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그래픽=박명규 기자
그래픽=박명규 기자
한화그룹은 총 99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계열사가 매년 늘고 있는데 1년 만에 16개가 늘었다. 계열사의 증가는 신사업 진출과 기업 인수·합병(M&A) 과정에서 계열사들이 같이 인수되면서 증가하는 경우가 많다. 직원 수도 5만 명을 돌파했다.

한화그룹은 미래 준비를 위해 방산·우주항공·에너지·금융·유통·서비스 분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적극 확장하고 있다. 태양광 등 에너지 관련 해외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해외 계열사는 469개에서 747개로 278개나 급증했다. 그만큼 필요한 전문 경영인도 많아진다는 의미다.

최근 재계에선 총수들이 젊어진 데다 젊고 힘 있는 전문 경영인들을 대거 발탁하면서 이들 사이에도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오너 경영인과 조화를 이루며 한화그룹을 움직이는 주요 계열사 전문 경영인(CEO)들을 조명했다.

소폭 사장단 인사…“변화보다 안정”


한화그룹은 9월 1일 한화갤러리아 신임 대표이사에 김영훈 전략기획실장을 내정하고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겸 사장을 대표이사 겸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2022년 사업 재편과 신규 사업 진출에 맞춰 계열사 9곳의 대표이사를 교체한 것에 비하면 소폭 인사다. 변화보다는 안정, 위기 속 기회를 잡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한화갤러리아 신임 대표에는 김영훈 전략기획실장이 내정됐다. 김 대표는 1991년 한화그룹에 입사해 한화갤러리아 전략팀장·기획실장·전략기획실장 등을 역임했다. 한화그룹이 한화갤러리아를 제외한 모든 계열사 사장들을 모두 유임한 가운데 김 대표가 오너 일가 중 3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의 경영 멘토 역할을 수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2019년 3월 각자 대표로 한화생명 대표이사 사장으로 부임했고 2019년 12월 단독 대표가 됐다. 한화생명 전략기획실장,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고 대표이사 취임 후 보험 본업 경쟁력 강화와 디지털 분야 시스템 구축에 매진했다.

한화그룹은 “이번 대표이사 인사 이후 경영 상황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인재의 적재적소 배치를 수시로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2022년 4월 8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호주 빅토리아주 장갑차 생산센터 착공 행사에서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 등이 첫 삽을 뜨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2022년 4월 8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호주 빅토리아주 장갑차 생산센터 착공 행사에서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 등이 첫 삽을 뜨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력 방산·에너지 수장엔 “검증된 전문가”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한화그룹 방산 사업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고 있고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각자 대표로 등록돼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2년 한화디펜스를 흡수·합병하고 지난 4월 (주)한화의 방산 부문을 M&A해 그룹 방산 3사 통합 법인으로 출범했다.

손 대표는 한화디펜스 대표를 맡아 방산 사업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 와 글로벌 종합 방산 기업으로 도약을 준비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사업 포트폴리오 정비와 조직 안정화를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CEO를 맡아 한화그룹의 방산 사업 통합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구영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대표는 전략부문 대표를 맡고 있는 김동관 부회장과 케미칼부문을 맡은 남이현 대표와 함께 한화솔루션을 각자 대표 체제로 이끌고 있다. 미국 태양광 에너지 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로 꼽히는 태양광 통합 생산 단지 ‘솔라허브’의 구축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과거 한화큐셀·한화솔라원에서 최고영업책임자(COO)를 맡아 김동관 부회장과 태양광 사업에서 손발을 맞췄고 김희철 한화임팩트 대표, 류두형 한화정밀기계 대표와 함께 김 부회장의 경영 멘토로 알려져 있다.
2020년 1월 한화솔루션 비전 공유식에서 류두형(왼쪽부터) 한화정밀기계 대표, 김희철 한화임팩트 대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이구영 한화솔루션 대표가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화솔루션 제공
2020년 1월 한화솔루션 비전 공유식에서 류두형(왼쪽부터) 한화정밀기계 대표, 김희철 한화임팩트 대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이구영 한화솔루션 대표가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화솔루션 제공
승계 맞물려 세대교체 가속화

김희철 한화임팩트 대표는 한화그룹의 전략통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한화에너지 대표도 겸임하고 있다. 한화솔라원·한화종합화학·한화토탈·한화큐셀의 대표이사를 맡아 화학과 소재, 태양광 사업을 이끌었다.

삼성과의 빅딜에서 화학부문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았다. 한화임팩트와 한화에너지에서 수소·신재생에너지 사업 확대, 신사업 발굴로 기업 가치를 키우면서 김동관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권혁웅 한화오션 부회장은 한화그룹 조선부문의 수장이다. 2022년 9월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인수 발표 이후 인수팀을 이끌며 인수 뒤 통합 작업(PMI)과 경영 정상화를 지휘했다.

한화에너지 대표, 한화토탈 대표를 거쳐 2020년 지주회사 격인 (주)한화의 지원부문 총괄사장을 맡아 오다가 지난 5월 한화오션 출범으로 초대 대표이사에 선임되며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권 부회장은 대우조선이 액화수소·이산화탄소 운반선 등 탈탄소·신선종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때 시너지를 낼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인섭 한화오션 사장은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총괄을 맡고 있다. 외부출신 인사로 글로벌 전략 전문가다. 대우그룹 비서실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KPMG 컨설팅, 한샘 인테리어본부 부사장, 벽산그룹 비서실 해외사업 담당, 옥포공영 베트남담당임원 등을 역임하다 2013년 한화생명 베트남사업 전략 태스크포스(TF)팀장으로 입사하며 한화그룹에 합류했다.

2016년부터 에너지부문에 몸담아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에서 글로벌 사업에 주력해 왔다. 2010년 이명박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역임하며 잠시 정계에 머물기도 했다. 고(故)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의 수행비서로 재직 당시 세계 경영을 보좌하며 베트남 시장의 중요성을 배웠다.

정 사장은 “100원을 벌면 30원을 베트남에 쓰라”는 김 전 회장의 조언을 실천해 베트남 토종 카페 브랜드인 콩카페를 한국에 들여오기도 했다. 한화에너지 대표에 이어 2020년부터 오너 일가 3형제가 지분을 보유한 에이치솔루션의 대표에 선임됐다.
2017년 12월 11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김동관 당시 한화큐셀 전무가 중국 장쑤성 난퉁시에 위치한 한화큐셀 치둥 공장을 방문했을 때 금춘수 부회장(윗줄에서 맨 왼쪽)도 동행했다. 사진=한화그룹 제공
2017년 12월 11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김동관 당시 한화큐셀 전무가 중국 장쑤성 난퉁시에 위치한 한화큐셀 치둥 공장을 방문했을 때 금춘수 부회장(윗줄에서 맨 왼쪽)도 동행했다. 사진=한화그룹 제공
한화그룹 전문경영인의 상징, 금춘수 부회장

금춘수 (주)한화 수석부회장은 한화그룹 내 전문경영인의 상징적 인물이다. 1978년 입사해 45년 넘게 김승연 회장을 보좌하며 한화그룹의 거의 모든 순간을 함께 했다.

김승연 회장과는 ‘바늘과 실’과 같은 관계로 그룹 주요 현안을 상의하는 인물이며, 그룹 구조조정본부 경영기획실장을 오랫동안 맡아 왔다. 경영기획실은 과거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처럼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핵심 조직이다.

금 부회장은 한화그룹의 사업과 지배 구조 개편, 경영 승계 구도, 구조 조정, 미래 전략 등 그룹 전반의 사안을 총괄해 왔다. 2014년 한화큐셀과 한화솔라원 합병, 2015년 삼성그룹 화학·방산부문 4개사 인수, 2016년 두산DST 인수합병, 2023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등 김동관 부회장 주도로 이뤄진 M&A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인수 기업과의 통합, 조기 안정화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2012년엔 김 부회장이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으로 부임해 태양광 사업을 맡았을 때 한화차이나 사장으로 재직하며 김동관 부회장의 태양광 사업 멘토 역할을 하며 경영 수업을 담당했다.

지난 3월 (주)한화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았지만 지원부문장 역할을 계속 이어 가고 있다. 재계에선 김 회장의 측근들이 하나둘 물러나면서 김 부회장 중심의 세대교체가 본격화했다고 보고 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