜성 환매 여부를 규명하기 위해 라임펀드 환매 사태 재검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라임 사태는 2019년 라임·옵티머스 등 자산운용사가 만기 전 환매가 가능한 ‘개방형 펀드’를 운용했지만 주식 가격이 폭락하자 환매 중단을 선언한 사건이다. 당시 일반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했고 피해액은 무려 1조6000억원대에 달했다.

검찰과 금융당국의 칼날이 다시 등권가로 향했다. 10대 증권사 중 검찰의 압수수색이나 당국의 검사와 조사를 받지 않은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최근에는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유안타증권이 압수수색을 받았다

판매사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금융당국 제재도 다음달 이후로 미뤄졌다. 금융위원회는 9월 13일 열릴 정례회의 안건에서 판매사 CEO 제재안을 회부하지 않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CEO 제재안이 미뤄진 이유가 재조사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당사자인 증권사들은 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2019년 사태가 벌어지고 4년이 지난 후 재조사하는 것이 무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 당국이 스스로 내린 사건에 대한 판단을 뒤집고 증권사의 업무에 타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추가 조사와 CEO 개인까지 처벌받는 것은 과하다는 논리다.

지난 정부에서 금융감독원은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내부 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판매사에 중징계를 내렸다. 당시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은 소비자 보호라는 명목 아래 CEO 처벌에 무게를 두고 판매사 중심으로 제재 결과를 내놓았다. CEO를 처벌하기 위한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었음에도 피해자들을 의식해 무리하게 징계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사모펀드를 판매한 증권사는 기관 제재도 받았고 운용사 대신 보상 책임도 졌는데 개인까지 처벌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주장이다. CEO 중징계 시 최소 3년에서 5년까지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는 만큼 사실상 금융권에서 퇴출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법원도 이미 과도한 처벌이라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제재 심의가 중단됐던 지난해 12월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와 관련한 징계 취소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당시 증권업계에서는 손 전 회장과 마찬가지로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내부 통제 기준 관련 조항 위반으로 금감원의 중징계 판단을 받았던 증권사 CEO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봤다. 1심과 2심, 대법원 모두 현행 법상 내부 통제 기준 준수 의무 위반을 제재할 근거가 없고 기준 마련과 준수 의무 위반을 구분해야 한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증권사 CEO에 대한 징계 수위가 경감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던 차였다. 금융 당국 기조에 맞춰 판매사인 증권사가 사기 행각을 벌인 운용사를 대신해 투자자 피해 보상에 적극 나섰다는 점 역시 반영됐다. 하지만 재조사가 이 분위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변수로 떠오른 상황이다.

금융위원회의 방침은 모호하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9월 4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 관련 증권사 CEO 제재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최근 발생한 상황과 관련해 좀 더 고려할 점이 있는지 보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했다.

물론 처벌해야 한다는 강경론자들도 있다. 재발 방지를 위해 최종 책임자에게 엄중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금감원의 원안대로 중징계가 유지되면 KB·NH·대신·신한투자증권의 전·현직 CEO들은 손 전 회장처럼 법원에 개인 소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법원에서 손 전 회장의 손을 들어준 만큼 그 유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고 전·현직 CEO들도 개인의 명예 회복을 원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CEO 제재와 관련된 정례 회의는 다소 늦어졌다. 9월 열리는 정례 회의 안건에는 CEO 제재안이 포함되지 않았고 10월은 국정 감사가 예정돼 있는 만큼 제재 사안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만간 2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하나금융지주 함영주 회장의 결과를 보고 결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