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회장은 8월 22일 취임 기자 간담회에서 “기존 제조업 위주에서 벗어나 정보기술(IT)·엔터테인먼트 등으로 (회원사를) 다양화해 젊은 세대와 소통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이미지 쇄신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젊은 피’ 네카오·하이브에도 손 내밀어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카카오·쿠팡·우아한형제들 등 IT 기업과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가 지난 8월 전경련 회원 가입 요청 공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은 전경련의 기존 회원사들에 비해 업력이 짧지만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사회적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젊은 기업들이 전경련 회원사가 되면 제조업에 편중된 회원사가 다양한 업종으로 확대되며 재계를 대변하는 대표 단체로의 위상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고 이들을 필두로 관련 업계 회원사가 늘어날 수도 있다. 전경련이 외연 확대에 나선 이유다.
하지만 막상 회원 가입 요청을 받았다고 거론되는 기업들은 전경련과 여전히 거리 두기를 하는 모습이다. 이들 중 하이브만 “검토 중”이라고 밝히고 나머지 기업들은 “확인해 줄 수 없다”며 관련 언급조차 꺼리는 분위기다.
재계에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창 성장 중인 IT·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전경련이 아직 벗지 못한 보수적이고 정치적인 이미지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전경련은 이들을 회원사로 유치하면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지만 반대로 이들 기업이 전경련 가입으로 얻는 이익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네이버·카카오는 2014년에도 전경련이 혁신을 시도하며 회원사 유치를 시도했지만 해당 기업들이 거절해 실패한 바 있다. 당시 전경련은 SM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를 회원사로 유치했지만 SM엔터테인먼트는 탈퇴했고 YG엔터테인먼트는 여전히 회원사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이 IT·엔터테인먼트업계에 가입을 요청하기에 앞서 업계와 공식·비공식적으로 사전 교감 시도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접근 방식이 아쉽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경련과 IT·엔터테인먼트업계 색깔이 확연히 다른데 가입하면 어떤 부분에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지에 대한 얘기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업계를 어떤 방식으로 지원하겠다는 공식적인 언급이나 설명도 없이 가입 신청 공문만 보내 진정성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021년 최태원 SK 회장을 회장에 선임하면서 IT업계의 거물인 김범수 카카오 전 의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을 서울상의 부회장단으로 영입해 기존 전통 제조업 중심의 회원사에서 IT·게임 등으로 회원사를 확대했다. 이들의 대한상의 부회장단 합류 결정에는 최 회장이 직접 나서 설득한 것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전경련도 4대 그룹을 넘어 IT·플랫폼·전자상거래·엔터테인먼트 등으로 외연을 확대하기 위해선 업계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입 유인도, 이익도 크지 않다”
전경련이 대기업 중심 단체인 만큼 다양한 업종을 끌어안아도 이들을 지원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또 IT 기업 대부분이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에 가입돼 있어 불합리한 규제 이슈나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협회 차원에서 공동 대응하는 소통 창구가 이미 존재하기 때문에 일부에선 전경련 가입의 이점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2000년 출범한 인기협은 한국 인터넷 산업을 주도하는 230여 개 회원사가 모인 협회로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다. 카카오·쿠팡·지마켓·우아한형제들·엔씨소프트·넥슨·넷마블·두나무·야놀자·당근·비바리퍼블리카·크래프톤·무신사·직방 등 한국의 주요 플랫폼 기업들과 메타·넷플릭스·구글·바이트댄스·인텔 등 외국계 기업도 회원사다. 인기협은 플랫폼 산업 규제 대응을 맡고 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2018년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출범한 스타트업 단체로, 김봉진 우아DH아시아 의장이 초대 의장을 맡았었다. 하이브·우아한형제들·컬리·비바리퍼블리카·당근 등이 회원사로 있다.
이미 이들 협회를 통해 정치권과 행정부의 규제 도입에 맞서 공동 대응과 국회와의 소통도 하고 있기 때문에 IT업계에선 전경련에 반드시 가입해야 할 유인도, 이익도 크지 않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글로벌 네트워크 필요한 에코프로는 가입
다만 류 회장의 취임에 따라 개별 기업 차원에서 대응할 수 없는 글로벌 현안에서 전경련의 글로벌 네크워크를 활용해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류 회장은 미국 정·재계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운 ‘미국통’으로, 오랜 기간 네트워크를 쌓아 왔다.
류 회장 취임으로 한국 경제계의 의견과 이익을 국제 사회에 대변하는 역할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해외 사업과 관련 통상 문제 대응, 경제계 공조 등이 필요한 기업들은 여전히 가입 이점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그는 취임 후 첫 행보로 전 세계 주요국과 국제기구 파트너 40여 개 기관에 공식 서한을 보내 한국 경제계와의 더욱 긴밀한 협력을 당부했다. 특히 미국 측에는 8월 18일 개최된 한·미·일 정상 회의의 협의 내용을 구체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한·미·일 3국 경제계 협의체’ 창설을 제안했다. 첨단 기술의 글로벌 표준 형성, 반도체·배터리 등 핵심 소재·부품의 공급망 협력,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으로의 협력 범위 확대 등 3국 경제계 간 공조를 제도화하기 위한 취지다.
올해 대기업 집단에 편입된 2차전지 소재 기업 에코프로는 가입 신청을 했고 국정 농단 사태 당시 전경련을 탈퇴한 포스코그룹의 지주회사 포스코홀딩스는 한경협 재가입을 추진 중이다. 2022년 기준 에코프로그룹의 자산 총액은 6조9400억원으로 재계 62위다.
포스코와 에코프로는 배터리 소재사업에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유럽연합(EU)의 핵심 원자재법(CRMA) 등 글로벌 공급망 규제 대응 필요성이 커지고 있어 전경련의 글로벌 네트워크 활용 시 사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어 회원사로서의 이점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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