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네트워크와 탈중앙화 금융의 만남…창작자와 팬이 함께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로 진화

웹3.0 기반 소셜파이, 팬덤 경제 견인할까[테크 트렌드]
1000명의 진정한 팬만 있으면 창작자가 먹고살 수 있다는 소위 ‘1000명의 진정한 팬(1000 True Fans)’ 이론이 있다.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잡지 와이어드(Wired)의 창업자인 케빈 켈리의 말이다.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의구심이 든다. 과연 1000명의 진정한 팬을 모으는 것이 쉬울까. 창작자의 진정성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사실 1000명의 ‘찐팬’을 그러모은다는 것, 더구나 이들이 변심해 손절하지 않도록 계속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 모두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붙들 수 있는 당근이 필요하다.

그러면 이 당근이 무엇일까. 다행히 우리는 이에 대한 답을 이미 알고 있다. 바로 보상(reward)이다. 물론 보상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현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유인책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보상은 단순히 금전적 보상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찐팬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자신들이 지지하는 창작자와 상호 작용하며 긴밀한 유대감과 소속감을 가질 수 있는 비 금전적 보상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BTS)의 아미들이 금전적 보상을 받아서 그런 열정적인 후원과 지지를 보내는 것이 아닌 것과 같은 이유다.

그렇다면 금전적인 보상과 비금전적인 보상을 모두 충족시켜 줄 방법은 없을까.
이 질문에 대한 약간의 팁을 얻기 위해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킨 애플리케이션(앱) 하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앱은 바로 웹3.0에 기반한 분산형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인 프렌드테크(Friend Tech)다.

프렌드테크는 지난 8월 10일 출시된 이후 첫 주에만 약 700만 달러(약 93억원)의 수수료가 발생했고 그중 절반이 창작자에게 돌아가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하지만 이 앱이 업계의 주목을 받은 주요 이유는 웹3.0을 구현할 수 있는 소셜파이(SocialFi)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팬과의 새로운 유대 관계와 수익 모델 소셜파이는 소셜(social)과 금융(finance)의 합성어다. 소셜 미디어 사용자가 자신의 소셜 네트워크를 토큰화해 수익을 창출하려는 점이 특징이다.

물론 소셜 미디어 사용자를 토큰화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스팀(Steem)·비트클라우트(Bitclout)·롤(Roll)·랠리(Rally) 등 소셜 토큰이나 커뮤니티 토큰 형태로 프로토콜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프렌드테크처럼 최근에 출시되고 있는 소셜파이들은 기존의 것들에 비해 한층 더 진화된 느낌이다.

우선 창작자는 소셜파이 수익화의 핵심인 소셜 토큰을 통해 충성도가 높은 팬들과 소통하고 보상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자신이 만든 창작물을 수익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창작자는 자신의 커뮤니티를 구축해 여기에 가입한 찐팬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회원 전용 콘텐츠, 채팅방, 오프라인 파티 초대, 독점 콘텐츠 제공, 댓글에 대한 보상 등 커뮤니티 멤버들만을 위한 프리미엄 서비스와 접근 권한을 제공하고 수익화한다.

프렌드테크는 팬 또는 추종자(follower)들이 자신이 지지하는 창작자에게 소액의 돈(5달러)을 내고 참여한 후 이들 보유 토큰을 주식처럼 사고팔면서 플랫폼 가치가 오르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사용자가 특정 창작자에게 가입하기 위해서는 키(Key)라고 부르는 주식을 구매하면 된다.

물론 이러한 것은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을 통해서도 구현할 수 있다. 하지만 소셜파이의 수익원인 소셜 토큰은 서로 교환될 수 있지만 NFT는 대체 가능하지도, 교환될 수도 없다는 차이가 있다. 또한 소셜 토큰은 서비스나 경험을 판매하는 데 사용된다는 특징이 있는 반면 NFT는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과 더 연결돼 있다.

둘째, 소셜파이는 창작자와 팬들과의 관계를 재정의한다. 프렌드테크는 단순히 자신이 좋아하는 친구나 창작자인 유명인(influencer)을 지지하고 후원하는 수동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그들의 의사 결정에 관여하는 등 창작자와 팬 들간의 유대 관계를 새롭게 재정립한다.

창작자가 발행한 소셜 토큰을 구매한 팬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창작자와의 밀접한 상호 작용을 통해 의사 결정 과정이나 로열티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이를 통해 팬들은 금전적 보상뿐만 아니라 상호 신뢰와 유대감, 토큰 보유자 간 사적인 유대 기능 사용(예를 들어 비공개 채팅방)에 대한 접근권 등 비금전적 보상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팬들로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창작자와 단순히 소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의 일상에 대한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친밀감과 유대감을 키울 수 있다. 예를 들어 A라는 창작자의 팬들은 A가 특정 공식적인 행사에 참여하는 게 좋을지에서부터 파티에 갈 때 어떤 옷을 입을지 등 A가 소소하게 결정해야 하는 일들에 대해 투표를 통해 함께 정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소셜 활동들은 토큰을 통해 보상받는다.

심지어 자신이 지지하는 창작자가 소셜 활동을 게을리하면 이를 개선하도록 관여할 수 있다. 이들로서는 창작자가 소셜 활동을 게을리하면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의 소셜 토큰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커뮤니티는 블록체인 기반의 다오(DAO)를 통해 운영함으로써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 가능하다.

이런 측면에서 프렌드파이 같은 소셜파이는 창작자 경제와 궁합이 잘 맞는다. 웹 3.0의 철학을 받아들여 창작자뿐만 아니라 사용자 모두 함께 소통하며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보상까지 받을 수 있는 민주적이고 투명한 창작자 경제를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창작자와 팬이 함께 상생하는 소셜파이의 진화시기적으로 볼 때 현시점에서 프렌드테크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내리기는 쉽지 않다. 출시한 후 급등하다가 이내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폰지 사기가 아니냐는 비난을 받은 바도 있고 출시 후 2주도 안 돼 사용자 수가 10만 명을 돌파하는 등 반등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프렌드테크 같은 소셜파이가 매력적인 것은 이것이 추구하는 지향점이 탈중앙화·개방성·투명성·참여자 보상·데이터 소유권 등 웹3.0 철학과 특징을 잘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는 프렌드테크 같은 소셜파이가 소셜미디어의 미래이며 향후 창작자와 팬들이 함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진정한 창작자 경제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웹2.0 시대에는 거대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가 독점적 지배력을 행사하며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수익을 가져갔다. 유튜브·페이스북·틱톡·트위치 등은 자신들이 만들지도 않은 콘텐츠와 소유하지 않은 데이터를 통해 엄청난 수익을 챙겨 왔다. 이에 반해 대부분의 창작자들은 자신이 제작한 창작물에 대한 소유권은 차치하고 정당한 보상도 받지 못했던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웹3.0 시대는 이러한 불공정한 구조가 작동하지 않는 새로운 생태계다. 웹3.0은 기존 플랫폼에 올라가 있는 콘텐츠나 데이터의 소유권이 중앙 집중식 플랫폼이 아닌 개인 창작자나 팬들 중심의 커뮤니티로 전환됨을 의미한다. 이런 측면에서 창작자와 팬 사이에 소셜파이 같이 진화된 소셜 금융 모델이 기존의 관심 경제(attention economy)를 대체하고 새로운 웹3.0 경제 생태계를 견인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 본다.

심용운 SK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