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119·아름다운재단, 직장인 1000명 설문조사
여성 직장인 11% ‘원치 않는 구애’ 경험

유부남 상사의 구애에도 웃으며 참아야 하는 여성 직장인들
여전히 직장 내 성차별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줌마’, ‘아가씨’ 등 부적절한 호칭 사용이 만연했으며, 이는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에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와 아름다운재단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2~10일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성차별 등에 대해 설문 조사했다. 조사 결과 직장인 31.3%는 직장 생활 중 성별을 지칭하는 부적절한 호칭을 들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여성 비정규직 여성 10명 중 6명이 ‘아가씨·아줌마’ 등의 부적절한 호칭으로 불린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 노동자는 12.4%에 그쳤다.

또 직장인 27.6%는 ‘여자는~’, ‘남자는~’으로 시작하는 성차별적 발언을 들은 적 있었다. 26.4%는 ‘커피 타기’, ‘애교’ 등 잘못된 성역할을 강요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혐오 발언 및 성역할 수행 역시 여성이 각각 45.1%, 44.8%의 응답률을 보여 남성(14.2%, 12.2%)보다 크게 높았다.일방적 구애도 문제가 됐다. 여성 직장인 11%는 ‘원치 않는 구애’를 경험했다. 특히 여성 비정규직은 14.7%에 달했다. 반면 남성은 3.4%였다.

한 응답자는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유부남 상사가 사적으로 만나자는 헛소리를 했다. 회사를 그만두기 어려운 상황이라 웃으며 참았더니 만만해 보였는지 성추행을 시도하거나 밤에 전화하기도 했다”고 말했다.직장인 절반 가량(44.5%)은 직장 내에서 일방적 구애 상황을 막기 위해 상사와 후임 간 사적 연애를 금지하는 취업 규칙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특히 직장 내 성범죄나 젠더 폭력 피해자들이 회사나 국가로부터 보호받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만연했다. 응답자의 48.2%는 직장 내 성범죄 피해 후 ‘회사가 보호해 주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고, 73.8%는 ‘정부로부터 보호받지 못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여수진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하나의 극단적인 젠더 폭력이 있기까지 그 배경에는 부적절한 호칭, 구애 갑질, 여성혐오 발언 등 수많은 성차별적 괴롭힘이 있다”며 “이러한 괴롭힘을 방치하면 성희롱이나 고용상 차별, 스토킹 등 더 큰 폐해로 이어져 모두의 안전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